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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Feb 15. 2022

어른의 숲

 어른들이 사는 숲으로 들어간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성인이 되면, 우리는 얼마 못가 활개 치던 무대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우린 어른들의 숲으로 들어간다. 어르신이 되기 전 머무는 마지막 그곳으로...


 고형렬 시인은 그의 저서 "은빛 물고기'에서 연어의 일생을 시어로 축약해 아름답게 절여 놓았다. 나는 그의 책을 따라가다 그의 섬세한 연어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시 들을 수 있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뛰어난 귀소성, 넘실대는 파도를 헤치며 험준한 연해주 바다를 이겨낸 패기, 그리곤 마침내 살아 돌아와 마지막 삶의 여력을 소상하는 그 끈질김에서 진지한 생의 거룩함을 느낀다. 이들의 삶을 돌아보다 나는 호기심 덩어리 호모 사피엔스가 머무는 어른의 숲을 상상한다.


 어른의 숲은, 거친 바다를 살아내고 마침내 고향에 당도한 연어의 모천 앞바다를 닮았다. 그곳에선 바다에 맞춰진 자기를 민물에 맞도록 수정하려고 삼투압을 조정하며 며칠 동안 머문다. 준비를 마치면, 그들은 야심한 밤, 사람의 인적과 소리가 사라진 그즈음, 먼저 온 순서대로 힘차게 강물로 뛰어든다. 바다의 연어는 이때부터 알을 낳고 죽으려고 금식하며 산의 연어로 변한다.






늘 궁금했었고, 답을 찾아 헤매었다.


삶의 궁극은 무엇일까?


직업의 삶을 마치면 그다음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깝게 지내던 선배는 한 개의 직업으로 일생을 마치고 백수로 지낸 지 몇 년 되었다. 그는 노는 일을 어색해하다가 지금은 익숙해져 잘 놀고 있다. 직업의 삶을 마치면 잘 노는 것? 그것이 삶의 종점일까?

 나는 그가 떠난 빈자리, 작은 소파에서 그를 생각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우린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몰골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존재가 성숙해서 매끄러운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은 그놈, AI(나는 우스개 소리로 "애 아이"라 부른다)가 나타나는 바람에 허접한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요즘 사람은 이미 작은 컴퓨터 휴대폰이 점령해 버렸고 코로나는 인류를 기계로 편입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아이들은 기계의 부속이 되어 어른들이 사랑했던 돈의 세계에 깊숙이 집중해 삶이 돈이고 돈이 삶인 한물 간 자본주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연어가 바다의 짠 몸에서, 태어난 민물의 원래 몸으로 바꾸는 것처럼 직업의 바다에서 짠돌이 노릇하며 축적된 돈의 짠맛을 어른의 숲에선 내려 놓을 때가 되었다.


돈이 있어 가족에게 독재자로 군림하고, 무엇이든 자기 고집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던 바다 생활은 고쳐야 산다. 자기 삶이 어디서부터 고장 났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자각하고 통찰한 자가 비로소 어른의 숲에서 죽을 준비가 된 셈이다.


어른의 숲에선 나보다 성숙한 어른을 만날 수 있다. 언어는 품격 있고 생각은 단순한, 삶의 절정 죽음 앞에서 소상하기 전, 가져본 적 없는 그 단단한 자기다움으로 뽀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허접한 정치인이나 지식인으로 포장한 그들과 다르게 생겼다.


 그들은 니체가 "짜라투스트라"에서 말한 위버멘쉬 Übermensch를 닮았다. 위버멘쉬 Übermensch는 넘어섬을 뜻하는 ‘Über’와 인간을 뜻하는 ‘mensch’가 합쳐진 말이고, 인간을 넘어섬, 인간의 한계를 극복함이라면, 나는 니체가 말한 낙타의 삶을 세속의 권위에 복종하는 직업의 삶으로 보았고, 사자는 전통의 가치를 부정하며 자유의 쟁취를 위한 투쟁으로서 깨달음, 거듭남(종교적 의미를 넘어서)으로 보았다. 그리고 초인의 경지가  어린아이라는 논리적 비약에 살짝 놀랐지만 마흔다섯 즈음 진심으로 니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이제야 어른의 숲에서, 나는 연어가 아가미를 통해 신장에서 짠물을 토하듯, 세속의 짠물에서 어머니 자궁 속 민물로 회귀할 준비를 한다. 나의 자만, 아집, 가끔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불완전함도 어른의 숲에서 녹여내며 감사하곤 한다. 그래서 사도 파울로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다"는 고백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어른의 숲은, 우리 모두가 어르신이 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곳이다.


나는 어른의 숲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문장으로 신호를 보낸다.

함께 삶을 고민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돈돈 돈쓰돈돈  쓰쓰쓰 돈돈돈 쓰 돈 쓰돈쓰스 쓰쓰쓰 돈돈쓰>     

 

     https://youtu.be/v4Ou0hinJ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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