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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Dec 01. 2020

시카고 제리 투 @1

Episode 1 시카고

내 이름은 제리 투 2 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카고 제리 투 2 다.


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알아봤겠지만, 톰과 제리에 나오는 그 제리다 그런데 왜 2가 붙었을까? 그건 내가 태어난 지 두 달째 되는 날  생긴 이름이라 그렇다. 나는 시카고에서 쥐로 태어나 쥐로 산지 어제 딱 두 달 되었다. 애기 쥐라고? 무슨 섭섭한 말씀 우리는 1년 정도 살다 죽으니 당신들과 비교해 나이를 생각하려면 계산기 좀 두드려 봐야 한다. 나는 세계 어디서나 인간 틈에 사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다. 미국이라 해서 우리 코가 뾰족하고' 우리 키가 더 크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차피 우리 조상은 아시아에서 넘어왔다 하니 도찐 개찐이다.


  미국에서 쥐가 가장 많기로 소문난 우리 시카고는 지금 전쟁 중이다. 당신들의 치명적인 코로나 때문에 식당이 문을 닫고 음식 찌꺼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다운타운 쥐들은 굶어 죽게 생겼다. 왜 살처분은 우리만 하고 너희는 안 하는지 모르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사는 도시 주택가까지 다운타운 놈들이 쳐들어왔다. 놈들은 먹을 것을 찾아 우리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있다. 심지어 며칠 전 우리 이웃집 제리원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이 동네에는 지역 터줏대감 야옹이, 톰 들도 많은데 다운타운 갱스터 놈들은 톰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시카고는 1871년 대화재로 도시가 한번 뒤집어진 곳이다. 그 당시 10만 명의 사람이 집을 잃고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내고 재건했다. 그때 우리 제리들은 20만이 죽었다. 그렇다 보니 이곳은 낡은 것과 새것이 묘하게 동거한다. 그래서 우리 제리들이 숨어 있을 곳 많 낡은 곳과 호기심 가득한 의 경계에서 정말 재미있게 살 수 있어서 다른 주에서 단체로 자주 관광을 오기도 한다. 그만큼 이곳은 우리들의 천국이다.


 아직 사건 사고가 없는 우리 집은 사람들과 공존하며 잘 살고 있다. 우리 집주인은 미스터 한이라고 한국에서 이민 온 30대 태권도 관장인데 아시안인데도 키가 아주 크고 잘생긴 사람이다. 얼마나 잘생겼나 하면 부인이 예쁜 백인 여자다. 여자가 아시안이고 남자가 미국인인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 집처럼 반대인 커플은 드물긴 하다. 그래서 이 집 남자가 킹카라고 하는 거다. 마샤는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두 사람 사이엔 아이가 없고 미스터 한을 삼촌이라 부르는, 한국에서 온, 마샤가 캉남이라 부르는 뚱뚱한 백수 한 명이 있다. 솔직히 캉남이 때문에 우리 식구들이 먹고산다. 캉남이는 게으르고 더러워서 정말 호감이다. 그는 소파에서 늦은 밤까지 졸면서  피자를 먹다, 새벽에 자기 방 들어가 코 골고 잔다. 그 후론 알겠지? 우리 가족 파티다. 우리 가족에게 한 가지 룰이 있는데 절대 먹다 남기거나 흔적을 남겨 사람들에게 "어머나 쥐가 있나 봐" 소리를 절대 듣지 않는 것이다. "독수리가 떠나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독수리 훈련을 내가 출생 후 한 달 때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우리 할머니(제리 투엘브)는 교관이다. 내 동생 제리원 하고 우리 형 제리포 셋을 지하에 부동자세로 세워놓고 캉남이가 남긴 피자 네 조각을 정해진 시간 동안 부스러기 하나 없이 먹는 훈련이다. 솔직히 피자 한 피스면 내 배가 터지는데 할머니는 동생 제리원이 남긴 것까지 남김없이 먹도록 가르친다. 다 먹고 나면 할아버지 제리 서틴은 부스러기 검사를 한다. 단 한 점이라도 남으면 우리는 셋다 물이 가득 찬 바가지에 코 박고 숨 참는 벌을 받는다.  할머니 친구, 한국에서 한진 컨테이너 속에 숨어서 들어온, K-제리 말에 의하면 옛날 한국에는 쥐 잡는 날이 있어서 우리 동족들이 쥐덫에 잡혀 양동이 물에서 익사해 순교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K-제리들은 물속에서 오래 참기가 생존훈련의 기본코스가 되었는데 할머니는 그 훈련이 미국에도 매우 유용하다며 우리 가족은 그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음식 안남기는 독수리 훈련과 숨을 오래 참는 남영동 훈련을 일주에 한번 이상씩 한다. 그 훈련을 마치면 배도 부르고 물 때문에 트림도 해서 좀 거북하긴 한데 굶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참 그리고 미스터 한 가족은 여기 사는 우리를 모른다.


 아침에 미스터 한과 마샤가 나가면 캉남이가 11시쯤 일어난다. 물론 우리는 밤에 일하기 때문에 더 늦잠 자야 하는데 캉남이가 코 고는 소리를 멈추면 우리 가족은 일어난다. 컥컥, 으음, 음아~이 소리가 자명종이다. 혹시 캉남이가 코 골다 호흡곤란으로 죽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호흡이 멈추면 우리가 깨우려 소란을 피울 준비를 한다.  더 웃긴 건 캉남이가 남긴 피자를 마샤가 포장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캉남이가 아점으로 다시 피자로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면서 " 으응? 어젯밤 분명히 절반만 먹었는데... 내가 더 먹었나?" 고개를 꺄우뚱거린다. " 삼촌이 먹었나?" 크크 백순데 바보다. 머리도 나쁘다. 우리는 캉남이 헛소리에 소리 죽여 웃는다.  찍찍...


 인간들은 모르지만 모든 동물은 사실 언어가 있고, 같이 사는 인간들 말을 다 알아듣는다. 옆집 사는 톰이 그간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것은 자기가 자고 있는데 옆에서 삐리리 하는 주인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자기를 완전히 야옹이 취급하는 것이 그렇게 화가 난다고 했다. 누가 보고 있어도 그게 되나? 열 받아서 그날 본 것을 옆집 톰 13에게 다 일러바쳤다고 했다. 나는 녀석 기분을 이해한다.


 내가 주연인 톰과 제리에 나오는 견공 드루피저 아랫집 사는데, 그 친구는 스패니쉬, 불어, 영어 세 개 언어를 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미국에 이민 와 그렇다고 한다. 우리 동물들이 말 못 하는 척하는 것은 특히 견공들, 주인이 말 알아듣는 것을 알면 자기들한테 신경 안 쓰고 단 몇 마디만 할까 봐  그런 거란다. 말이 안 통해야 불쌍하다고 오래 놀아주니까, 우리 쥐들이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 때문에 밤에만 듣는다. 언어문제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밤마다 천장에서 모든 걸 다 듣는다.


 며칠 전 아주 희한한 경험을 했다. 조금 일찍 일어나 부모님 몰래 집 밖에 혼자 나갔다. 원래 세 달 넘어야 첫 외출인데 어기고 나간 거다.  세상은 참 겁나게 크고 화려하더라. 꽃도 보고 마당에 호수도 보고 참 낮에 근무하는 새도 보았다. 쥐구멍은 세상도 아니더라. 여기는 오래된 동네지만 우리 집은 새로 지은 눈에 띄게 멋진 2층 집이다. 쥐가 살기에는 과분할 정도고 앞에는 넓은 잔디와 낮은 울타리, 백 야드에도 넓은 잔디와 퍼팅 연습장, 또 하얀색 펜스를 쳐놓아 톰 13과 아랫집 드루피 24가 절대 침범하지 못한다. 아참 소개 못했구나, 우리 집에도 루이라고 하는 몸이 단단한 코카스파니엘 26 한분이 계시다. 그분은 움직이는 것만 보면 거의 치타만큼 빠르다. 게다가 몸은 작아도 톰들이 상대 못할 만큼 힘도 세고 목소리도 중저음으로 우렁차다. 성격은 조용하고 마샤 껌딱지다. 우리의 가장 위험한 적, 경계대상 1호다. 하지만 백 야드에서 루이 없을 때를 골라 우리 식구는 나란히 누워 일광욕을 즐기곤 한다. 몰래 밖에 나와 그런지 무섭기도 하고 혼날 것도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 못 볼 것을 보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나무 위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었다. 빛나는 갈색 옷과 비단처럼 곱고 날씬한 외모,  

청설모, 미국 다람쥐다. 그녀는 촉촉하게 기름지고 오뚝한 코와 긴 속눈썹도 가졌다. 우리 제리의 대표 칼라  쥐색을 하고는 그녀 옆에 서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냄새로 그녀가 내 이상형인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갑자기 전신성형을 해서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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