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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Dec 13. 2019

브런치, 말빨과 글빨

처음부터 알았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Platform이 글 쓰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개발되어 있음을.


어떻게 보면 다움 카카오 사업의 일환이지만 가벼운 심사를 통해 사람들을 모집하다 보니 나름대로 작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블로그보다 한 차원 높은 글을 공개하며 작가가 될 것 같은  설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얼마 못가 견디기 힘든 고민들이 여기저기 지뢰처럼 묻혀 있음을 보게 된다.


출간 작가들이 놀이터를  넘어 목표한 그곳에 도착 하면,  뒤따르는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낯선 

세상을 낮은 톤으로 들려준다. 그곳은 바로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작가라는 직업의 한계 지점이다.


브라운관에 반짝 떠올라 갈채를 받고, 아주 긴 시간 방구석에 틀어박혀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배우를 닮았고, 우연한 히트곡에 역주행하여 스타로 등극한 오디션 출신 가수가 무관심에 묻혀 길을 잃고 , 불러 주는이 없어 알바라도 뛰며 먹고살아야 하는 현장이다.


애초부터 유튜브 조회수로 밥 먹고 사는 것이 녹녹치 않음은 상식으로 알았다.  인물 번듯하고 목소리라도 좋아야 호감 받고, 사건이 쇼킹해야 찾아오니 이도저도 갖지 못한 사람은 발붙일곳을 찾기 힘들다.


말빨(말발)  말 잘하는 사람,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


말발이 좋으면 대중에게 시선을 끄는 선동가도 될 수 있고 강연자나 스타가 될 수 도 있다. 그 말발이 좋아 저명인사가 되어 수많은 강연과 책 출간 거기에  유튜브 운영까지 소위 말발로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그들의 성공은 말발로 얻은 명성과 돈이다.


그들도 매일 요리할 말 꺼리를 찾아 이 책 저책 데치고 인터넷을 삶으며 그곳에서 나온 연기  냄새 킁킁 맡아 대중이 모르는 그 무엇을 찾아내 자기만의 특유한 말발로 조미하고 불맛내서 한 접시 말 요리 만드느라 매일 밤을 지새울지 모른다. (노력이다) 하지만 말발 좋은 사람은 남들보다 그것을 쉽게 요리하고 청중을 웃게 만드니, 그 말 요리를 먹고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한 번쯤 호탕하게 웃은 것 생각하면 거기 가서 시간 보낸 것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


글빨도 그렇다.


글을 쓰면서 읽게 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다, 이 사람이 선천적으로 글빨이 되는 사람인 것을 직감했다.  그의 글은 수려하며 자연스럽고 심지어 괴팍스럽다.(개성 만점이다) 당연히 괴팍한 그의 상상력에,  되는 글 빨로 순식간에 데치면 소설 한 권은 후딱 만들어진다.  물론은 그가 글을 위해 공들인 노력과 세월은 인정 하지만 사실은 글빨을 갖고 태어난 셈이다.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은 사실 모두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노력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이라고 말한다.


이 놈의 재능, 글빨은 하루에 천 번 Push up 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 10마일씩 달려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글쓰기 책을 매일 탐독하고 글쓰기 강좌에 앉아 글빨 좋은 사람들의 강의를 듣는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매일 읽기와 쓰기를 하면 조금씩은 늘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내 휴대폰이 잉잉거린다. 구독하기를 누른 작가들의 글이 밤새 작업의 산고를 통해 교정과 퇴고를 진통하며 만든 글들이 새벽이면 "응애" 하며 출산 하기에.  내가 "좋아요" 한번 누르면 라이킷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열심히 읽고 응원하는 라이킷을 전해 드린다.


글 작업을 하면 최소 두 시간은 자판 앞에 꼬박 앉아 초고와 탈고까지  또 맘에 안 들면  마우스를 더블클릭하며 수술한 시간이 얼만데 고작 읽어주는 사람은 5분.  글을 본 사람은 수십 명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밥이랑 똑같다.  한 시간 만들고 10분 먹는다.  한 시간 치우고)


친인척, 지인 동원해 구독자 만들고 그들 응원받아가며 "나 이 정도 구독자 있어" 하고 가슴에 구독자수 

훈장 달고 써대면,  예비작가들이 "좋아요" 와 "구독하기"를 좀 더 눌러 주겠지만, 이것도 하기 싫다.  


가끔, 말발 좋은 애들이 별로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좌중을 흔들며 쥐락펴락, 커피숍을 들었다 놨다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도 한 말발 하는 사람이지만 침묵을 지킨다.


왜?  잘하고 있으니까.


시시한 신변잡기 이야기를 수려한 글빨로 풀어내는 것도 그렇다. 참 술술 풀어가는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그 글을 다 읽고 나면 " So what "이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  그냥 쓴 거다.  뭘 어쩌라서가 아니라.


미국애들하고 가깝게 지낼 때 친하게 지내던 나보다 몇 살 많은 John을 알게 되었다. 그의 집이 골프장 한가운데 저택이라 누가 봐도 부자 남자사람이었다. 미국 교회에서 만난 신앙적 동질감도 있어서 그 집에 초대도 받고, 이야기는 골프 이야기로 흘러들어 다음번에 친구들 데려오면 자기 집 동네 골프장에서 라운딩 하게 해 준다고 하였다.


앗싸, 호재였다.  부랴부랴 함께 매주 운동하던 절친들을 소집하여 나를 포함해 한국사람 3명과 호스트 Host 좐 해서 포썸 Foursome 경기를 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프라이빗 Private 골프장을 오게 되다니 황홀했다. 요금표를 보니 게스트 Guest로 들어와도 각자 129불 정도다.  평소에 퍼블릭 Public에서 칠 때 30불 정도 내고 다녔는데 헉소리 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웬일, 좐이 전부 계산한단다.  이거 참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미쿡 사는 사람 다 아는 일이지만 미쿡 사람들 대체적으로 짠돌이다.  더치페이 Dutch pay는 기본이고 우리처럼 "한턱낼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탄할 사건에 내 친구들은 입이 찢어져 오버 Over 하며 땡큐 Thanks를 연발하고 좐은 어깨를 으쓱하며 "머, 이 정도를" 하는 눈치였다.  


골프장은 역시 수려했다.  잘 다듬어진 잔디 하며 전기 전동카트의 상태뿐 아니라 그린 Green 상태는 타이거 우즈가 와도 될 만큼 빠르고 매끄러웠다.  심지어 라운딩 Rounding 도중 음료를 팔고 다니는 직원도 모델급이었다.  하얀 금발 미녀가  가슴골 드러나는 v neck 상의에 짧은치마를 입고  하얀 이빨 눈부시게 드러내며  부자동네  골프장에 입성한 부자 같은 한국인들에게 친절을 선물하였다. 

 

물론 그날의 음료수 정도는 우리 몫이었다.  팁은 부자처럼 듬뿍. 그런데 이 행복한 라운딩에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왔다. 늘 하던 대로  1불짜리 내기를 하며 경기를 하는데 (물론 좐은 내기에 끼지 않았다) 

타수 계산을 잘못하여 돈 계산이 꼬이게 된 것이다.  


16번 홀쯤인 것 같다.  


이제 곧 경기를 마치는데 우리 중 한 사람 언성이 높아졌다.


" 잘 봐 하나, 둘, 셋, 저기서 오비 OB 났지? 그럼 벌타 먹고 파5니까 트리플 Triple 이잖아?"  


우리 중  연장자 최 박사는 열이 올라 흥분해 있었다.  한 타에 1불 돈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맞고 틀림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물론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초보님 이셨다)

 

세명의 한국인이 맞다 틀리다 하며 홀아웃 Hole out을 못하니 좐이 거들었다. 그는 한국말 한마디로 못하는데 한국말 틈에 새어 나온 더블보기, 트리플 보기를 알아듣고 끼어든 거다.


"I think, triple borgey, right?"  


갑자기 끼어든 외국인 호스트의 판정이 내려지자 언쟁은 순식간에 중단되었다. 창피했다.  내가 다리 놓아 초청한 건데, 이 무슨 꼴이람.  저 사람들 배운 사람들이 왜 저 모양이야,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네, 내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나머지 두 홀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냥 공만 쳤다.


라운딩을 마치고  좐과 헤어져 우리들만 식당에 가서 뒤풀이를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기의 다툼은 순삭 되고 낄낄대며, 아까 네가 그래서 외국인만 아니었으면 확 엎어버리려고 했다, 왜? 그러지 그랬어하는 등, 늘 그러듯 먹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 저기 말이야, 다음 주에 한 번 더  라운딩 Rounding 부탁하면 안 될까?  이번에는 우리가 나누어서 

그린피 Green fee 다 내고 그 사람보고 그냥 몸만 나오고 부킹 Booking 만 해달라고 해봐"


최박사의 부탁하는 눈빛에는 은밀한 강요도 들어 있었다.  연장자의 간청하는 말에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암시가 담긴 아주 가벼운 애교 섞인 눈 떨림까지 추가해서.


나는 전화를 걸고 말았다.  

마음속에서는 이건 아니야,  좐이 얼마나 싫어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르고 말았다. 


 " Hi, John"  


전화 속에 나는 수다쟁이처럼 조잘대며 지난번 라운딩 때 미안했다,   그리고  골프장 좋았다,  

너 때문에 참 기분 좋다고 친구들이 말하더라, 그런데 그때 미안해서 다시 한번 부킹 해서 우리가 그린피 내고 ( 원래 거기 주민은 게스트보다 적게 20불 정도 내면 된다,  그러니까 좐에게는 그리 호의도 아닌 셈이지만), 다시 한번......  하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좀 거센 목소리가 들려왔다.


" So what!"


잠시 침묵이 흐르고 전화가 끊어져 있는 것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때 미국 살면서 처음 그 소리를 들었다.  그 후로  좐은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  


So What


다 읽고 나면 그래서 뭘 어쩌라고.  내 글도 다른 작가들에게 그렇게 읽힐 거다.  


어차피 우리 글은 일반인들이 잘 읽지 않는다.  우리끼리 쓰고 던지고 읽고 라이킷 ( 난 처음에 한글로 라이킷 이 뭔지 몰랐다.  미어 캣 동생인지 미키 마우스인지 이걸 주면 좋은 건가 보다 생각했다.) 주고 읽어서 좋아 보이면 구독 누르고 구독받으면 그거 준사람 찾아가 유심히 살피고 글 가족이 된다.  앞으로 그 사람들이 내 삶의 일부가 된 거다.


여기 브런치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 보인다.


톡톡 튀고 거의 많은 내용이 신변잡기다.  당연히 어려운 글, 무거운 글, 재미없는 글은 여기서 비추다.

블로그 업그레이드라 할까 좀 더 글빨 좋은 사람들이 구독자 때문에 가벼운 글, 쉬운 글, 재미있는 글에 

치우친다.


인생이라는 무거운 "오르기"(물론 내려가기 하는 분들도 계시다)에 그 누구 하나 무겁다고 그 무거움이 어째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힘들다는 것은 많이 보았다) 그냥 어느 산을 어떻게 오르고 있다는 말뿐이다.  누구를 만났고 누구랑 뭐 했고 뭘 봤더니 좋더라,가끔 자기 생각 써내리면 그 생각이 얼마나 가볍고 부족한 생각인지 성찰해보지 않은 이야기도 나온다. 내가 그 나이 때 "그러면 안 되는 거지" 하고 느끼던 그것들을 옳다고 믿으며  가감 없이 막 던진다.


마음속이 혼란스럽다. 삶을 살면서 진짜 삶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듣고 싶은데 )


그냥 글빨로 말발보다는 손이 많이 가는 조금 어려운 작업을 끝내고 던져지는 거다. 글빨 좋은 사람은 오자나 탈자 말고 중간에 문장 전체를 들어내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빨 좋은 글을 읽고 나면 생각할 여백이 없다. 난 시간 내서 읽어 줬는데 읽고 나서 생각해 보면 so what이다.


영화를 보다가 10분 만에 닫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소개, 줄거리 다 읽어보고 싫어요 보다 좋아요가 많은, 장르도 고민해서 골랐는데, 침대 등받이로 베개 두 개나 넣고, 침대 옆 스탠드에는 주전부리와 음료수까지 준비하고, 침대에서 멀게, 노트북에 연결한 큰 모니터에 화면도 눈 보호 기능 없애고 환하게,  초롱초롱 눈동자로 보고 있는데,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아 정말, 영화 저렇게 만들면서 돈 쓰고 앉았나?"


책도 그렇다


그나마 서점에서 뒤적거리며 대충 읽어 보다 이러고 출간 작가라는 이름표 달고 싶나 할 때도 있다. 외국사는 교포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혀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있고 혀가 딱딱한 사람이 있다.  영어는 한국말 하는 스타일로 대부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미국에서 사람 뽑을 때 영어 잘하는 사람보다 기획안 만드는 사람을 선호한다. 말발과 글발 좋은 것이 좋은 강연, 좋은 책은 아니다.


내용이 문제다.

번역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말 번역이 하도 어려워서 원서 찾아 그 대목을 읽어 본때도 있다. 번역서는 더빙으로 외국영화 보는 것과 똑같다.  번역가라는 성우가 원작품에 새로운 소리를 입혀 다른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 그래서 한강의 맨 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한글 원본이 더 좋다) 외국 것 워낙 숭배하는 우리 문화적 습관 때문에 번역 서적이 서점에 줄을 서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난 우리말이 좋다.  


영어를 뛰어나게 못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내 모국 어니까 좋고, 세계적인 언어로 손색이 없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몇 년 안된 호스트들 한국말 실력 보라. 미국에서 수십 년 살아도 가끔은 미국 친구들이 농담하는 거 못 알아 들어 먼저 웃고 나중에 슬쩍 왜 웃었냐고 물어본다.  


한국어 에는 독특하고 아주 깊은 정서가 담겨져 있다.  언어는 문화를 머금고 민족과 역사가 새겨져 있다.  


미국인들은 성대 구조가 염소 Goat 라 우리 같은 성악가 소리를 못 낸다. (영어를 잘하려면 염소처럼 말하면 된다.  아니면 배에 힘주고 코끼리처럼 말하던지) 요즘 글을 쓰면서 단어 하나하나가 노래의 음정처럼 소리가 다르고 작곡하는 기분도 든다. 어떤 단어가 글 속에서 어떻게  감동을 주고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 것 같다. 나 혼자 내 글에 반해서 지인에게 그렇게 태어난 내 글 좀 읽어 보라 하면 


지인은 " So what" 그런다.  "이번 생은 망한 거다"


문제는 서점에서 나에게 툭, 버려진 그런 책의 출간 작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세 먹고살기란 다시 태어나 신이 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 처음 들어와 창업에 집중하면서 시간 나면 글쓰기와 강의를 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무명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 곧 알게 되었다.  일이야 그렇지만 그동안 써놓은 에세이를 책으로 내고 싶어서 한 30군데 출판사에 의뢰한 것 같다. 여러분 다 받아봐서 아시는 


" 죄송합니다. 꼼꼼하게 읽어 보았으나 저희가 진행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작품이 있다면 투고 부탁드립니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무례하게 대답 안 하는 출판사는 한 60% 정도?  화가 났다.


이것들 뭐라고 1000쪽 원고를 개무시하지? 메일을 썼다. 제발 뭐가 문제인지 알려달라고.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 굳이 이런 답장을 하면 안 되는데 부탁하시니까 몇 가지 적겠습니다."


그녀는(여자로 보이는) 정말 솔직히 투고 원고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 가운데 "외국생활 오래 하셔서 비문이 너무 많습니다.  교정도 부족하고요."


난 그때 알았다.  이 길이 예사로운 길이 아니구나. 그때 공부해서 알았다.  편집자, 출판, 판매, 손익 분기, 비문, 윤문,가판대 앞자리, 영업사원,Social media 노출, 베스트셀러  등 다 알고 나니 글 쓰는 것이 무서워졌고, 나는 글빨이 안 되는 사람인 것도 알았다.


그것을 알고 인정하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새해가 오기 전에 내 브런치도 청소하고 정리할 계획이다. 이 브런치 놀이터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놀면 될 것 같다. 이 안에서 야구 선수되려고 야물차게 공 던지면 그 공에 다치는 사람도 있고 그거 받아주는 사람도 힘들 것이다. 축구 선수되려고 너무 폼나게 누가 나 안보나 하고 공차면,  친구들이 "재는 패스도 안 하고 혼자 저런다" 할 것이다.  아저씨 아줌마가 배드민턴 치면 줄넘기하다가 한 번쯤  " 잘 치시네요, 저랑 한번 하실래요?" 하면 되고 어린애가 훌루후프 돌리다가 자꾸 떨어트리면 언니 오빠가 와서  "내가 보여줄게 자, 따라 해 봐"  잡아주고 같이 놀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는 글 놀이방 브런치다.


솔직하게 좋은 글에는 좋아요 누르고, 작가 응원하려면 댓글 달아서 말해주면 된다. 브런치 작가들이 이 글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두드렸는지 알아주는 것도 작가이자 독자의 의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좀 비우고 진실하게 각자 나이에서 느끼는 사건 속에 숨겨진 자기만의 깊은 생각을 나누고 응원하고 해 보자는 뜻이다. 나를 포함하여, 생각 없이 글을 써서 올리다 보면  점점 더 공허해 질뿐 이다. 처음에는 이 놀이터에 흥분해서 두서없이 글을 올리다가 이제는 김장독 같은 작가의 서랍에 담가 놓는 일이 많아졌다.  나중에 익으면 먹으려고...... 


나 같은 생각을 이미 하고 뒤쳐오는 후배의 글빨 없는 글을 보며 미소 짓는 글 선배들 미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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