아메리카노를 원래 못 먹었다.
아메리카노를 못 마셨던 마지막 기억이 있다.
좋아하던 오빠는 대학생,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학원 근처에서 음료수를 사주겠다며, 그는 나를 어른들만 가는 ‘커피빈’으로 데려갔다.
학생이던 나에게 일주일 용돈 삼만 원은 전부였다.
커피빈 음료는 비싸서, 사볼 생각조차 없었다.
이디야에서 녹차 프라푸치노를 사 먹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 그게 사치였다.
지금이야 학생들이 카페에 가는 게 흔하지만,
그 시절엔 그렇지 않았다.
공부할 시간도 모자랐고, 카페는 어른들의 공간이었다.
그렇게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가득한 카페에 교복을 입고 서 있자니
스스로가 너무 어색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메뉴판을 따라 한 글자씩 읽고 있는데
문 밖에서 짤랑- 소리와 함께 그 오빠가 들어왔다.
반듯한 니트에 반바지, 팔에 끼워진 전공서적.
그 순간, 내 볼은 다시 달아올랐다.
“뭐 마실래?”
“아… 아메리카노요.”
그는 3초쯤 나를 바라보다 “그래” 하며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그의 손에 들린 신용카드가 어쩐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처럼 보였다.
잠시 후 진한 갈색의 물이 찰랑이는 컵이 내 앞에 놓였다.
아메리카노를 바라보며 전공서적을 읽는 오빠를 보자니
나는 더 작고 어리숙해 보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입을 마셨다.
쓴물이 입안에 퍼지자, 인상이 구겨질 것 같았다.
결국 그 한 모금이 마지막이었다.
얼음이 녹아 희미해지는 커피를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그게 내 첫 아메리카노의 기억이다.
지금도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면, 그날의 아메리카노 맛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