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바다낚시로 지친 식구들과 루이를 위해 가벼운 산행을 제안했다.
브라얀과 며느리는 쉬고 아내와 내가 루이와 섬의 낮은 산 정상을 탐사하기로 정했다.
산에서 나는 색다른 냄새는 루이를 미치게 하는 듯하였다. 혼자서 저 멀리 사라졌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평소와 많이 다른 행동이다. 사라지고 없어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풀어주어도 항상 경계하며 우리들과 일정 거리를 가지던 녀석이 오늘은 자유를 만나서 사라진다.
루이를 애타게 찾고 부르면 경사가 거의 60도는 됨직한 곳 아래에서부터 올라온다.
혹시 멧돼지는 없을까 맹수는 없을까 걱정도 하지만 그럴 염려 없는 섬이라 안심하고 루이에게 자유를 더 주기로 하였다. 루이는 정말 이상스럽게 지치지 않고 산속 폭주를 거의 한 시간 가량 하기 시작했다.
캠프장에서 차를 가지고 정상 부근까지 왔기에 일단 산행을 마치면 차 있는 곳으로 다시 가야 하는데
지금 루이와 함께 움직이는 곳은 위치 파악이 잘 안 되었다. 길이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여보 여기, 산길이 좀 헷갈리니까 큰길을 따라 이제 하산합시다”
분명 맞다고 생각한 길을 걷다 가도 자꾸 원점이다.
루이는 산행을 너무 오버해서 지금 탈진했다. 아내는 루이를 안았다.
루이 애기 때 앞 가방에 넣고 다니던 그 가방에 다 커버린 루이 녀석을 넣었다.
뜨거운 오후의 지열이 이글거리고, 우리는 아래 세워 둔 차를 찾아야 했다.
몇 분을 그렇게 모두가 지쳐서 가고 있을 때 루이가 금방 엄마의 가방에서 나온다고 한다.
달구어 진 아스팔트가 뜨거울 텐데 루이는 같이 걷기를 원한다.
저 멀리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루이의 발걸음이 우리보다 빨라진다.
시골길을 천천히 운전할 때 항상 앞문을 활짝 열고 바람맞는 것을 루이는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한적한 길에 들어서면 차 속도를 40킬로 정도로 맞추어 창문 열고 “에어샤워”를 하도록 해 주었다. 하산을 하고 차를 탄 루이가 신나게 지금 그것을 한다.
창문을 열고 평소보다 목을 길게 빼고 아내는 그런 루이의 몰입한 바람맞기를 잡아주고 있었다.
“여보, 이상해요, 얘 오늘 너무 심하게 나서네. 루이 그만, 그만.”
오늘 루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너무 많이 한다.
루이의 이상한 행동은 결국 이상한 사건이 터져 나오게 하였다.
11.
밤사이 루이가 사라졌다.
분명 텐트 안에서 같이 자고 있던 녀석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
“여보 루이가 없어요”
“설마 근처에 혼자 나갔나?”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나에게 아내는 예민해졌다.
“그래도 좀 찾아봐요, 어서”
“루이! 루이!!”
우리 모두는 조금씩 불안해지고 있었다.
녀석이 스스로 이렇게 오랫동안 없어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안 좋은 무슨 일이 생긴 것 외엔 다른
생각이 들질 않았다. 수색 범위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해변 매점에도 들러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물어보아야 했다.
“저기요……, 저희 개 아시죠? 이 녀석이 없어졌는데 혹시 보신 적 있으세요?”
“그래요? 우리 집 뭉치도 며칠 전에 없어져서 못 찾고 있는데……”
뭉치는 주인집이 키우던 진돗개로 덩치가 커서 집 옆에 묶어 놓고 있었다고 한다.
말 많은 매점 주인은 마을의 이상한 소문도 들려주었다.
버려진 유기견, 섬의 개를 훔쳐 육지에다 파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 불안한 정보에 더더욱 놀란 것은 아내였다.
아내는 늘 일이 있을 때마다 걱정이나 근심을 더 많이 하면서 문제에 접근한다.
“여보, 그럼 우리 루이 잡혀간 거예요?”
“아니, 아니, 아직 아무것도 단정하지 마……”
침착은 내 직업상 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정리를 시작해 보아야 했다.
언제 루이가 사라진 것인지, 왜 아무 소리가 나질 않았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옳은 지 뒤죽박죽 된 정보들을 정리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브라얀은 먼저 파출소에 신고를 하자. 혹시 모를 개도둑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고”
아내와 나는 산을 좀 더 찾아보고 며느리는 텐트를 지키라고 하였다.
루이가 산행을 해서 어쩌면 냄새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뒤에 한나가 도착하는 배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어서 빨리 루이를 찾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한 번도 개를 잃어버린 경험이 없는 나에게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아침부터 점심을 거른 채 오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루이는 없었다. 어디에도……
한나의 배가 도착할 시간이다.
브라얀이 부두로 한나를 마중 나가고
매점 앞에 가족 모두가 한나와 루이를 기다리고 지쳐갈 때 갑자기 며느리가 소리쳤다.
“헤이, 대드, 저기 루이 아니야? "
아주 멀리 루이 같은 작은 개가 찻길을 따라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루이!! 루이 야!!” 루이가 맞았다. 루이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루이 뒤에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고 버스가 앞서 가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피해 도망가는 것인지 버스를 따라 습관처럼 뛰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루이 거기 그냥 서 있어 아빠 간다! 루이, 루이, 루이……”
***
루이는 버스의 뒷바퀴의 안쪽에 몸이 두 동강 나 깔려 있었다.
찢긴 몸에 심장이 튀어나와 펄떡이며, 루이의 얼굴은 피로 얼룩져 눈물을 머금고,
처절하게 피바다 위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하늘이 노랗게 무너져 내렸다.
찰나 동안 꿈이길 바랬다.
비행사고로 찢겨 죽은 전우의 시신도 빠르게 기억을 타고 스쳐 지나갔다.
현실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후……. 잠시 크게 한번 숨을 쉬었다.
달려가 엎드려 두 동강 난 몸의 상체 얼굴을 만졌다. 아직 살아있다.
“루이 괜찮아, 루이 괜찮아. 아빠 왔어, 아빠 여기 있어……”
내가 자랑하던 침착과 직업에 배어든 이성적 판단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다.
루이의 찢어진 몸의 심장은 도로 위에서 여전히 뛰고 있었고 루이의 눈동자는 눈물을 머금고 굳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저 뒤편 아스팔트 대로에 쓰러져 통곡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당장, 이 처참한 현장을 빨리 수습해야 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녀석이 갑자기 달려오는 것을 알 수가 없었어요……”
“이거라도 어떻게……”
운전기사가 가져다준 비닐봉지에
조각난 피투성이의 루이 몸을 정신없이 쓸어 담기 시작했다.
내 눈물이, 찢어진 루이의 모습을 가렸다.
바닥에 뒹굴며 울고 싶은데 참았다. 난 언제든 울면 안 된다.
내 후배들이 죽어 돌아왔을 때도 안 울었고 어떤 죽음 앞에서도 항상 당당하게 정면으로
죽음을 감당했으니까……
눈물을 감추고 루이의 시신을 담는 나의 팔은 루이의 피로 흥건하게 젖기 시작했다.
따뜻한 아들의 피가 팔 전체를 적시며, 여기저기 흩어진 살점들이 수습되고 있었고
나는 솔직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실성한 듯했다.
말하기 힘든 피 묻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울고 싶었다.
“루이 야, 괜찮아, 우리 착한 애기……”
세상에 누가, 사고 현장에서 이렇게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루이는 반토막난 몸에서 유일하게 남은 얼굴로 초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다음은 무엇을 하지?”
루이의 피 한 방울까지 봉지에 담아야 했다. 세포 하나도 잃어버리기 싫었다.
루이는 그날 그렇게 혼자 날아올랐다.
우리만 남겨둔 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