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시트를 교체하다 새삼스레 침대에 깔려있는 전기장판이 보였다.
" 너도 참 늙었구나." 오래전에 한번 교체했지만 그것은 낡았다. 뇌는 즉시 전자파라는 단어를 생각해 내 전자파에 노출된 자신을 떠오르게 한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으며 씰씰해진 한국날씨에 조금 놀라곤 물 온도를 조금 올리려다 어떤 유튜버의 말이 떠 올랐다. "세탁기 물 온도 설정, 아무 소용없어요, 전 무조건 그냥 빨아요. " 나는 그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20도로 온도를 맞추어 돌린다.
한국에 돌아오니 딱 그렇다. " 자, 뻥이요~쾅 " 와글와글,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 사람들의 소음, 시장바닥, 나라별로 보면 서양은 레스토랑 같고 동양은 포장마차 같다. 그래도 포장마차, 그 시끄러움과 더러움은 묘한 매력과 중독을 일으킨다.
이제 또다시 적응해야 한다.
그 적응포인트는 과장과 호들갑, 자화자찬과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것이다. 또 AI의 검열도 벗어나야 한다. 휴대폰의 몇 가지를 조절해 기계가 나를 감시하지 못하게 하고 광고에서 탈출했다.
인류는 어느덧 아는 게 너무 많은 세상에 입문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양치할 때 적당히 헹구고 플라스틱 용기도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과일은 흐르는 물에 두어 번 씻으면 그만인데, 나는 아는 게 너무 많아 조심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개인방송자는 개인의 삶에도 뛰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한다. " 무조건, 그냥, 기절, 경악, 환장, 난리 " 브런치는 그래도 작가들이 퇴고라는 과정을 거쳐 정보를 전하지만 유서핑(YouTube Serfing)을 하다 보면 대문에 내놓은 제목부터 내레이션 서술까지 유치하고 틀린 문장이 많다. 메이저 방송국은 또 그들을 따라 한다. 궁금하게 만들어 들여다보게 하는 유치한 방법을, 오직 <구독과 좋아요>로 돈이 되는 일을,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만든다. 나는 인터넷 세상에서 오직 브런치 댓글에만 <좋아요>를 누른다. 애쓴 작가의 한 단어 한 문장, 지우고 또 지우며 정성껏 빚어낸 그 수고가 느껴져서...
미국에서 은퇴한 윤리학 은사님을 아주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 교수님, 이젠 지식이 암기에서 벗어났잖아요? 그럼 미래에 지식은 무엇입니까?"
내 학창 시절 드물게 박사과정을 제대로 마쳤던 그가 씩 웃더니 대답했다.
" 미래지식은 지식을 분별하고 판단해서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하는 능력이겠지"
때론 모르는 것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