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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Sep 16. 2020

당신 인생, 아무도 모른다

태평양 건너 다른 시간, 다른 하늘 아래, 고국에서 글짓기와도 느낌이 다르다.


어제 오랜만에 류현진 야구 중계를 보다 문득 이것을 일요일 오후 한가롭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사실 한국 메이저 리거들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응원하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는 새벽시간만 중계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오후에 혹은 밤에 한국과 같은 시간인데 다른 느낌으로 본다. 주말 오후에 느긋하게 볼 게임 Ball game (여기서는 야구를 그렇게 부른다)과 골프 마지막 라운드를 보는 재미는 그동안 즐겼던 스포츠 미국의 특권이었다.  여긴 돌아오니까 이런 게 참 좋다. 


문득 녹화방송과 실시간의 재미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글을 쓸 때도 이야기가 주는 긴장과 궁금함을 고수하라고 스티븐 킹에게 들은 것 같은데, 스포츠가 스토리를 품고 있을 때 변화무쌍한 그 재미는, 투아웃에서 벌어지는 진기명기는, 심장박동을 아우르는 쫄깃함 인듯하다. 어제 뉴욕 메츠와의 현진의 4승 경기가 그랬다. 초반에 한참 얻어맞더니(그때 심정은 아, 끝났구나) 중반에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오, 살아나는군 역시 현진이야) 6회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는 (참 잘했어, 류뚱 파이팅) 당당하게, 현진이 내려오고 9회 말 경기가 끝날 때는 회식을 마친 것도 아닌데 기분 좋고 배가 불렀다. 


야구 덕분에, "우리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조직에 길들여져 살았다. 조직(조폭은 아니다)의 힘은 무섭다. 일정 수준 이하면 도태되고 나 하나보다 전체가 소중하다는 인식이 무의식 안에 훈련되었다. 조직은 나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었고 그 탄탄한 시멘트 길은 -선배들 한 것처럼- 조용히 따라가면 정년이 보장되고 때가 되면 연금 받아 골프 치고 여행 다니는 좋은 직업의 탄탄대로, 그런 청춘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정해진 그런 것이 싫었다. 국가가 노후를 책임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벗들과 대화 기회가 되면 "에버랜드 론", 한 번만 더하면 백번이라는 소리 들어가면서도 열변을 토했다. 


우리 인생은 말이야, 꼭 에버랜드에 갇힌 맹수들 같지 않아? 혼자 사는 호랑이는 서식반경이 400km 이상이고 사자도 무리 지어서 40~50 제곱 km야. 그런데 에버랜드 걔네들 시간 되면 닭고기 던져주지 밤 되면 시멘트 내실에 들어가 자, 우리네랑 뭐가 달라? 아침에 나가서 종일 사람 앞에 재롱떨고 닭 한 덩어리 얻어먹고 한 덩어리는 싸들고 와서 가족 먹이고 시멘트 아파트에서 자고...... 난 말이야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조국을 탈출하여 조직에서 떠났다. (에버랜드 도망 나와보니 처음엔 더럽게 배고프더라) 


그런 야생 미국은 너무 넓고 척박했다. 하지만 자유로웠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론이 바뀌었다. 친한 선배 -그분은 "재미있는 지옥"(한국)을 그리워하는 일인이다-만나면 "한 번만 더 말하면 너 백번이다" 하는 소리 무시하고 "인질론"이 시작된다.


선배, 우린 말이야 소말리아 해적에게 잡힌 인질 같아. 왜 잡혀서 몇 달이고 골방에 갇혀 있다가 인질 협상 안되고 현금 입금 안되면 " 헤이, 컴온, @#!@#$#$!@&^%$" 머리에 포대 씌우고 불려 가, 조금 뒤에 포대 벗기고 머리 뒤에서 권총 겨눠. 이건 뭐지?  하는 순간, "탕" 뭐긴뭐야 비명횡사지. 한참 뒤에 한국 뉴스에 단신으로 나오겠지 인질 한 명 죽었다고.


우주에서 인간 가죽 입고 단 한번 사는데 뭔가에 잡혀 살다가 대항도 못해보고 뒤에서 쏘는 총질에 "헉"하고 끝나 안 웃겨? 선배는 맞장구친다.  " 재미있군, 그래 나도 인질이다" 

조직을 탈출하니 재미없는 천국 미국에서 이젠 "인질론"을 퍼뜨린다. 


뭔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은 없을까? 어딘가에 있다.
정신 있는 현대인은 너나 할 것 없이 외로움에 감염되었고 
한심한 세상에 대해 환멸을 가지고 있다. 



하여, 나는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목표나 꿈을 자신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나로, 우선 만족하고 더 훌륭해지려는 노력은 포기했다. 머릿속에 가득한 목표라는 물건을 버리니 여유가 좀 생겼다.  나는 지금의 나로 만족한다. 이 지점에서 딱 한 가지는 남겨 두었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믿음이다. 


삶의 의문을 해결하려고 멈추지 않고 생각하고 도전 하는 한  우리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영화 피아니스트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안인모 해설

    https://youtu.be/oduqAN5 M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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