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말하는 시계앱을 깔자 보이지 않던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입니다.
"좋아"
배터리가 떨어지면
"배고파요 밥 주세요"
알람을 끄려면 퀴즈를 풀어야 한다.
54-26=?
느림보가 계산을 마치자 알람이 꺼졌다.
국영수가 중요하던 시절을 살았다. 미국에 처음 이민 갔을 땐 영어가 절실했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가 전부 무효라 답답하고 안쓰러웠지만 낡은 집 수리하듯 고쳐 살아야 했다.
한국에 들어와 글에 손을 대다 보니 이젠 국어가 딸려 국어사전을 끼고 산다. 손등에 모르는 단어를 적어 외우던 몰몬교 선교사처럼 시인의 감칠 나는 단어를 만나면 핸드폰 메모에 적어 외운다.
내 문장은 서툴고 조사는 늘 어렵다. 주술관계는 엉망이고 퇴고하기 전 다시 살피는 내 초고는 늘 프랑켄 스타인의 괴물이다. 그렇다 보니 문창과 아이들과 AI들이 뽑아내는 수려한 문장 앞에 내 문장은 항상 꼼짝 마라다.
좀 더 빠르고 좀 더 확실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살아야 하는 호모 플라스티쿠스.
기계와 더불어 사니 우리는 편리함을 변명으로 삶의 절반이상 기계와 사랑을 나눈다. 그래도 아직 기계가 띨띨해서 여자 축구처럼 부자연스럽지만 지금 초등학생이 커서 나라의 완장을 찰 때쯤, 머릿속으로 햄버거를 생각하며 키오스크와 눈 마주치면 스스로 분석, 주방의 사람 일인과 로봇 일인 이 알아서 할 것이다.
쩐 사랑 인류와, 치매 트럼프가 망쳐놓은 지구기후는 6차 대멸종을 부추길 것이고 겨우 살아남은 영장류는 다이소 플라스틱과 망가진 기계 쓰레기 틈에서 먹거리를 찾아 유랑할지 모른다. 그전에 죽어 겨우 다행이다.
국영수는 기계 없이 살아갈 때 필요한 서바이벌 키트 같다.
모국어를 잘 다루고 산수가 능해야 어떤 직업에도 적응할 듯하고 특히 수학은 뇌를 위해 필요하다. 영어는 달러$처럼 한국어가 세계어 될 때까지, 또 영화를 볼 때나 해외여행을 다닐 때 필요할듯하다. 여기 추가하면 잘 놀기 위해 예체능 하나 더.
기계와 살아가는 철기시대 우리는 지하철 자랑하다 이젠 무기까지 만들고 선박도 제조하고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지만 사실 여느 부자나라처럼 산업화를 통해 돈과 쓰레기를 만드는 인류로 진화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에 전기가 나가도 생존할 지식이 어쩌면 국영수 아닐까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육영수가 아니라 국영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험공부로 국영수를 하지 말고 인생공부로 할 걸 후회가 막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