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조회했는데 휴대폰에 숨어 사는 AI쥐새끼들이 내 취향의 다른 물건을 번쩍거리며 소개한다.
딱 한 번 검색했는데 너튜브에 같은 종류의 영상이 며칠째 등장한다. (지난번 집 근처에 사는 뱀을 조회했는데 내 대형 스크린에는 뱀에 관한 영상이 며칠째 나를 따라다닌다. 쥐와 뱀을 싫어하는 나에겐 재난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편리해지기는커녕 더 시끄럽고 더 복잡해졌다. 물건의 실체는 1도 만나지 못한 채 과장과 거짓을 덧입은 수많은 물건이 눈앞에 펼쳐지고 늘 선택과 판단의 책임은 나 혼자의 몫이다.
기계는 인류를 지구 생태계에서 사이버 생태계로 옮기기 시작했다. 전쟁도 기계와의 전투로 바뀌었고 의사도 판사도 작가도 기계가 대신할 날은 이미 도래한 것 같다. 이세돌이 기계와 바둑을 둘 때부터 이미 알아봤어야 했다. 인류는 기후변화 전에 AI에게 멸망할 수순을 밟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구관이 명관인가 보다.
눈과 귀를 닫고 세상을 잠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숨을 쉴 것 같아서...
윤회가 없다고 믿지만 혹시라도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사이버 문명을 상대하며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걸러내며 버티는 이 시대는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