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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Sep 19. 2024

가족이 되고 싶어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 정화영, 어쩌다 가족 - 박마루

가족은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더 다양한 종류의 가족이 있다.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이혼가정, 조부모가정, 재혼 가정. 

여러 종류의 가족들이 탄생하자 그만큼의 가족을 다룬 동화들도 많아졌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다고 하여 모두 결핍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동화에서는 이런 가정에서 아이들이 결핍을 많이 겪는 것으로 나온다. 




첫 번째로 소개할 가족이야기는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동화다. 

정화영 작가의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라는 장편동화다. 

표지에 보이는 사모예드 강아지가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다. 



동화는 윤수가 깊은 산속 갈라지는 길에 밥통과 함께 고스트를 두고 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30년간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해 왔던 할아버지는 법이 바뀌어 불법 시설물이 됐고 누군가의 신고로 철거명령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던 개들을 모두 고스트를 포함해 보호소로 보내려고 한다. 

크기도 하고 하얀색 털 덕분에 유령이라 불리는 사모예드 한 마리가 사람들 눈에 띄어 신고되기 시작했다. 바로 윤수가 두고 온 고스트다.

윤수가 쫓아갔을 땐 고스트가 사라진 뒤다. 고스트를 찾기 위해 윤수와 친구 인규가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전단지를 복사해 동네에 붙이기 시작한다. 

걱정하는 시간이 길어질 무렵 고스트가 직접 윤수를 찾아왔다. 

강아지들은 익숙한 냄새를 따라 걷는다고 한다. 바람을 따라 흘러온 윤수의 냄새를 맡고 집까지 찾아온 것이다. 진짜 똑똑한 녀석들.


덩치 큰 하얀 개는 빗물에 홀딱 젖어 눈도 잘 뜨지 못하면서도 웃었다. 물을 실컷 마셔서 기분이 좋았는지, 입을 살짝 벌린 채 혓바닥도 내밀었다. 윤수 눈에는 그 얼굴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p27


강아지들은 거의 대부분 우호적이다. 웃는 상이라고 불리는 강아지의 얼굴은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거리는 것이 웃는 상이다. 

사모예드 고스트는 윤수를 만났을 때 웃는 상으로 맞이했다. 


고스트 엄마는 계속 임신해서 새끼를 낳아야 하는 번식견이었다. 고스트가 엄마의 몇 번째 새끼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p41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오는 개들은 대부분 버려지는 개들로, 번식견으로 할 일을 다 하고 버려진 개들이 많다. 고스트의 엄마 역시 번식견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동화는 윤수의 입장에서, 고스트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고스트에게도 엄마가 있다. 익숙한 엄마의 냄새를 맡아 결국 엄마를 찾는다. 바로 애견미용 실습실에서다. 번식견으로 살아가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애견미용 실습실에 팔려 가는 것이었다. 

이 동화를 읽는 내내 사람들의 잔인성에 혀를 내둘렀다. 

강아지도, 아니 큰 개들도 생명인데 어쩜 이리도 경시하는 것인지. 현실은 더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다행히 윤수네 가족이 고스트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다. 그리고 고스트의 엄마까지도. 

동화가 좋은 이유는 결말이 행복해서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행복한 결말을 아이들에게 안겨주고 싶다. 






다음 동화책은 박마루 작가의 [어쩌다 가족]이라는 장편동화다. 

서로 다른 가정이 결합해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다. 

재혼가정이 이제 흔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 



단아의 엄마와 미래의 아빠가 결혼을 해 새로운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곧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배가 불러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단아는 기분이 이상해진다. 

엄마의 출장으로 아빠의 집에 한 달 동안 살게 된 미래는 단아와 한방에서 지내면서 많은 일들을 겪는다. 


조용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단아는 파자마파티를 가고 싶지 않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유도를 하기 시작한 미래는 은영과 만날 때마다 아빠가 눈에 불을 켜고 싫어해 심란하다. 



놀랄 일의 연속이었다. 엄마와 살 때는 늘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하던 아빠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다니! 아빠의 새로운 모습에 미래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p53


아빠의 새로운 모습에 놀란 미래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단아와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변화된 모습에 서운할 법도 한데 미래는 씩씩하게 자기 집인 것처럼 잘 지낸다. 

단아는 미래의 생일을 아빠도 기억을 못 하자 안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라를 떨쳐버리도록 자신을 도와준 미래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가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래는 단 한 번도 단아와 아줌마를 가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제 맘대로 가족이라니. 갑자기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마구 뒤엉켰다. p104


이 가족이 원가족처럼 지낼 순 없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같이 지낸 것도 아니고 이미 고학년이 되어서 만난 새로운 가족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도 노력한다.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주위의 어른들도 돕는다. 



갑자기 하혈을 하게 된 단아의 엄마는 같이 집에 있던 미래 덕분에 응급실로 실려가 무사히 쌍둥이를 출산한다. 가족 간 화해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그렸다. 

또한 단아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단아를 위해 다 같이 살기로 한다. 

이 대목이 어쩌면 판타지스러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하는 생각에) 과연 괜찮을까 생각을 잠시 했다. 단아와 미래가 좋다면 괜찮지 않을까? 


이 동화가 따뜻하고 좋았던 이유는 전혀 관련이 없는(피붙이가 아닌) 사람들이 가족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인정받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하나의 가족으로 느끼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가족 안에서 문제뿐 아니라 이 나이 때 할 수 있는 고민들을 여전히 하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사람 간의 관계다. 그중에서도 가족이라는 관계가 제일 어렵지 않을까? 가까워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하는 게 사람 간의 관계다. 

이 동화를 읽고 나니 갑자기 친정 엄마가 보고파졌다.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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