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루틴을 무시하고 새벽부터 독서를 했다.
도서관 마감일이 다가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것은 헬렌 니어링의 책이었고 한국어 번역이지만 나름 섬세하고 세련된 번역으로 부드럽게 읽었다. (가끔 영어책을 읽기도 하는데 난 아직 한국어가 더 편하다. )
책을 덮으며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는 글로도 이야기하고 말로도 이야기한다는 사실.
어제는 가족과 다퉈 휴대폰이 깨질 만큼, 성층권의 얼음을 뚫어낼 만큼 소리를 지르고 아침엔 순한 양이 되었다.
이 놈의 성질은 죽어야 없어질 모양이다.
니어링 부부의 삶을 읽으며 그들은 안 싸우고 지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처럼 나이차이가 이십 년가량 나고, 남자의 학식과 인품이 훌륭하면 안 싸울까 생각해 보지만.
책에 안 나온 게 있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싸운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구구절절 변호와 주장 다짐 내 의견...
마음이 찹찹해진다. (남의 상처를 구경하는 이혼숙려캠프 대사 같아서)
그래 우리는 글로 말을 하고 말로도 말을 한다.
글로 하는 말이 말로 하는 말보다 어려워서, 또 나무 위에 새겨지는 거라서 더 값져 보이긴하다.
난 아직도 서정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유식하고 복잡하고 우월해 보이려는 글, 또 지나친 미사여구에도 묘한 반감을 느낀다.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진심을 전해주는 글과 말로 평생을 평화롭게 이야기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