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아

by 강노아

Day1


그날 나는 루이와 함께 죽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아스팔트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차마 차 밑에 갈 수도 없었고 발도 떨어지지 않았다. 미친 여자처럼 소리 지르고 우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 주변의 사람들이 진정시키며 도와주고 있었지만 숨쉬기가 곤란했다. 손발은 마비가 시작되어 사지가 뒤틀리며 뻣뻣하게 굳어오고 또한 가눌 수도 없었다. 현장에 달려온 매점 주인아주머니가 이 혼란한 상황에 내 곁에 없었다면 이렇게 굳어가다가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찾아와 루이와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었을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루이의 피투성이 현장은 무의식 간에 꿈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혼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돼, 루이……아니야, 이건 아니야. 루이……”


나의 절규는 메아리가 되어 산과 바다를 쩌렁쩌렁 울렸다. 넘어갈 듯한 숨이 거친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 내 영혼은 깊은 계곡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죽을 때도 어쩌면 이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란스럽게 희미해지는……


사고 현장을 함께 하는 것은 축복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축복은 녀석의 마지막을 내 눈동자에 담는 것이지만 그것을 마음에 담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참을 지나 남편은 루이를 비닐봉지에 수습하고 몸이 찢기고 머리만 온전한 내 새끼를 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여보, 루이랑 작별 인사해야 해 ……”


남편은 정말, 이 심각한 상황을 절제하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나보다 이런 위기를 수없이 보아왔고 죽음 앞에 서 있던 절망을 충분히 겪어온 사람이었지만 두 동강 난 자식, 루이를 쓸어 담아 얼굴만 보이게 수습해서 내 앞에 갖다 놓은 것은 초인적인 힘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남편도 반쯤은 정신이 나가 보였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아주 조금만 더 흔들리면 그 자리에 쓰러져 울 것 만 같았다.


“우리 루이, 괜찮을 거야……”


이미 이 땅을 날아가버린 루이가 뭐가 괜찮다는 건지, 나를 위한 위로의 말인지 알 길이 없지만 루이는 이미 눈을 뜬 채로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군에서 조종사들이 사고를 당하면 시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남편은 자주 했었다. 그분들은 살점만 수습한 시신으로 고이 모셔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고 군인정복을 밀집 모양에다 입히고 그 가운데 수습한 몇 점 안 되는 살점들을 넣어 화장한다고 이야기했었다. 남편은 분명 그런 사고들을 많이 목격해서 이번 루이 사고를 감당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고 솔직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수습한 아이를 종이 박스에 담아 차 트렁크에 싣고 말없이 우리 모두는 급히 섬을 나가고 싶었다.

배에 주차된 차에 탄 남편은 그때야 소리를 지르며 운전대를 손으로 치며 울기 시작했다.


“루이 야, 루이 야, 어 엉…….”


바로 며칠 전 이 배에서 기쁨에 들떠 행복하던 우리 가족이 슬픔으로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인내의 마지노선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야 정말 서럽게 통곡을 하며 말했다.


“난, 죽을 것 같았어, 루이가, 반 토막이 났다고, 그리고 심장이 사체에서 벌떡 벌떡 뛰고 있고

눈물을 머금은 채 눈을 뜨고 나를 보며 살아 있었다고, 엉엉……” 남편은 통곡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그 상황을 본 대로 말하였다. “내가 어른 이잖아,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하지? 이거 뭐지? 하면서 수습해야 했어……”


그의 통곡은 배에서 내려 급히 구한 화장장으로 가는 동안도 멈추지 않았다. 참고 있었지 용감한 건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보다 참을 뿐이지 무겁게 다가온 인생의 아픈 무게는 누구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우리 여행은 죽음의 여행이 되고 말았다.


남편은 시간이 많이 흘러 루이를 부패하게 하는 것이 싫다고 과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섬에서 그리고 오는 배안에서 눈물이 마르고 우리는 무거운 침묵으로 차를 몰고 나는 분리한 루이의 하네스를 가슴에 꼭 안고 있었다. 침묵이 흐를 때, 여러 상념이 밀려 들어왔다.


“어떤 상황이었으면 이런 사고가 안 생길 수 있었을까?”

“너무 자유롭게 뛰놀게 키워서 일까?”

“차와 오토바이를 보면 달리는 습관을 애견학교라도 보내서 고쳐야 했을까?”

“루이의 실종은 무슨 의미일까?”

“뒤에 달려오던 오토바이는?”


몸 안의 수분이 다 빠져나간 마른 가지처럼 방향 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몸은 탈진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가족들이 다 건강해서 특별히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맛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나마 가장 큰 사건은 사촌언니의 레트리버가 암으로 투병할 때 녀석과 함께 시름시름 앓으며 아이가 죽자 언니가 한참 방황하던 것을 본 것이 최근의 기억이었다.


그때도 나는 철저히 타인이었다. 남의 일을 관망하는 구경꾼이었고 언니에게 괜찮다고, 잊으라고 말한 것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겪는 루이의 사고는 달랐다. 이건 내 일이었다. 설마 사람이 죽는 것과 그 생명의 무게가 같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나에게 루이의 죽음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강한 전류에 감전되어 세포 하나하나에 충격파가 전해졌다.


“여보, 다 와가, 정신 차려”


눈을 감고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로, 멍하니 남편을 쳐다보았다.


“이제 루이 보낼 건데 우리, 조금만 더 정신 가다듬고 힘내자”


갑자기 구한 화장장은 한산했다. 급한 대로 찾아 연락한 그곳에서는 루이 사진이 있으면 디지털 영상으로 빈소를 마련해 준다고 하여 가장 최근의 사진만 보내고 나중에 꽃에 둘러싸인 루이 영정 사진을 볼 때 까무러칠 것은 상상도 못 하고 들어섰다. 방금 애견을 떠나보낸 노부부가 울면서 유골함을 차에 싣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도 이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분들께 위로 인사를 건네자 울먹이며


“우리 애는 독이 들어있는 풀을 먹었어요……”


저들의 모습이 루이의 화장을 마친 나의 모습일 것 같았다. 떠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꽃단장한 작은 방에는 휴대폰으로 보낸 화사하게 웃는 루이의 영정 사진이 걸려있었다.

나는 순간 까무러치고 말았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놀라서 달려온 직원들과 남편이 나를 누이고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도 마르고 혼절하여 또다시 사지가 딱딱해졌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의식이 살아날 때 내 앞에는 루이 사체가 놓여 있었다.


루이가 내 앞에 죽어있다. 내 새끼 루이는 딱딱하게 굳어 눈도 못 감고 누워 있었다.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루이 야, 루이 야……”


나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온 건지 다 마른 줄 알았는데 눈물을 펑펑 피처럼 토해내고 있었다.

사람과 이 죽음이 다르지 않았다. “당신이 루이 눈을 좀 감겨줘” 나보고 어떻게 이걸 하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남편은 나에게 마지막을 부탁했다. 나는 루이 사체 얼굴을 끌어안고 계속 울었다. 또 숨이 안 쉬어지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치고 죽을 것 같았다.


“이제 그만 하시고, 화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이 루이를 데려가려고 하자 루이를 붙들고 못 가도록 잡고 계속 울며 애원했다.


“안돼, 루이 안돼, 제발 조금만 더 있게 해 주세요, 네?”


남편은 좀 더 같이 있겠다는 나를 위해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다가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보, 그만 하세요, 루이 보낼게요”


루이의 가는 길을 소란스럽게 하기 싫었다. 그들은 냉정했다.


죽음을 재빨리 지우는 공장 같은 화장장은 망자의 흔적을 미련 없이 지우고 있었다.

루이의 화장은, 우주에서 영원히 재로 사라지는 순간은 무념무상의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화장을 하고, 루이 뼈가루를 결정으로 보존하는 방법이 있는데 불순물이 없는 특수 화장을 했어야 하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렇게 루이는 급하게 혼자 날아올랐다.


우리를 놔두고, 혼자 무지개다리를 건너, 두 살도 안 되는 짧은 세상 살기를 마감하고, 갑자기 날아올랐다.



Day 2


한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어제 급하게 수습하느라 경황도 없고 슬픔을 공유할 틈을 갖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고 한나는 출근할 생각도 안 한채, 이 죽음의 범인, 나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 중에 잘못한 사람을 다 찾아 단두대에 매달 기세였다. “엄마는 내가 루이랑 먼저 여행 보낼 때 죽이라고 보냈어?” 딸의 마음으로 칼을 들어 내 심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 비수는 내 심장에 정확히 아주 깊숙이 꽂혔다. 심장에서 피가 터지자, 한나가 통곡하고 있었다. “나는 루이 죽기 전에 출근하면서 ‘루이 안녕, 누나 갔다 올게’ 한 게 끝이야.” “작별 인사도 못하고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 어, 엄마라면 이해가 돼?” “엄마가 말해봐, 루이 데려와, 루이 도로 가져오라고!”


한나는 어제 내가 아스팔트에 쓰러져 숨을 쉬지 못할 때 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아이를 잘 관리 못해서 죽게 만들어?” “거기 있던 가족들은 다 뭐한 거야?” “아빠는, 오빠는 다 손발이 없었어? 왜 루이가 죽게 놔두고 지금 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이 아이는 입에 기관총을 장착했다.


하지만 한나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한나는 루이를 나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방식으로 루이를 가슴에 안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은 늘 바쁘게 살고 체력이 약했다. 그래서 루이와 산책하거나 집에서 놀아주는 일에는 한참 부족했다. 자신의 소원이 유기견 센터를 하나 차려서 불쌍한 강아지들을 돌보고 싶다 말만 할 뿐, 루이조차 돌보지 못했었다. 늘 잠이 부족해서, 아침에 루이가 한나를 깨우며 얼굴을 핥아 주면 ‘루이 자명종’ 이라며 그것을 제일 좋아했다. 그리곤 멍한 얼굴로 루이를 끌어안고 온몸에 뽀뽀를 해주었다. 루이는 괴롭지만 항상 차렷 자세로 한나의 키스 세례를 받는 것이 그나마 서로의 가장 깊은 애정표현이었다. 한나는 공부하느라 정에 굶주린 채 삭막하게 살았고 그 어려운 시간들을 잘 버텨주고 잘 자라 주었다. 그래서 정이 담긴 루이와의 스킨십을 유달리 좋아했다. 루이는 한나를 기다리고 한나는 루이를 늘 찾았다.


그럼에도 내 눈에 젊은 견주들이 살뜰하게 애견들을 관리하고 산책 나오는 것을 보면 내 딸이 저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한나는 내 생각과 다르게 루이를 매우 사랑하고 있었다. 죽음의 연관된 모든 이를 찾아 전부 책임을 지울 기세로 울다가 한나가 잠시 진정하였다. 무서운 침묵이 한참 흐르고,


“그래, 한나야, 엄마가 미안해 루이를 지키지 못해서......"


사실 섬으로 캠핑을 가지고 제안한 것도 나였고, 날짜를 선택한 것도 나였고, 이 결정에 모든 사람이 따라온 것이고, 그래서 루이가 죽었다면 모두 내 책임이고 내 잘못이었다. 남편과 나는 공범이었다. 하지만 루이의 죽음은 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차 밑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루이의 극단적인 선택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주의한 사람들의 책임도 아니었다. 그냥 순식간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루이의 실종부터 원인모를 교통사고까지 나에게 이보다 끔찍한 경험은 이전에도 없었다. 남편은 이 일을 운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우리 둘은 죄의식을 지우지 못했다.


“엄마도 우리 딸만큼 가슴 아프고 감당 못하는 것 알지?” “하지만 이번 일을 우리가 함께 감당해야 해”


내 가여운 피눈물을 한나도 본 것 같았다. 한나는 비난과 범인 잡기를 잠시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알아, 하지만 나도 루이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고……” 한나는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루이를 불러 재 끼며 유골함을 안고 또다시 통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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