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카페 아나키아
오랜만에 동화 쓰는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다.
어디로 정할까 고민하다 각자 살고 있는 곳에서 중간 지점을 찾다 의정부에서 만났다.
매번 줌으로 만나 합평을 하다 실제로 얼굴을 보니 참 반가웠다.
이번에 가본 카페는 <아나키아>라는 카페로 의정부 카페로 검색하면 상위에 올라있는 카페다.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해 북적거릴 정도로만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 것이 (경기도) 오산이었다.
주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하로 계속해서 내려가는 주차장이 꽉 차 있었고 이중주차를 해야 했다. 발레파킹을 하는 분들이 있어 키를 꽂아두고 내려도 됐지만 다행히 내가 주차 한 곳은 1열로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라 무사히 주차하고 내렸다.
와,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아니, 이렇게 큰 카페였는 줄은 몰랐다.
리뷰 사진에서 본 통창 유리와 쭉 늘어선 자리를 실제로 보니 규모가 정말 컸다.
1층에는 빵과 음료를 주문하는 곳이었고 2층은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도 있었다.
3층은 노키즈존이라 좀 더 조용했다.
카페 내부에 수영장인가, 연못인가. 알 수 없는 공간이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수질을 보는 듯했다.
근처에 있는 낙엽들을 쓸고 청소를 했다.
빵의 종류도 많았다.
먼저 도착한 샘이 빵을 주문해서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담백하고 맛이 좋았다.
계단을 올라가는 곳에 놓인 커다란 꽃나무도 이 카페의 매력을 더했다.
노키즈존에서 이야기를 나눌까 했는데 올라가는 것도 버거울 나이라(?) 그냥 1층에서 만나 담소를 나눴다.
우리의 말소리도 그렇게 작진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는 곧 묻혔다.
이번에 읽은 책은 '푸른 사자 와니니'라는 동화로 유명한 이현 작가의 [라이프 재킷]이라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드라마인 '라켓 소년단'의 정보훈 작가가 극찬했다.
그래서 가제본 서평단을 뽑을 때부터 궁금해 지원했으나, 결국 선정이 되질 못해서 내돈내산, 이 책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요트 탈래?로 시작하는 소설. 푸르른 바다색 책표지에 요트 한 대가 떠 있을 뿐이다.
나침반이 그려져 있어서 혹시 길을 잃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타 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아이들이 모여 배를 타고 바다에서 항해를 하는, 그런 모험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요트 주인 천우, 신조, 그리고 노아, 장진, 태호, 류가 함께 배를 탔다.
방치되어 있던, 운행할 수 없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던 '천우신조호'.
모여든 아이들로 인해 육지를 벗어나 바다 위를 떠 있게 되었다.
소설 중간에 한 번씩 태그가 붙은 문장이 나온다. SNS를 즐겨 이용하는 요즘 청소년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 같다.
#우리집요트
#요트탈사람
#돛을올려버려
인스타에 사진을 올릴 때 종종 쓰이는 '허세샷'이라는 게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용도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다. 명품, 외제차, 비싼 브랜드의 아파트 등등을 배경으로 무심히 찍은 듯 하지만 고도의 각도를 재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을 아이들은 찍고 올린다. '좋아요'를 바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허세샷을 찍기 위해 모인 곳이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항구.
법원의 이름으로 선고된 압류표를 떼어버리고 요트에 오른다.
전원이 켜지질 않고 어두워져서야 119를 눌렀지만 스마트폰에 신호가 잡히지 않게 된다.
사투리로 주고받는 대화가 정겹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도 없노?"
"지금쯤...... 난리가 났겠제?" p53
안개가 가득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요트, 그 위에 올라탄 아이들.
앞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이들은 물소리와 파도소리를 흥겹게 듣는다.
멘털을 부여잡고 현재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고 나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개빛이 서려 우유를 푼 듯 부드러운 에메랄드색 수면 아래에서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그러느라 가볍게 물살을 흔드는 소리가 울린 거였다. 열대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날렵한 몸짓은 더없이 활기찼다. p59
이 와중에 바닷속 물고기가 눈에 들어오는구나.
트리플 A형, 소심 끝판왕인 내가 이 상황에 놓이면 과연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섭고 끔찍한데.
선조가 갑판에 앉아 '라이프 라인'사이로 손을 내밀었다는 장면이 나온다.
이 라이프 라인이 뭘까 찾아보니 요트의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유롭다.
공부나 학교에 얽매여 있지 않다.
글을 쓰고 수영을 한다.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데 한 번쯤 일탈을 해봤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후회가 들 때가 있다. 그때만 할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이르러 일탈을 꿈꾼다면? 손뼉 치며 환영할 수 있을까?
그래, 책으로만 접하고 부러워하자, 일단은.
요트에 대해 잘 몰랐다가 소설에 나오는 단어들을 검색해 봤다.
요트 딜리버리 : 말 그대로 요트를 운반하는 직업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올 때 요트를 운항해 가져온다고 한다. 굉장히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요트 : 바람을 동력으로 한 돛을 사용하는 세일링 요트로 항해하는 행위, 또는 이를 겨루는 레이스 경기
https://namu.wiki/w/%EC%84%B8%EC%9D%BC%EB%A7%81
바다 한가운데 가서야 터지기 시작하는 휴대폰 메신저. 그리고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음.
119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요트가 흔들리고 강철봉이 장진의 머리를 강타한다. 피가 흐르고 아이들은 심폐소생술을 하지만 침묵뿐이다.
서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다행히도 장진이 깨어난다. 조명탄을 터트리고 온 아이들은 장진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표류를 하는 동안 학교에서는 경찰이 출동하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과연 아이들은 무사히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떤 결말이 나타날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2024년 7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결말을 올리면 안 될 것 같다.
분명한 건 이 책을 읽고 나니 요트를 타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바다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스케일도 크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청소년 소설.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거대한 파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여름이 이제 다 지나갔지만, 여름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장편소설.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