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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Jan 11. 2020

글에 보이는 얼굴

소셜미디어 Social media 에는 글이 넘쳐난다.

가장 잔인한 글은 익명의 가면을 쓴 나쁜 댓글이고

가장 훌륭한 글은 실명의 얼굴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글에는 작가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그것은 육체의 외모가 아니라 영혼의 내면이다.


어떤 글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보이고 용감한 청년의 얼굴도 보인다.

글의 화자는 작가를 대언하는 존재라서 글 에는 얼굴이 남는다.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 여사는 여러 단편 작품에  다양한 인간들을 소개 하지만  

그 주인공 틈에서 라여사의 내면 얼굴은 항상 선명하게 보인다.  

그녀가 단숨에 문학계의 거장으로 떠오른 이면에는 벵골 여인의 아름다운 겉사람과 속 사람이 

일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는 책에 찍힌 그녀의 실물보다 글에 새긴 영혼의 얼굴이 더 좋다.

모습과 문화가 남다른 동양 것을 간직한 부모의 모진 삶에 피어난 얼굴이라 더 그렇다. 

애매한 이방인으로 살아, 수줍고 진지한 그녀만의 내밀한 아름다움은 남다르다.   


독자들은 글을 읽기 전 작가의 나이, 학력, 경력, 얼굴 그중에 얼굴을 제일 먼저 볼 때가 있다.  

때로 작가의 얼굴은 중요한 호감, 구매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가장 멋진 얼굴을 게시판에 올려놓는다.

나는 장남이라 어머니 얼굴을 빼어 닮았다.


어머니 지구를 올려놓았다.   

그 어머니는 한국 서울에 계시기도 하고 미국 시카고에 나를 품고 있기도 한다.




나는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팬이다.

그녀에게 관심이 시작된 것은 영화 'HER"의 목소리 연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잘 아는 명작이지만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가볍게 소개하면 


주인공 테오도르 (호아킨 피닉스 역)는 아내와 별거 중인 편지 대필작가다.   

내성적인 그가 인공지능 쓰맨따Samantha 를 만난다.

그녀와 삶을 공유하며 기계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다. 

고독을 처리하는 그녀의 솜씨는 일품이다.


나도 영화 속 그녀를 듣는 순간 그녀와 그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충동을 받았다.

나중에 쓰맨따의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 인 것을 알고 나자 나는 그녀의 광팬이 되었다.

그녀가 내 이상형이 된 셈이다.  

그 후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사랑스러운 눈빛에 애정을 담아 진지하게 감상한다.


사람의 글은 목소리보다 내면의 얼굴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내면 얼굴은 영혼의 얼굴, 마음의 얼굴인데 편의상 "쌩얼"처럼 "마얼"이라 표현하자)


보통 남녀가 갖는 첫 번째 인상은 외모에서 시작된다.

생태계 동물은 수컷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반해 인간은 여성이 아름다움을 노력한다.

반면에 인간 남성은 능력을 열망한다.  능력 그것은 "돈 버는 능력"이다.  


덴마크 젊은 철학자 스벤 브링크만은 " 철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번역된 저서에서 

이 "돈 버는 능력"을 "도구화의 문제"로 지적한다. 

돈 버는 능력이 인간의 가치나 도덕적 선 혹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보통 남자는 돈 버는 능력을 갖고 여자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면 계약이 이루어진다.

(요즘은  그 반대도 있다)

그 계약은 혼인신고 다.  이 계약의 효력은 신고로 시작되지만 파기는 재판으로 끝난다.

남자의 능력은 일생동안 롤러코스터를 타고 여자의 외모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화얼(화장한 얼굴)"> 쌩얼>마얼 


신혼여행 혹은 낯선 호텔에서 첫날 아침을 함께 맞이할 때 낯선 침대보다 더 낯선 것은 

옆에 누워 있는 쌩얼의 그 낯선 분 이다. 


낯선 쌩얼은 이처럼 첫날 아침 해가 솟을 때 발각되지만 넘어갈 만하다.

익숙해 지기 때문이다.  서로가 쌩얼을 트고 나면 방귀 트듯 편안해진다.  


그러나 평생 반려자로 상대를 선택하면 그때부터 여자는 자기 남자를 위해 화장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화장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평생, 키가 안 맞아 질질 끄는 내 추리닝 입은 쌩얼 여자와 함께 살게 된다.  

나이가 좀 들면 여자는 애벌레처럼 뽀글이 파마머리로 변태 한다.   

나의 평생 반려자 그녀는 곧이어 평생 동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온다.

그 녀석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나랑 만든 게 아닌데 자기가 개 엄마라고 말한다.


더 나이 들면 남성 호르몬을 영접해서 목소리에 은근슬쩍 남자의 중저음을 섞어 쓴다.  

웃음소리도 호탕하다.  게다가 손바닥 힘도 쎄 진다.  한 대 맞으면 통증이 이전 같지 않다.


조금 뒤 연속극에 빠져 아이돌 스타의 조각얼굴 보며 말한다 " 저거 내 꺼야",


이무렵 남자들은 스칼렛 요한슨과 홀로 영혼 재혼식을 올린다.  " 내 꺼도 있다" 


마음의 얼굴은 시간과 함께 변해간다.

혼자 살면 혼자 변해가고 부부로 살면 같이 변한다.  마치 나이테처럼.


성직자 중 가톨릭 신부와 불가의 승려는 혼자 산다.

사람들은 이분들이  독신이라 신성하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혼자 살기 때문에 자기를 교정할 필요가 없다.

주변에 성직에 몸 담는 친구들을 보면, 혼자 사는 이 분들은 순진한 아기 같을 때가 많다.

기독교 목사는 결혼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부부 싸움도 하면서 얼굴이 변한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가면 성자 얼굴이 된다. ( 참다 보니 성인군자다 )


사람은 이처럼 세월과 함께 마음의 얼굴이 달라진다.

건강한 마음의 얼굴을 가지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름답게 계속 변한다.


아름다운 마음 얼굴 은 


균형 잡혀있다.


험한 일을 당해도 침착하며 상대 기분 나쁘지 않게 차분하게 말한다.

싸움보다는 자기 의견을 정확히 개진하여 상대가 잘못한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피부미인이다.


환하게 빛이 난다.  창백하여 우울하거나 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는다.

웃는 모습이 많아 그를(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환해진다.

밖에서 참담한 일을 겪고 들어와도 다시 웃게 만들어 준다.  


섬세하게 생겼다.


눈코 입을 하나씩 뜯어보면 개별적으로 잘생겼다.

때론 코에 반하고 입술에 놀라고 눈빛에 녹는다.

배려가 많아 작은 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상대를 위해 희생한다.

당장은 말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섬세한 사려 깊음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살다 보면 얼굴이 서로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나이 들어가며 얼굴에 실을 넣지 않아도  젊어지려 애쓸 필요도 없다.

늙음도 아름다움의 한 장르 Genre, Stage이기 때문에.


얼마 전 외국 작가들의 소식을 알고 싶어 안 쓰던 페이스 북을 오픈하였다.


계정을 만들고 나자 인공지능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와 관련지어 추천 친구들을 마구마구 쏟아 내었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인터넷의 위력이 대단해서 차근차근 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곳에 잘 모르는, 참 예쁜 여인의 얼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대충 이런 글을 달아 놓았다.


"저 전화번호 바꿀까도 고민했습니다.  제 착오로 전화번호가 공개됐는데 해외에서부터

하루 종일 모르는 사람들의 전화 폭탄을 맞았어요.  저  페이스 북  답 안 합니다. "


얼굴이 안 보이면 진짜 친구들은 못 알아볼 테고 참 난감해 보였다.


외모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독해하는 능력을 가져야 아름다운 사람을 찾고  만날 수 있다. 

진실한 말과 정직한 글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뇌가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글 속에는 속 얼굴이 보이고 내면 얼굴이 예쁜 사람을 만나면 

나도 덩달아 환하게 웃게 되고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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