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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Sep 12. 2020

아마존 질

언제부턴가 "이 아마존"은 "그 아마존"이 되었다.

아마존 질 :(명사) 아마존 쇼핑을 좋아하여 수시로 물건을 사고 바꾸고 배달 날짜를 기다리다, 그 새를 못 참고 또 주문하는 중독된 쇼핑 습관 (나의 정의)

그러니까 내가 미국에 들어와 아마존 정글이 아니라 아마존 쇼핑에 들어간 것은 순전히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월마트 들어가는데 제한된 인원만큼 수용하고 나가는 수만큼 들여보내는 엄격하고 때론 어리숙한 마트 방침 때문에 갑자기 미국의 다이소, 월마트에서 쇼핑하기가 싫어졌다. 지난번 운전면허 갱신할 땐 3시간 꼬박 밖에 나를 세워 놓아 재난관리 못하는 트럼프 정부를 싫어했는데 (난 유권 자니까) 난 이제  미국 살면서 주로 방콕에 거주한다. 하지만 생존하려니 소소한 물건 구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 근처에 차 타고 가면 타겟 Target, 마리 아노스 Mariano's, 티제이맥스 TJ max, 코스트코 Costco에 금방 당도하지만 전부 귀찮다. 미국인들은 동양인 나를 코로나 감염원으로 생각하고(중국인과 구별 못하니까), 그 미국인들은 관리가 안돼 위험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서로가 실실 피한다. 나가 돌아다니면 이런 모든 것이 불편하다.  가방에 소독제, 소독 휴지 등 챙겨 다니고 익명의 여러 인종을 잠재적 코로나 좀비로 의심하는 인류가 되고 말았다.


하여, 아마존 쇼핑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관세와 배달기간, 환불 교환이 복잡해서 사용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할까?  나는 아날로그 구매를 더 좋아했다.  만져보고, 입어보고 발품 팔아 비교하며 구매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인터넷 쇼핑은 "사진은 맞는데 사실과 다른" 어설프고 모호한 쇼핑 수단이라 별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것-아마존 질-을 시작했다.

뱅크 어카운트를 등록하고 사냥에 들어갔다. 작은 것부터 장바구니에 쓸어 담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이것 봐라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아마존 밀림에서 사냥하고 채집하는 기분이다. 처음이라 그런지 매우 흥미롭다. 물건 품질은 사람들의 평가 리뷰 참조하고, 회사가 소개한 설명을 기준 삼아 판단했다. 아마존 선배들이 별한 개 짜리 "뭐라 카는지 잘 읽어 보고 생각하라"는 조언에 몇 명이나 구매 리뷰를 남겼나?, 별한 개의 불만은 뭘까? 등등 가끔 사전도 찾아가며 열심히 읽었다.


첫 번째 쇼핑 사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충 급하게 필요한 것만 사느라 싱겁게 끝났다.

신속 배달하는 월 12불의 프라임 prime 서비스 가입하라고 자꾸 유혹하는데 최선을 다해 뿌리쳤다.  25불 넘으면 무료배달이니까 까짓 거 미리 주문하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슬슬 질렀다.


며칠 뒤

드디어 첫 번째 전리품이 등장했다. 오호, 친절하게 도착 순간까지 물건의 여정을 휴대폰으로 계속 보고해 준다.  흠 아마존 AI들 무섭다. 이렇게 고객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주도한다. "띵똥" 벨이 울리고 배달원은 바로 사라진다.(나 역시 그가 온 것을 알지만 대면하지 않는다. 코로나도 같이 배달될까 봐)  동시간 휴대폰에 현관 앞 물건 사진과 배달완료 시간이 뜬다.  "훗, 아메리카, 좋은 세상이군"  


미국 아마존 패키지 첫 개봉

박스를 열었다. 충격방지 에어 백과 물건들이 가지런히, 제법 꼼꼼하게 포장되어 왔다. 배송시간과 물건 포장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주문 상품의 실상은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틀리다. 기대만큼은 아니다. 쇼핑 만족은 그냥 7점 정도, 그래도 이 정도 물건에 가격은 참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 개봉하고 조금 지나자 아마존 문자가 띵똥, "배달 잘 받았니?"  그 다음엔 아마존 이멜도 온다. "별 다섯 개로 평가해 줄래?". 한참 지나니 이젠 내가 쇼핑하던 정보를 분석해 이멜이 또 온다. "이런 것도 있는데 어때?". "아마존 이 놈들 AI 많이 키우는구나" 한 마리 아니고 여러 AI가 내 쇼핑 사생활을 분석하고 내 삶 속으로 막무가내 밀고 쳐 들어온다.


생각해 보니 요즘 우리는 e 세상에 완전히 굴종하는 추세다. 기계에게 훈련당하는 느낌? 무방비에 내 사생활과 비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구글은 내가 움직이고 방문한 곳마다 소감이 어떠냐고 계속 물어본다. 아마존 시작 얼마 만에 아마존 배달기사라 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니  링크를 열어 확인해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한국처럼 링크 열면 바로 해킹이다.   




미국의 신용카드는 한국보다 쓰기 좋다. 매달  쓴 돈을 값는게 아니라 사용자의 신용에 따라 한도가 다르고 그 한도 내에서 매달 최소금액만 갚고 천천히 값아도 된다. 당연히 빚이 늘어난다.  신용카드 빚은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돈의 함정, 지뢰 밟은 거다. 아마존은 신용카드와 공생한다. 상품의 생산자도 아니면서 중계무역으로 장터를 만들어 티라노사우러스 가 되었다.


e 쇼핑을 하다 보니  필요 없는데 견물생심이라 자꾸 갖고 싶다. 벌써 에스프레소 머신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두 달 전 한국을 떠나며 생존 무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어디 가든 짐이 불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짐들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한국을 떠나올 때 비행 가능한 무게로 짐을 줄이고 박스 2개를 배로 부쳐 나의 생존 무게를 겨우 줄여 놓았는데 여기서 다시 생존 체중이 불면 안된다. 가볍게 살다 죽어 세상 떠날 때 빈 몸으로 날아오른 성인처럼 살고 싶다.


지구에 살았던 유인원 가운데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가 있다. 260~5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다고 알려진다.  몸무게는 45kg 키는 150cm 약간 넘는 채식주의자였다.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으로 자기 몸을 유지하려면 하루 8시간을 돌아다니며 먹어야 했다. "먹기 위해 먹어야 사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고기를 먹음으로 장기를 줄이고 뇌를 키워 생존에 성공했다.


요즘 현대인들은 카드빚을 갚으려 하루 종일 일 하고 또 e쇼핑으로 카드를 쓰며

멸종한 보이세이 처럼 살아간다.    


지나친 소비는 정신적 혹은 신경증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곧 아마존과 헤어지려 한다. 이유는 중독성과 과소비, 물건을 고르고 분석하느라 머리가 아파서다. 나만의 아마존 사용법을 정리한 뒤 통제 가능한 소비가 가능해질 때 다시 한번 들어 올진 모른다.


인터넷은 지구를 더 작고 좁아터지게 만들었다. 

빠르고 편하고 효과적인 것 같지만 그 세상에서 소비 인류는 돈과 AI의 하수인으로 가볍고 초라해 보인다.   


세상에 덜 길들여지고 미숙한 인간으로 잠시 살다 하늘로 아주 높이 날고 싶다.    

     



이승철: 서쪽하늘     

(다른 것 다 떠나 영상에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두 배우는 모두 이 세상에 없다. 우연히 보다 상념에 젖어 같이 올린다. )

https://youtu.be/8 mT4 RoI2 b4 g? list=TLPQMTEwOTIwMjCvimlt3 niT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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