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노아 Dec 01. 2020

시카고 제리 투 @2

Episode 2  외모가 최고야 #1

내 무단외출이 꼬리 밟혔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제리포 형이 나를 괴롭히려 찾다가 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엄마한테 고자질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놈이 뒷담화 하는 놈이랑 박쥐처럼 이리저리 붙어 밀고하는 놈인데 제리포는 하루 나랑 친하게 붙어먹 나한테 들은 얘기를 전부 엄마나 할머니한테 박쥐처럼 고자질한다. 결국  엄마한테 꾸중 듣고 우리 집 정신적 지주 할머니에게 인계되었다. 할머니는 화제를 슬쩍 돌리면 잘 넘어간다. 할아버지 제리 서틴보다 한 달 어려서 서서히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 같다. 할머니는 자주,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그런다. 그리고 끝말잇기도 계속한다. 무슨 주제가 나오면 그 말을 하다가 어떤 단어에 꽂혀 다시 그 단어 중심 주제로 대화를 바꿔서 말을 이어간다. 내가 얼마 전에 "할머니 지금 끝말잇기 하세요?" 그랬더니 엄마가 "쉿!" 쇠소리처럼 가늘게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입을 막눈치를 준다.  난 원래 눈치가 빨라  할머니 약점에 직구 던지면 안 되는구나, 그때 알았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x자 표시하며 알았다고 했다. 그래 놓고는 " 아이고, 이제 그만하세요 , 그 얘기 아까 했잖아요?" 엄마는 자기 맘대로  산다.


"할머니 청설모가 뭐예요?"


 먼저 화제를 슬쩍 돌리자 할머니는 내 무단외출 혼내는 것을 잊어버렸다. "누가 그래?" 몰래 떡 훔쳐먹다 걸린 양, 딸꾹! 하고 할머니가 내 눈 보물었다. "제리포 형이 내가 본 게 청설모 래요." 할머니는 또 무식한 소리 하고 앉았네 하는 표정으로 비웃더니 (할머니가 교만하게 비웃는 것은 눈치 백 단 인 나만 안다. 오른쪽 눈꼬리랑 입이 아주 조금 올라간다 ) "그건 청설모가 아니야, 청설모는 k-제리 나라에서나 보는 거고 여기 걔네들은 그냥 미국 다람쥐야. 그거 헷갈리지 마라" 제리포 형 이놈은 항상 그렇지, 아는 척하는데 알고 보면 과장만 하는 실속 없는 놈이다.  말을 멈추면 할머니가 나에게 벌주는 것을 기억하고  "바가지 물 받아라" 할까 봐 화제를 더 멀리 옮겼다.


"그런데 다람쥐는 왜 우리랑 달라요?"


 아, 멍청한 질문 같다 생각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할머니가 멍청한 질문인 것을 알아버렸다. "우문이구나, 멍충아!" 왜 다르냐고 물으면 내 알 바 아니고 걔는 미국 애고 우리가 아시아 출신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k-제리 말로는 한국 다람쥐는 우리처럼 생겼는데 가죽은 얼룩말이래. "그럼 얼룩 쥐예요?" 할머니가 또 비웃었다. "우리 제리 투는 누굴 닮았을까요?" 할머니가 내 코를 자기 코로 꾹 밀었다. 물론 귀도 세게 잡고, 차마 마음속에 숨어있는 그 대답은 하지 못했다. 할.머.니!


 후, 할머니 징계는 피했다.

 그날 이후 나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몰래 맛본 재미를 아는 놈은 우짜든 고것을 또 하기 마련이라고 할머니는 의미가 담긴 (할아버지 제리 서틴과 연관된?) 말을 하고 외출을 허락했다.


" 그 대신 조심 안 하면 죽음이다. 밖에 다운타운 갱스터 제리들 판 치는 거 알지?"


 나는 그날 이후 "미국 다람 제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름을 약자로 만들었다. "미다제" 근사했다. 더 줄였다. "미다" 미다 씨! 소리 내어 불러보니 더 멋있다. 나는 우리 원쑤, 멍멍이 코카가 마샤와 산책 나간 사이, 우리 가족 전부 쥐잡기에 잡힌 것처럼 백 야드에 주욱 누워 일광욕하는 틈을노려 지하 아지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지식은 랩탑이 가지고 있는데 어디서 구하지? 당연하지! 캉남이 컴퓨터. 캉남이는 집에서 노는데 게임하느라 노트북이 있다. 야동도 본다. 지난번에 캉남이 지붕에서 야간 도청업무 할 때 다 들었다.  헤드폰 끼면 안 들리는 줄 알지만 Bose 헤드폰  Noise cancellation 기능이 없으면 다른 건 다 밖으로 소리가 새 나온다.  먼저 게임 소리부터 들린다. "아도~겐~" 그 소리가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박쥐 제리포 형이 알려줬다.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 나는 소리라고, 옛날 버전인데도 아직 그걸 한다. 폭력적인 놈. 하기사 뚱뚱한 백수라 어디 가서 스트레스 풀데 없으니 그거라도 해야겠지. 이어지는 게임은 스나이퍼 3d 어쌔신이다 ( Assassin 암살자, 자객이란 뜻이다. 스나이퍼는 쉬운 단어라 다 알겠지? ) 암튼, 이번엔 사람을 죽인다. One shot one kill! 캉남이는 매일 밤 한 30명씩 죽인다. 그리고 나  3분쯤 지나자 갑자기 캉남이가 큰 소리로 "으허~"괴성을 내더니 쏴~화장실 물 내리고 바로 코 골고 잔다.  얼마 뒤에 제리포가 알려주었다. 자위하는 거라고. 자위가 머냐고 하니까? 크면 안다고 하면서 일본이 전쟁 망하고 군대 대신 자위대를 만든 것을 참고하면 알 거라고 했다. 뭐라고? 무슨 말인지...


 나는 캉남이가 코카 산책시키라는 삼촌 말에 "아, 씨" 하는 작은 소리를 내나가는 걸 듣고 몰래  노트북으로 들어갔다. 비번? 아뿔싸. "0000"을 눌렀다. 바보들이 자주 쓰는 번호다. 앗싸! 열린다. 캉남은 역시 바보다. 검색어 " 청설모"부터 먼저 눌렀다. "미다"닮은 사진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아니 아니야, 먼저 할머니 설명이 맞나 보러 온 거야. 아, <이미지>... <전체>를 누르자 설명이 나왔다. 그래 이거야. 할머니 말이 맞았다. "자위대" 도 눌러보았다. 아, 씨 제리포 이 자식 또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했구나.  


  그런데 이상하게 검색 중에 작은 화면이 겹쳐 나왔다.  거기엔 "부모님의 사랑, 스승님의 은혜, 선생님의 정성...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의사 가운 입은 남자 옆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 찾아봐야 했다.


조금뒤  구글 어시스턴트가 말했다.

성형광고입니다.


나도  피부 갈아엎고, 얼굴도 좀 작게 하면 미다 가 관심갖지 않을까?


그래 이거야 ...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시카고 제리 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