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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pr 22. 2024

일하기 좋은 카페 아이스타일

오늘 읽은 책 : 페이스 - 이희영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카페지만 항상 2층에만 머물렀던 파주에 위치한 '아이스타일 카페'. 

3층에 잠깐 올라갔다가 스터디카페에 올라선 것인가 착각이 들 만큼 집중해서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에 방해가 될 것 같아 2층으로 내려왔었다. 

이번에는 나도 단시간에 작업을 해야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내렸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제각기 노트북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사실 나는 맥북이라 딱히 충전을 할 필요가 없었으나 함께 간 동료는 꼭 콘센트를 꽂아야 한다며 전원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읽어야 할 책을 꺼내고 작업할 내용들을 일단 펼쳤다. 

알리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선물로 받은 고양이 펜슬케이스에 담아 온 펜도 꺼내고. 이번엔 마우스도 챙겼다. 

대충 자리를 잡고 카페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자리에 콘센트가 있었고 벽마다 달린 콘센트 텅텅 비었다.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통화를 하면 어김없이 그 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창 밖으로 비친 하늘은 맑았고,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일에 찌들어 있는 듯했다. 

상반된 이미지를 보며 찌들진 않았지만 나 역시 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일단 먹고 써볼까? 

크로폴과 토스트를 주문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카페라테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초판본을 예약도서로 구입하는 것이 국룰.

[나나]라는 작품으로 '이희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때 창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고 [페인트]로 알려진 작가라는 것도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챌린지 블루]와 [소금아이]라는 두 작품으로 이 작가의 팬이 되었다. 

예전 글 (https://brunch.co.kr/@noana/63)에서도 밝힌 바가 있는데 최애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를 이 작가를 통해 읽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그 후로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었다. 엔솔로지로 참여한 책들은 빼고 오롯이 작가 혼자 쓴 장편이나, 단편을 찾아 전부 읽었다. 이 작가를 유명세에 올려놓은 [페인트]를 제외하고는.


[BU 케어 보험],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보통의 노을], [너는 누구니], [썸머썸머 베케이션]까지, 그리고 위에 언급한 3권 모두 읽었다.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문장, 내용, 주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알리미가 울리면 재빠르게 구매를 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예약도서일 경우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조금 더 걸려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좀 더 길어진다.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이야기. 그리고 좋아하는 #김지은평론가의 추천사 및 서평이 들어 있었다.

잠깐 카페에 갈 때도, 교육청에 연수를 갈 때도 챙겼다. 조금 일찍 도착한 대강당에 선생님들이 다 착석하기 전에 시간이 남는 게 좋았다. 그 시간 동안 이 책과 함께 했다.




기존작들처럼 굉장히 독특한 소재이다. 

안과적인 문제가 없지만 내 얼굴을 볼 수 없는,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모자이크, 피카소 작품처럼 보인다면 삶은 어떨까?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리적인 것도 아니다. 얼굴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볼 수 있지만 나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거울에 비추어진 내 얼굴은 뭔가 망가진 것처럼 보인다. 


신인지 악마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존재는 아무래도 인상주의 화풍이 취향이거나 추상화에 조예가 깊지 싶다. p125


얼굴이 매일 바뀐다. 페이스오프처럼 얼굴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게 달라진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는 것이 두려울까, 기대가 될까? 

예전에 나왔던 영화 <뷰티인사이드>가 생각났다. 매일 다른 얼굴로 살아간다는 건 본인보다 주위 사람들이 두려울 것 같다. 아니면 매일 다른 모습을 설레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이 책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얼굴은 동일하지만 나만 내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어쩌면 삶이 피곤하다. 

어렸을 때 무심코 던진 말로 인해 정신과 진찰까지 받아야 했던 주인공의 어려움이 이해가 된다. 



흉터나 상처라 판단하는 건, 그러니 빨리 없애고 지우라는 건
모두 타인의 시선이다.

나는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을까? 그 모습까지 나의 모습 중 하나인데.

꽤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며 살아왔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생각하며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소진했다. 책을 읽어가며, 더 많은 책들을 접하며 필요 없는 일에 나를 더 이상 희생시키지 않게 되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역시, 정리가 됐다. 

타인의 시선에 대해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그린 밑그림에 물감 한 두 방울씩 안 흘려본 사람은 없을 거야. 다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중요하겠지. p169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그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잊고 살 때가 많았다.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의 소설책 하나가 또 하루의 깨달음을 선사했다. 

작가들이 얼마나 글을 쓰는 행위를 힘들어하고 뼈를 갉아먹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신간을 기다리게 된다. 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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