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사랑과 관련된 동화책 한 권, 그리고 청소년 소설 한 권을 갖고 왔다.
조은비 작가의 [사랑은 초록]이라는 책과 백온유 작가의 [냠냠].
[사랑은 초록]이라는 책은 작가의 첫 책이다. 신춘문예 당선작인 <사랑해>를 포함해 6편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단편동화집이다.
표제작 <사랑해>는 윤수가 세희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의 사랑은 어떨까? 교실의 아이들 중 세 쌍이 공식커플이다. (라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세희는 윤수에게 고백을 받았지만 거절한다. 하지만 그날부터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사랑한다는 고백보다 웹소설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세희였지만 고백을 받은 후부터 눈이 계속 그 아이를 향하고 있다.
세희의 마음을 확인한 날, 세희가 다시 윤수에게 고백하지만 그 사이 다른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아서 그 고백을 거절한다.
세희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다정이와 비밀 이야기를 나눈다. 우정도 사랑이다.
사실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기보다, 그 애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 셀로 간질간질한 마음 말이야. p23
그 마음을 알 것 같지만, 느껴 본 지 넘 오래된 것 같다. ㅠㅠ
그 간질거리는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 지기도.
<몽글몽글, 가슴이>는 제목에서도 유추가 가능하듯이 사춘기 아이들의 신체 변화에 따른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아이들의 신체는 사춘기가 오면 도드라지게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가슴이 커지고 겨드랑이에 털이 난다.
점점 브래지어를 한 아이들이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많아질 때 하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소은은 자신과 함께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던 재희가 브래지어를 하게 되자, 마음이 뭔가 허전하다.
이에 반해 소은의 언니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지낸다. 노브라로 다니는 언니를 따라 엄마도 니플밴드를 붙이고 이에 동참한다.
자기도 생리는 안 해 봤으면서. 재희는 브래지어를 한 뒤부터 나를 부쩍 어린애 취급했다. 마주 보고 서 있으면 눈높이도 똑같은데 꼭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p40
왜 소은이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니 재희의 태도에서 볼 수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고 어린애 취급을 하는 재희 때문이다. 재희의 행동 때문에 소은이는 짜증이 났다.
남자애들은 웃통을 모두 벗어던지고 시원한 물줄기를 등에 퍼붓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재희.
아이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엽다.
<푸른 계절> 역시 풋풋한 사랑이야기다.
언젠가 결혼을 꿈꾸는 봄이는 조영근의 둘째 누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봄이의 상상 속 결혼식 상대는 푸른이다.
우정을 넘어선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때 조영근이 푸른이에게 고백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그 후의 상황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고백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다른 사람의 고백을 받고 푸른이도 고백한다.
나는 이봄, 네가 좋으니까. 좋아하니까. p69
사랑을 하면 풍선이 '펑'하고 터지고 꽃까루가 흩날릴까?
귀엽다. 마음도, 아이들의 표현도.
<우리 반 캐릭터 카드>는 어떤 내용일까?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연우는 전학생 우지민의 짝이 된다.
둘 다 말없이 각자의 일을 한다. 요즘은 이렇게 상대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예의인가?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라고 하더니 동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는 높다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의 외딴섬이다. 그 한가운데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주자는 나와 우지민, 악기는 책과 연필이다. p81
김채연은 투명망토를 쓰고 있냐는 말을 우지민에게 한다. 전학생이 오기 전까지 연우가 듣던 말이다.
왕따 아닌 왕따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에게 이게 할 소리인가 싶은데 아이들의 세계는 더 냉혹하고 차갑다.
지민은 아이들의 캐릭터 카드를 모두 그린다. 서로의 존재가 크게 다가온 순간이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는 기후, 환경에 관련된 동화다.
설아는 친구인 주희와 문도준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채식주의자가 된 오빠와는 다르게 고기를 좋아하는 설아. 돼지를 키운데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걸 알게 된다.
(환경을 생각하려면 돼지고기를 줄여야겠지?)
너희는 말이야,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당장 뭘 하고 싶어?
나는 능소화 보러 갈래. 지금이 딱 예쁠 때거든.
망하는 건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야.
나는 그냥 코코아나 마실래. p117
인간이 사라진 지구가 되는 날이 올까?
오지 않도록 환경을 좀 더 보호해야 할 것 같다.
<잎새 뜨기>는 부모의 이혼, 재혼으로 원하는 가족과 살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6학년이 된 아진이는 유치원, 학교에서 부모님을 부르는 일을 만들지 않는, 알아서 하는 아이다.
그런 아진에게 유주라는 동생이 생겼다. 재혼가정이 된 아진의 가족의 구성원은 엄마와 아저씨와 아진, 유주 이렇게 네 식구다.
아진에게 아빠는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이 가족들 사이에서는 금기어다.
유주가 엄마, 아빠와 놀이공원에 간 날 아진이는 자신의 아빠를 만나 아빠에게도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가락 사이로 햇볕이 비쳐 들었다. 물빛이 부서지듯 반짝였다. 그 틈으로 뜬 무지개가 보였다. 등이 간질간질했다. 어쩐지 조금만 손을 뻗으면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지개를 두른 새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오더니 힘차게 날갯짓하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p138
그 새는 아진의 희망 아니었을까? 유주도, 아진도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혼 후 재혼가정을 이루고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그 속에 놓인 아이일 것이다.
각자의 가정에 아이가 있다면 더 어울리기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아진은 유주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마음의 변화가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이것마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게 슬펐다.
다음 책은 백온유 작가의 [냠냠]이라는 청소년 소설이다.
<소설 첫 만남> 시리즈는 책이 굉장히 얇다. 단편 한 편을 책으로 낸 것 같은데 얇아서 작은 백에도 들어가 외출할 때 갖고 다니면 딱 좋을 시리즈다.
그중 32번째 소설인 [냠냠]은 중학교 2학년 김채원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현재까지 5년을 회장직을 맡아 솔선수범해 온 채원은 계속해서 챙겨줘야 하는 서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자꾸 생긴다. 자꾸 챙기다 보니 관심이 더 가고 좋은 감정이 생겼다.
오늘 이서우가 좋아하는 생선가스 나왔네. 이서우는 김치를 정말 좋아하네. 나도 김치 좋아하는 데. 해파리냉채는 남겼네. 나도 그건 좀 별로긴 했어. 우리는 진짜 입맛이 비슷하다. 근데 왜 난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거야. p22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서우를 챙겨주는 채원이는 방학 때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다 서우를 만난다. 급식카드를 내밀던 서우를 보고 놀라지만 개의치 않는다. 편의점 주위의 담배꽁초를 줍던 아이들에게 사장님은 아이스크림을 주고 채원은 자신의 것까지 서우에게 건넨다.
먹을 때 신기하게도 냠냠, 하는 소리가 났다. p32
사랑을 하면 상대의 부족함이 커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씐 것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다 한 번쯤 겪어보는 일이다.
먹을 때 '냠냠'소리를 듣고 싶어 서우에게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는 채원.
고마움에 서우가 채원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려고 데려간 곳이 채원의 엄마가 하는 떡볶이 가게였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서우는 그 뒤로 채원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편의점에서 계속 기다리던 채원은 드디어 서우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예뻤다.
요즘 이렇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런 모습으로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내 자식들도 예쁜 사랑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오늘 저녁은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