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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ug 20. 2024

관계의 수학

포천 만찐두빵 카페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어디로든 가려고 한다. 

이제 개학을 하루 앞둔 날, 딸이 좋아하는 만찐두빵 카페에 다녀왔다. 

포천에 있는 카페였는데 티맵과 네이버지도의 길이 달랐다. 둘 다 켜고 가다가 결국 티맵으로 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톨게이트 비용이 만원이 넘어버렸다. 

오는 길에는 네이버지도로만 이용해서 3900원. (티맵, 비싼 곳만 골라가는 티맵. )



워낙 날이 좋아 카페가 더 환해 보였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갔다. 

카페 마당에 놓인 자갈밭과 잔디밭 위로 보이는 발자국들이 정겹다. 



잠시 마루에 앉아 마당을 둘러보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었지만 그늘아래 앉으니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가을이 오려나?



작년에 보이지 않았던 지붕 위 동그란 것이 보인다. 

태양일까, 달일까? 

뭘까? 



카페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드도 되지 않는 주황색 공중전화. 

이걸 아이들이 알까? 

기영이 얼굴을 당기면(?) 카페 외부로 나갈 수 있다.



화장실은 주차장 옆에 위치하고 있다. 

마트가 하나 있는데 그곳 역시 기영이와 기철이등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반겨준다. 




땡구 얼굴을 밀면 카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인테리어 하나하나가 검정고무신을 본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는 캐릭터라 너무 귀여웠다. 


작가가 상주하는 카페다. 

캐리커처를 그려주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작가가 그림을 선물한다.

나는 재방이었지만 그래도 가져가세요, 하고 주셨다. 

츤데레 작가님.



빵을 먹으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아이가 풋, 하고 웃었다. 

쥐 캐릭터에 대해 그렸는데, 발암쥐가 정말 발암이다. 



검정고무신 발암쥐

쥐돌이 새끼가 고구마 먹고 싶다고 아빠한테 떼써서 구하러 갔다가 아빠쥐가 죽었지만 쥐돌이 새끼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구만만 쳐 먹고 엄마한테도 다음날 떼써서 엄마도 고양이한테 죽는다. 거지형제보다 더 발암이다. 


아이들도 처음에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읽어보는 모습이 더 웃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해서 그 발암쥐 이야기를 했다. 

( 검정고무신은 지금 소송 중이다. 텔레비전에서 검정고무신을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오늘 읽은 책은 권미애 작가의 [관계의 수학]이라는 책이다. 

소제목으로 <어느 사랑의 방정식>을 달고 나왔다. 

수학이라는 이과적 학문에 문학을 한 스푼 넣은 책. 

난 이 산문집이 정말 맘에 들었다. 



수학공식이 아주 잠깐씩 소개가 되고 그에 따른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학이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고 보는 수포자들에게도 쉬이 읽힐 수 있는 책이다. 


서로 다른 여러(n) 개의 경우의 수 중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인생에서의 선택은 같은 것을 포함한 순열과 같이 어떤 루트로 움직이는 가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된다. 
수학은 "그때 최선으로 한 선택이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p23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들을 하고 사는가? 그 선택에 대한 뒤의 일도 다 내 것이다.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220(1+2+4+5+10+11+20+22+44+55+110=284)과 284(1+2+4+71+142=220)는 대표적인 우애수이다.  이 수의 근원으로 들어가 보면 아름다운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사랑을 볼 수 있다. 우애수가 전하는 수학의 말은 '아름다움을 창조한 관계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p30


단어마저 아름다운 우애수. 수학이라는 학문에 더 깊이 들어가고픈 마음이 생기는 지점이었다. 왜 이 우애수의 근원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있는지 더 궁금해진다. 



6은 완전수이다. (수학에서 완전수는 그 약수 중에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약수들의 합이 자신과 같은 자연수이다). p38


저자가 결혼하면서 4명의 가족을 이룬다. 여기에 반려거북이 '봄이'와 '꽃샘이'의 등장으로 '6'으로 완전한 가족이 된다.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의 신비에 빠져들고 있다. 


후반부에 가면 다시 완전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름에서 완전함과 완벽함을 느낄 수 있는 완전수. 


가장 작은 완전수는 6(1+2+3)이다. 다음으로 28(1+2+4+7+14)이 있다.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약수들의 힘으로 자신을 창조해 내는 완전수가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일상과 내가 이루는 평행, 바로 '균형'이다. p111


균형을 이루는 완전수.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이 균형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가정을 보면 어느 정도 부부가 평행을 이루고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 열심히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는 완전수의 삶을 살고 있다. 오호.


수학은 위로 볼록한 모양의 이차함수를 통해 '엄마의 사랑'을 전한다. p60


드디어 나왔다. 함수.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쉬운, 한번 놓치면 더 이상 붙잡고 싶은 망므이 사라지는 수학.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친구가 예전에 함수를 이용한 그림을 보여준 적 있다.

그냥 그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함수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참 아름답게 보였다. 

(수학선생님은 이러고 노는 거야? 하고 물어봤다.)

수학에 대해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a * x = 0 은 x값에 따라 참과 거짓이 되는 방정식 
0 * x = 0 은 x에 어떤 값을 대입해도 항상 성립하는 항등식 
해물칼국수는 = 해물 빠진 국물 칼국수 + 정성과 사랑
p119


모든 일상이 수학과 관계를 맺고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도 평행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처음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정확한 정답이 있었기 때문에 좋아했다면 지금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더 좋아지고 있다. 


이 책을 내놓은 출판사에 수학과 관련된 책이 더 있다. 사랑의 방정식에 빠진 또 한 명의 사람이 수학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영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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