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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Aug 23. 2019

어른으로 산다는 것

정말 어른일까?

 어른이란 성인으로서 모든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것을 의미한다.

 또한 어른은 다 성장해서 제 힘으로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나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어른은 제 구실 하는 사람을 넘어 성숙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도 가진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온전한 자기 자신을 눈부시게 느끼고
타인과 관계에 절제되고
여유로운 자신감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 수준의 리더십을 가진 상태로 사는 것




 온전한 자기 자신

 온전함이란 지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자신을 통제하고 때론 자유롭게 자신을 발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온전함의 상태를 공자는 논어에서 "종심소욕 불유구"의 나이 70에 해당한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훨씬 어린 나이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여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는 수준에 다 다를 수 있다.  공자의 경험과 삶의 정황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는 너무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도를 닦으려고 태어난 것은 절대 아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또한 이 훌륭함이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금전적 성공을 거두는 , 혹은 권력을 갖는 일도 아니다.

인생은 저마다의 다름을 가지고 자연과 우주의 멋진 조화에 기여하며 개인으로
행복하고 전체에게 유익한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에 동참하며 지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넬슨 만델라는 인생을 참 잘 살아낸 사람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인권운동가라서 그를 훌륭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그는 가정생활에서 성공하지 못했고 남아공 경제 문제도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했다. 다만 그는 27년 교도소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서 단단해지고 훌륭해졌다.  


훗날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 어떻게 감옥생활을 하면서 복수가 아닌 용서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는가?" 
"만약 내가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인생의 가장 어려운 과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에 성공해서 훌륭한 것이다.



 타인의 아픔에 대한 민감함

 어른으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만드는 방법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민감함을 갖는 일이다.

얼마 전 살인사건의 보도가 큰 반향을 불렀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는데 너 다음 생에 태어나도 또 그러면 또 죽는다" 전생과 윤회가 본인의 신념이기에 그것에 문제가 없고 사이다 같지만 뭔가 아쉽다. 문제는 생명에 대한 둔감함이다.  사람을 죽이고 토막을 낸 것은 인류 역사 어디를 봐도 옳은 일이 아니다.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꼬여서 이번 생에서 그렇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은  타당한 논리도 아니다. 그리고 살인은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타인에 대해 둔감(그가 죽은 것) 하나 자신(내가 모욕당한 것)에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영화 모범시민은 2009년 개봉한 제라드 버틀러와 제이미 폭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영화는 단란한 가정에 침입한 범인들이 잔인하게 아내와 딸을 죽이고 기소되었으나 법의 교묘한 틈을 이용해 합의를 보고 한 명만 처벌받고 한 명은 풀려난다. 법 제도와 인간의 비열함을 동시에 느낀 주인공은 10년 동안 준비해서 범인들과 관련되었던 법무부 직원과 변호사를 처리하고 범인을 치밀한 계획으로 잔인하게 죽이는 영화다. 범인을 죽일 때는  복수의 쾌감도 사이다처럼 같이 느끼지만  왠지 씁쓸하다. 결국 영화의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불에 타 죽는다.

권선징악과 미국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비판, 모범시민의 악한 변신이 어우러진 영화다.


억울한 일은 세상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억울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과 해결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마음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둔감" 하다. (당연하므로)자신에게 민감하고 타인에게 둔감하면 자신의 모든 행위는 정당성을 갖는다. 내가 아팠던 만큼 너도 아파야 하고 더한 고통도 줄 수 있다는 자신만의 정의는 불의와 가깝다. 그러나 당사자가 되면  이런 문제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청년 어른" 안중근은 1879년 태어나 1910년에 사망한 30대의 젊은이다. 그는 1909년 10월 26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 코레아 우라"를 외치고 체포되었다. ("우라"에 대해서는 만세라고 해석되는데 러시아 군이 돌격할 때 외치는 함성이기도 하다.  최근에 러시아 군대 사열식에 푸틴이 사열식을 시작하는 선언을 '우라"로 하는 것은 참 인상적이다) 이 젊은이가 어른인 이유는 일제 수괴를 살해한 것만이 아니라 사형을 기다리며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미완의 저서 "동양 평화론"과 그의 의연한 행동 때문이다. 

"청년들을 훈련시켜 전쟁터에 몰아넣어 수많은 귀중한 생명들을 희생물처럼 버려 피가 냇물을 이루고 고기가 질펀히 널려짐이 날마다 그치질 않는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한결같은 마음 이거늘 밝은 세계에 이 무슨 광경이란 말인가 말과 생각이 이에 미치면 뼈가 시리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타인에 대한 민감함은 그의 삶의 거대한 축을 이루고 어른답게 살고 어른답게 순교했다.







스캇 펙은 그의 유명한 저서 '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진화의 기적이라는 소제목으로 엔트로피를 설명한다.

이 부분은 대단히 주목할 가치가 있어 먼저 소개하고 적용을 해 보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자연법칙 중에 가장 중요한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는 언제나 보다 정돈된 상태에서 덜 정돈된 상태로, 보다 복잡한 분화 상태에서 단순한 분화 상태로 흘러간다. 이것을 설명하는 좋은 예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시냇물이다.  이 과정을 거꾸로 돌려놓으려면 에너지나 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화의 흐름은 엔트로피의 힘과는 정반대이다.  진화의 과정은 유기체가 단순한 분자 구조로부터 보다 고차원적인 복합구조 즉 분화되고 정돈된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p388)


정신적으로나 영적인 것도 같은 원리로 이해가 된다. 이 현상은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으며 스캇은 이 힘의 근원을 사랑 (그의 정의에 의하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북돋워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나가려는 의도"라고 정의했다)에서 찾았다.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이 "사랑의 힘을 이해하고 확장하는 과정"이다 라고 이해된다.



우리는 사랑할 능력이 있는가?

스스로 엔트로피를 거슬러 올라가 성장의 목표치까지 전진할 의도와 힘이 있는가?




 

미용실에서 내 머리를 관리하던 직원이 그만두었다.

우스울지 모르지만 참담했다.  그녀가 맘에 들게 머리를 잘 손질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가면 알아서 척척 해주니 고맙고 즐거운 순간을 늘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원은 나이 많고 건강한 아주머니였다.  선택의 여지없이 그녀에게 선발되어(?) 낯선 잡담에 적응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왔다.  머리가 맘에 안 든다. 이제 당분간 미용실 찾기를 위해 많은 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새로운 것은 잠깐 신선하지만 우리는 즉시 익숙함으로 그것을 변화시킨다.  여행지의 호텔을 가면 잠깐 신선하지만 얼마 안 가 짐이 풀리고 모든 물건의 위치 들은 내가 살던 곳과 비슷하게 배치한다.

새롭지만 익숙한 것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편하게 여기는 생활습성은 우리의 정신적 성장과도 관계가 있다.

스캇도 말했지만 (그는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게으름"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게으름이 위로부터 내려오는 엔트로피의 힘이라고)

나는 이 관점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힘이 바로 엔트로피라고 해석하고 싶다. 익숙해지면 모든 것은 신비로움이 사라진다. 새로운 여행지, 호감 가는 이성, 맛있는 음식, 새로 구입한 옷, 심지어 어제 이사 온 집까지.......


 미용실의 새 미용사가 나에게 손질을 마치고 물어봤다.

" 머리에 젤이나 뭐 바르세요?"

" 네, 에센스 바릅니다"

" 오 멋쟁이세요"

" 누구나 다 하지 않나요?" 

그녀는 머리를 잘 관리하는 남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나를 단골로 만들기 위해 수작(ㅎ)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남자들이 머리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평가에 저으기 놀랐다. 자신의 머리를 누구나 다 잘 관리하는 줄 알았다.

어쩌면 모든사람들이 인생의 심각한 목적, 의미, 가치 이런 것들 생각 안 하고 산다는 생각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가치 있게 잘 사는 것보다, 잘 먹고 안 아프고 남들보다 폼나게 사는 조건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어른을 위한 나라는 없고 아이들로 가득 찬 세상만 남은 것은 아닌지, 나도 어른 흉내 내고 어른되기를 소망할 뿐 아이로 살다가 죽을 것은 아닌지 조금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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