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정체성은 나의 정체성 이기도하다.
글을 쓰면서 숙제 같던 질문이 오래 고치며 쓰는 글, 오래 고민하며 만들 글이 계속된다면 아마추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고민이었다.
사실 나는 삶에서도 아마처럼 살기 싫었다. 이전에는 직업에 몰두하는 삶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생겨 글쓰기에도 그런 관심이 생겼고 내 자신에게는 프로가 되고 싶었다.
나는 한국 시골집에 머물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 보았다. 텃밭 농사를 비롯한 사소한 집수리작업에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내가 절대적 아마 강자라는 사실이었다. 무엇인가 배우고자 할 때 유튜브를 따라 하는 것이 현실과 와닿지 않음을( 독자의 주목을 위해 영상을 만들기에 실제 적용사이에 괴리가 있어서, 자전거 여행자의 영상을 예로 든다면 여행기록이 드론의 수고와 독자를 의식한 여행자 스스로의 위로일 뿐 실제와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유튜브의 태생적 허구를 알게 되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사이버 티칭이 그랬다.
내가 직접 채굴에 나서야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려면 그만한 품삯을 지불해야 했고 시행착오가 덤인 것은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다. 지식은 때로 굴러들어 온 것처럼 얻어졌다. 징그럽고 미숙한 AI알고리즘에 먼지처럼 떠다니는 쓰레기 정보에서 내게 필요한 지식을 건지는 것은 때로 대단한 노력이나 열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얻어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전공한 분야가 아닌 곳의 지식에 대해, 내가 이전에도 지식 넝마주이란 말을 쓰는데) 다행히도 한국에 훌륭한 도서관 시스템이 있임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훌륭한 지식의 난지도였다.
오늘은 웹서핑 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뉴욕 거주 재미작가 한 사람이 흥미로왔다.
나도 외국생활을 오래 한 탓에 국내보다 재미작가에게 관심이 많았고 특히 이창래 작가에게는 이미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어린 작가가 노벨 한강을 넘어 더 좋은 글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사적이라 공개하기 곤란하지만 오늘 발견한 작가는 내가 쓰는 글의 정체성을 함축한, 아니 나와 글투가 비슷하나. 일반인보다 훨씬 출중한 실력과 뛰어난 서사 전개의 능력이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모국어로 글을 쓰고 그는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점과 서로 삶의 궤적이 다르다는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를 통해 내 글의 정체성을 알게 된 것은 유의미한 수확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내 글의 정체성을 모른 채 방황하다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 마치 자전거 국토종주를 완주하고 시련극복의 상으로 도파민을 한 상자 받은 기분이었다.
새해가 되었는데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 우연한 행운에 감사하며 내가 써온 방식이 옳았다는 확신 찾기를 소망한다. 모쪼록 브런치 글벗들도 새해에는 자기 글의 정체성 찾기에 성공하기를 또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