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가 넘어져

by 강노아

전셋집 마당에 벚꽃나무가 많았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라 네 살쯤 꼬마는 강원도 전방에서 대전으로 또 이사를 와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낯선 환경에 불안장애 강아지처럼 이곳저곳 냄새를 맡고 다니며 함부로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벚꽃은 점차 무르익어 마당은 온통 꽃밭으로 변했고, 그곳은 아이가 커서 감동 깊게 보았던 영화 "라스트사무라이"의 엔딩 장면과 닮아 있었다.


말 그대로 "perfect"이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엄마는 아이의 외마디 비명에 놀랐다.


" 엄마! 꽃나무가 넘어져"


무슨 일인가 바깥을 내다본 엄마는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곤 미소를 머금은 채 아이를 불렀다.


" 괜찮아, 원래 꽃잎은 떨어진단다"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


부인에게 전화해 보니 어떤 노인의 급발진 운전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노인민국으로 변해있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실수에게 죽임을 당하는 시대.


100세 시대 노인복지를 이야기하지만 노인들은 하루를 보내느라 한숨만 쉬고, 젊은 노인은 아직도 일을 한다. 젊은 젊은이는 집돌이가 되어 젊은 노인의 밥을 얻어먹고, 늙은 젊은이는 기계에게 밀려 다시 젊은 노인의 밥을 얻어먹는다.


예전에는 머리에 꽃을 꽂은 아이가 마을에 하나였다면, 알코올중독에 빠진 우리나라는 지금 절반이상이 머리에 꽃을 꽂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


작년 말부터 이 땅을 등진 이순재, 김지미, 윤석화, 송도순, 안성기 님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나를 몰라도 나는 그들의 꽃 같은 노래와 연기와 웃음을 보며 살았는데 그만 꽃나무가 넘어져 버렸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 대다수가 이들의 꽃을 보고 살았을 텐데 우리 마음의 꽃나무가 넘어져 버렸다.


모범생으로 죽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유명해지면 글 먹고사는 언론국무총리와 사는 게 심심한 여론 대통령의 쿵작 맞아 북 치고 장구 치는 소리에 휘둘리고 그들은 또 시민을 선동한다.


좌향 앞으로 갓,

우향 앞으로 갓,

제자리에 서!


귀 막고 입 막고 살다 몰래 한번 세상을 들쳐보면 게을러 드레싱 안 한 붕대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세상에는 걸린 죄인과 안 걸린 의인 두 종류의 사람만 산다.


친구집에 갈 채비를 한다.


먼 길 떠나는 이의 노자돈 대신 난 가슴에 남은 그대와의 추억과 눈물을 꼬깃꼬깃 봉투에 담아 네 가슴속 깊은 곳에 꽃아 주고 어이어이 울다 오련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롄데.

누가 나를 위해 울어나 주지?

염려만 하다 생각을 멈춘다.

죽은 놈은 모를 텐데 뭐...


올해는 연초부터 꽃이 너무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그래도


산사람은 이 악물고 또 하루를 살아야 하지 않겠나...


" 엄마, 꽃나무가 넘어져~"


" 괜찮아, 원래 꽃잎은 떨어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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