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문턱에 섰을 때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가을이 온다 말하기엔 아직 조금은 이르다.” 낮의 더위는 여전히 여름을 붙잡고 있었고, 반팔 차림으로도 버거울 만큼 햇살은 강렬했다. 그래서 나는 계절의 변화를 성급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창문을 열자마자 느껴졌다. 공기가 달라졌다. 선선함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확실한 기운으로 다가온다. 아침 산책길에 불어오는 바람은 여름의 무게를 벗겨내듯, 마치 여름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한층 차갑게 불어왔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 걷다 보면 계절은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한동안 진득하게 매달려 있던 초록빛 나무들이 이제는 빛을 조금씩 달리한다. 그 변화는 겉으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눈을 조금만 더 기울이면 분명하게 보인다. 아이는 그 변화를 신기해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계절의 수업을 받는다.
계절이 가르쳐주는 건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변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계절도 영원하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뜨겁던 여름도, 차가운 겨울도 언젠가는 끝난다. 지금 내가 겪는 기쁨이나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순간은 길어 보이지만, 결국은 흘러가고 다른 순간으로 이어진다.
이 깨달음은 내 삶을 다독인다. 아이가 밤마다 칭얼대는 시기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지쳐가는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때가 오면 나는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며 오늘을 돌아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
9월 초에 했던 말처럼, 가을이 온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을이 왔다고. 그리고 그 사실이 내 마음을 묘하게 위로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변했고, 멈춰 있을 것 같던 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계절은 결국 우리에게 기다림과 수용을 가르쳐준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지나가게 두라고,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라고. 오늘 바람이 그 말을 대신 전해주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닫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