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노아 Jul 04. 2022

Perfect

삶의 위대한 순간

 영원히 늙지 않는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을 집 근처 AMC River East 21에서 관람했다.  


 그 나이 어르신이 직접 항공기 중력가속도(G)를 견디며 촬영하는 의지도 대단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자그만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 에너지와 박제 인형처럼 변치 않는 그의 외모다.  


 톰의 출연작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려 18년 전 상영했던 라스트 사무라이다.(사무라이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영화였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나이가 사십은 넘어야 당시 이십대로 그 영화 감성을 공유할 것 같으니 세월이란 녀석 참 그렇다.


 톰은 영화에서 사무라이 검술을 빼어나게 소화했다. 잠깐 배워 저렇게 연기하면 검도인인 나는 검을 놓아야겠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톰은 참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그때 매력적인 배우 한 명을 더 알았다.  


 와타나베 켄이다.



 그는 삶을 통찰하는 한 인간의 고뇌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무사의 진지한 모습을 잘 연기했고 "Perfect" 란 대사도 내 가슴에 남겨 놓았다.


 과거 전쟁의 깊은 상처로 벌거숭이 영혼이었던  알그렌 대위 (톰 크루즈)는  포로가 되어 사무라이 마을에서 치료받을 때, 카츠모토(와타나베)와 교감한다.


"완벽한 벚꽃송이는 드물어... 그 한송이를 찾아 평생의 인생을 허비할 수 있지만 그것이 헛된 삶은 아니야"


 알그렌 대위는 포로생활에서 그들의 리더였던 카츠모토와 공동체의 영적인 삶에 매료되었고 자기 영혼도 치유되고 있다고 느낀다. 결국 그는 자기를 훈련교관으로 고용한 일본과 서양 편에서 나와 사무라이의 길을 택한다. 알그렌 대위(톰)는 카츠모토전우가 되어 마지막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다.






극적으로 살아난 알그렌.


그는 천황을 만나 전사한 카츠모토의 검을 건네고 ,  

"Perfect"하게 떠난 라스트 사무라이를 마음에 품고 역사에서 사라진다.






나는 웅장한 화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영화 탑건:매버릭보다 이번에 다시 찾아본 작은 노트북 속의 라스트 사무라이가 더 크게 마음에 와닿았다.  


 18년 만에 다시 찾은 카츠모토의 "Perfect"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머릿속에 잡초 같은 수많은 생각과 무질서를 내 맑은 이성으로 제압할 때,
잔디를 깎아 정갈해진 정원을 바라볼 때 ,
 초고를 퇴고하고 스스로 만족할 때,
 손흥민이 골을 넣었을 때,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고통받던 묵은 문제를 해결할 때,
대지위에 소나기가 포탄처럼 쏟아질 때,
투자자에게 pitching 하고 기회가 열렸을 때,
 누군가 내 도움을 기뻐할 때,
융단을 깔아놓은 하늘 위로 비행할 때,
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내가 차려준 밥을 길냥이가 맛있게 먹을 때,
 그랜드캐년 절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미시간호가 정지 화면처럼 잔잔할 때,
일출과 일몰을 관조할 때,  
그리고
미워하던 사람과 진심으로 화해할 때,
오마이갓 대신 퍼펙을 읊조린것 같다.

삶의 위대한 순간을 조금더 간직하고
죽음을 맞이할때 퍼펙을 말할 의식이 조금만 남겨지면 좋겠다.  




https://youtu.be/k3sRzY_RXDk

작가의 이전글 삶의 나사와 못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