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말한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만남에도 다 뜻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그 말이 조금 버겁다.
모든 게 다 이유가 있다면,
왜 어떤 인연은 그렇게 허무하게 스쳐 지나가야 했을까.
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멀어져야 했을까.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우연과 필연은 한 몸일지도 모른다.
우연처럼 스치는 순간이 필연을 만든다.
필연이라 믿었던 관계가 또다시 우연처럼 흩어진다.
결국 모든 만남은 그 경계 위에서, 아주 섬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커피 한 잔을 사러 나간 길에서 마주친 사람,
몇 년 만에 우연히 걸려온 안부 전화,
그리고 인생의 한 장면에서 나를 스쳐간 수많은 얼굴들.
그 모든 것들이 다 이유를 가지고 내 안에 남는다.
비록 이름은 희미해져도, 그때의 공기와 온도는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을 구분하려는 순간,
이미 그 만남의 의미는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만났는가’보다,
‘그 만남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를 기억해야 한다.
그 흔적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믿는다.
모든 만남은 우연처럼 다가오고,
필연처럼 머무르며,
다시 우연처럼 사라진다고.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고.
“우연이 나를 움직였고, 필연이 나를 머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