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찾아

by 강노아

Day 40


너무 빠른 것은 아닐까……

루이를 잃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가 지금 루이 혈통을 찾고 있는 것일까?

가방을 잃어버려서 같은 것을 사면 그동안 들고 다니던 손 때 묻은 추억의 가방이 되돌아오는 것일까?


나는 의문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기에 실패한 현실을 과거로 돌아가 고쳐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루이를 잃었다가 다시 찾음이 아니라, 잃고 다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루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다가 이게 잘못되었다 느끼고 다시 강아지로 태어나 나에게 돌아오고, 난 우연히 그 아이를 입양하고, 그 아이가 크면서 루이처럼 되고, 나를 놀라게 하는 시나리오가 내 완벽한 상상 속 그림이었다.


그것이 미신이든 망상이든 어쩌면 개의 환생을 고대하고 있는 셈이었다.



Day 50


시간만 나면 한나와 함께 유골함을 들고 공원의 다른 개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다니기 시작했다.

루이 유골함을 안고 루이가 다니던 산과 공원, 그의 흔적이 있는 곳들을 벌써 몇 번째 다녀왔다.


루이가 앉던 벤치, 함께 달리던 잔디, 정말 곳곳에 흔적이 너무도 많았다.


잊을 것 같은 루이의 추억이 나타나면 훅하고 눈물 파도가 마음을 무섭게 휘둘렀다.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과 지인들의 위로, 루이의 유골을 데리고 다니는 시간 때문에

점점 자신이 상처로부터 약간의 자유를 느끼기 시작했다.


루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늘 내 옆에 함께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루이 가자! 옳지”


혼잣말을 하며 죽은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혼자 중얼거리는 것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유골함 대신 살아있는 루이가 나를 따라다니는 느낌도 강하게 찾아왔다.


이러다가 미치는가 보다.


목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식당에도 같이 갈 수 있고, 이제 안고 있어도 무겁지가 않다.

나랑, 버스도 비행기도 같이 타자……


어차피 나도 죽을 것이고 내 가족도 헤어지는 그런 이별여행,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쓰나미가 지나가고 조용해진 느낌, 하나씩 다시 시작하는 기분, 세월은 망각을 안고

다른 온기로 서서히 찾아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루이는 항상 내 곁에 나와 함께 다니고 있었다.


남편도 비행을 하며 루이를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가며 둘 다 이상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다 그렇게 잊히면서,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망각 호수에 남겨두는 것 아닐까,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벗어나야” 하는 선택의 시간이 점점 오고 있었다.



Day60


“그 정도면 그만해도 되잖아?”


엄마가 늘 하던 대로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는 이제 내가 루이로 인해 쳐져 있는 모습이 지겨워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 이세요?”


“아니다. 난 그저 네가 자꾸 힘들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엄마는 걱정도 되지만 너무 오랜 시간 이러는 것이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고 믿는 것 같았다.

루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나서 엄마도 루이 같은 아이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아빠의 반대로 무산되곤

하였다. 아빠는 옛날 분이기에 개가 인격적 대상으로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엄마, 루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제가 불편하세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는 나 때문에 힘들면 연락하지 마세요”


맘에 없는 소리를 또 내뱉고 말았다.


후회할 짓을 또 하고 있다. 돌아가시면 루이만큼 힘들어할 텐데……


전화를 끊자 다시 갑자기 루이의 망령이 찾아 들어왔다.

루이에게 생전에 못한 짓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목욕할 때 발버둥 친다고 윽박지르며 내 방식으로 붙잡아 고문하던 일,

남편은 “쉬었다 해 야지 아이가 얼마나 힘들겠냐”라며 옆에서 말리고 있지만,

난 기어코 젖은 루이를 말려야 했다.


그것은 내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고 양육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다.

루이 털이 완전히 말라야 피부병 안 걸린다는 말 때문에 그 아이 힘든 것을 모르고 2시간 정도 목욕하고 말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와 전쟁을 벌려야 했다.


루이의 하네스며 리드 줄이며 모든 용품은 내 맘에 드는 고급으로 해주어야 직성이 풀렸다.

아이가 속이 깊어서 망정이지 어쩌면 루이가 나 때문에 힘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또 마음이

울컥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하더니 루이 한 테 못한 것이 없는데

자꾸 못해 준 것만 같은 생각이 점점 더 나를 힘들게 한다.



Day90



“여보, 이제 우리 이 녀석 입양하자”


남편의 뚱딴지같은 제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실 내가 당신이 읽던 책을 비행 마치고 호텔에서 읽었어”


“나도 거기서 한 가지 답을 발견했지”


남편은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혈통이야, 혹시 루이의 모견을 찾으면 루이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마음이 들 거야”


“우리 그 생각, 전에 했잖아?”


남편의 제안은 많이 혼란스러웠다.

남편은 책에서 처음으로 “무지개다리”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애견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말을 생각하다가, 루이가 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다른 강아지 몸에 태어나기를 상상해 보았다고 한다. 그때 자신이 미소 짓고 있음도 알았다고.


나 몰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문제는 루이 견사를 찾는 일이야. 그게 가능할까?”


“환생은 없어도 좋고 루이 동생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루이의 모견을 찾아야 해”


남편은 진지했다. 진짜로 이 일을 시도하려는 듯 보였다.


“근데 그게 감당이 될까? 루이가 떠난 지 얼마 안 됐어”


“한번 찾아보자 구, 어차피 맘에 안 들면 안 해도 돼”


갑자기 삶의 어두운 터널에서 빛이 확 들어오는 전율을 느꼈다.

루이가 다시 돌아온다는 설렘과, 루이 닮은 아이가 오면 감당할 수 있을지 하는 혼란, 하지만

설렘이 좀 더 앞서 있었다.


결국 그렇게 운명처럼 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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