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여행
왜 우리는 삶을 통해 성장해야 할까?
주변의 생명이 스러져 갈 때 희미해지는 기억을 아파하며 이것을 성장의 재료로 사용해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하는 질문들이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대중교통으로 대전까지 설레는 여행을 시작했다. 고속버스 안에서 갑자기 추억하나 가 머리를 툭치고 지나갔다.
단체로 미국 서부 관광을 한 적이 있었다. 3박 4일 한인 여행사가 모집한 상품에 참여하여 "옐로스톤,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년"을 관광하는 일정이었다. 여행은 엉망이었다. 버스 안에서 강요된 자기소개와 장기자랑, 지나친 통제, 미숙한 안내, 분주한 일정, 가이더에게 돈을 거두어 달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나쁜 추억만 남았다. 조용히 혼자 다니거나 가족들과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자유롭게 돌아보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내 생전에 단체관광은 “노 땡큐”가 되었다.
인생도 단체여행처럼 함께 학교 다니고 함께 직업을 갖고 비슷한 가정을 이루고 늙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은 커가고 돈은 더 많이 들고 더 오래 일을 하고, 남이 하니까 똑같은 방식으로 도드라지지 않게 살면 훌륭한 인생 승객이 된다. 이 단순한 삶의 질서에 항상 의문을 품고 살았다.
버스에서 모두는 규정에 따라 정해진 여행을 한다. 자유로운 것 같으나 같은 목적지로 말없이 향한다. 마침내 여행은 끝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승객은 모두 내린다.
잘 살았을까?
이게 잘한 건가?
노후자금 마련하고 아들딸 시집, 장가보내고 건강하면 정말 이 생은 성공한 건가?
상념을 안고 나도 버스에서 내렸다.
어머니는 안 본만큼 더 늙어 보였다. 손수 장만한 선물을 챙겨 드리고 좋아하시는 어머니와 대화를 시작했다. 침대에만 종일 계셔서 휠체어로 옥상 정원에서 잘 들리는 귀( 한쪽 귀는 잘 안 들리신다) 쪽에 앉아
태양의 온기를 느끼게 해 드렸다.
“어머니, 오늘은 어떤 일이 제일 재미나고 좋으세요?”
“뭐라고?”
어머니는 내 입모양을 보며 난청을 극복하려 했지만 알아듣지 못하셨다. 두 번 만에 알아들으셨다.
“아, 오후에 하는 물리치료 랑 운동이 제일 좋아”
“왜 좋으세요?”
“일전에 다친 다리 회복이 잘 돼서, 나으려고 그러지. 여기 참 좋아 ”
“하하, 아까랑 말이 다르신데?”
어머니는 조금 전에 빨리 죽어서 이 요양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고 하셨다.
"빨리 나으셔서 건강해지세요. 저랑 여행도 다니셔야죠 "
죽어야 하는데, 다친 다리 회복이 중요하고 일과 중에 운동이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어머니 몸도 중요하지만 남은 인생은 자기 정리도 하셔야 해요.”
“무슨 정리?”
진심, 궁금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신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 삶의 여정, 행복한 일들, 신앙 정리 뭐 이런 거죠.”
“에이, 하루 살기 힘든데 그런 거 관심 없어, 옛날 생각하면 화만 나지.”
노인은 생각보다 무력한 몸과 마음으로 삶에 진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그냥 지나 가는가 보다.
어머니는 아직 정신이 멀쩡하시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어린아이로 퇴행하고 뇌는 여러 질병에 심각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생각이 더 많아졌다.
"올리버 색스"가 생각났다.
"남은 시간 동안 친구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글도 더 많이 쓰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여행도 가고 싶습니다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서울에 도착할 무렵 오래된 질문과 상념이 교차하며 겨우 마음 정리가 되었다.
성장의 증거는 가을과 색이 비슷해 보인다. 초록이다 잎을 떨구기 전 비로소 본색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낙엽처럼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의 색을 세상에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별이 좋아 날아버린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생명들, 그들도 아름다운 색을 남기고 떠났다.
<끝>
<루이, 날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마음에 담은 생각을 손가락으로 그리기가 이렇게 힘든지......
여러분 모두의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