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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Dec 21. 2019

짧은 단상

"뻥이요"


저 소리가 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막은 채 그쪽을 쳐다봐야  했다.


 "펑!"


굉음이 들리고 연기가 자욱하면 소유즈 착륙선에 우르르 팝콘이 튀어나온다.


어린이들이 와하고 모여들어 깨끗하게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고 뻥튀기 아저씨는 뭐라 하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암직한 풍경이다.


뻥치다

동사 (속되게) 허풍을 치다. 혹은 '거짓말쟁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이 단어가 시장통 뻥튀기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작은 곡식이 뻥 기계를 거치면 멋지게 부풀어 오른다.

터져 나온 다른 형태의 간식 뻥튀기를 먹어 본 사람들은 "뻥치시네" 그러면 

"거짓말하시네" 아니면 "허풍 치네"라고 이해한다.


거소증을 갱신 때 사진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미국의 형편없는 증명사진 기술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최상급 포토샵들이 즐비해서 검색을 하고

동네 근처에 포토샵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게, 제 것 맞나요?"


촬영 후 컴퓨터로 사진 선택을 하고 식사를 마친 뒤 찾아간 사진관에서 내민 내 얼굴은 

얼굴에 잡티 하나 없는 잘 생긴 40대 초반이었다.


" 네, 맞습니다.  누구나 얼굴 사진은 보정을 좀 하니까요"


보정이 뭐지? 멍한 내 모습을 보더니, 뭘 이거 보고 놀라나 촌스럽게,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계산을 마치고 휘리릭 사라져 버린다.


사진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 하마터면 구를 뻔했다.

잘 나온 사진 보면서 걷느라고.


내친김에 운전면허증도 거소증도 국내 신분증은 사진을 전부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얼마나 잘 생겼는지 여기 브런치에 내 사진을 올리면 독자들은 보고 놀라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잘생기긴, 뻥치시네"

  

선진 한국의 경탄할 뽀샵 기술과 무엇이든 맡기면 입학 에세이 대필, 서류 위조, 경력 위조, 학력위조 등

뻥치는 사회를 알게 되었다.


사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차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정직에 대한 신념이다.

정직한 사회는 정직한 사람들이 만들고 정직한 국가는 국제 신뢰를 얻기 마련이다.


업무와 주거를 위해 오피스텔에서 살다 보니 1년 단기계약을 하고 상황에 따라 주거지를 옮겼다.

그런데 일 년에 한두 번 월세를 시간에 맞게 내지 못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집을 관리하는 부동산 실장에게  이러저러해서 이번 달 월세가 늦었는데 며칠까지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입금 후에는 이번 달 늦게 보내 죄송합니다, 주인에게 죄송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  

문자 하고 살았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신기하게도 집주인 아주머니가 인사하러 나왔다.

누군지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산을 하면서 부동산 실장이 몇 가지 공제 금액을 돌려주며 이건 모르면 그냥 공제하는데, 

선생님이 그동안 저희한테 신용이 있어서 제가 도로 돌려 드릴게요.


신용? 내가 무슨 신용?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니  항상 월세가 조금만 늦어도 문자 주시고 하는 게 너무 신통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월세 안 내고도 배 째라고 하던지  보증금에서 까라며 도리어 화도 내거든요.

오늘 주인아주머니도 일부러 시간 내서 그동안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죠.


참 신기했다.  늦게 낸 것도 미안한데 늦게 낸 경력이 신용이 되었다.

기분 좋았다.  좀 웃기지만, 그날 집주인과 살갑게 인사하고 영화처럼 손 흔들며 헤어졌다.


물론 그들이 착한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월세를 들어가려면 크레딧 체크Credit check를 한다.

신용 점수를 보고 직장을 물어보고 연봉이 얼마인지 다 알려줘야 한다.

처음에 딱 한번 아파트에 살아 봤는데 얼마나 까다롭게 조사를 열심히 하는지 처음 입국한 사람은 신용이 없어주변 지인에게 크레딧 보증도 빌어야 한다.

 그들의  사회는 정확한 조사에서 정직이 시작되고 기본적으로 정직한 편이다. (물론 다~는 아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 영화평은 얼마 전에 올렸는데 그 영화에서도 변호사와 상담하며 개인 가정사를 무척 솔직히 

이야기한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들 문화의 정직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 이 영화 연말에 상 받을 것 같다 )


그러나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정직이 오염되었다.


한국계 이민자들도 변호사와 결탁해 일하는 곳을 속이고 영주권, 시민권 수속 들어가는 사람을 

내가 직접 보았다.  말리고 싶었고 나중에는 신고하고 싶었지만 동포라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이민국은 한때 종교 이민도 수사해서 거짓으로 이민서류를 꾸민 목사들의 이민서류를 취소한 적도 있었다.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를 오염시킨 공로 때문에 이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시선은 무척 까다롭다.

 

자기가 사는 사회가 어찌 되었든 정직한 사람으로 살면 된다.

이 정직은 누구에게 보여주는 품성이 아니고 자신에게 보여주는 품성이다.


어떤 분이 연애할 때, 집이 수원인데 강남에 산다고 뻥치고, 남자가 바래다주면 강남 근처에서 헤어져

 집에 돌아 가느라 개고생 했다고, 그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 그래서 그 사람하고 잘됐어?"

" 아니 나중에 헤어졌지.  그래도 시원하더라 그 후로 집에 직진하게 돼서  "    


뻥은 글에도 나타나고 얼굴에도 쓰여 있고 삶에 새겨진다.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상대는 말만 안 할 뿐 사실은 다 아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 저 안 했어요" 

그러나 비흡연자 선생님은 귀신처럼 안다.

담배를 안 피우니까.


정직한 사람도 거짓을 귀신처럼 안다.

거짓 냄새가 나니까.


작가 이 외수는 


"소설은 허구다.

그러나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창조된 허구다.   

사실과 진실은 엄연히 다르다.


사실은 마음밖에 존재하는 실제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진실은 마음 안에 존재하는 감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라고 한다.


글쓰기 선생들은 


" 글은 진실하게 쓰세요"

      

정직한 사람의 글은 진실하게 느껴지고 진실한 글은 독자의 감동을 차지한다.

진실하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고 진실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느라 무지 애를 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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