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는 30센티, 옥상 위를 부탁해(오사베리만 아동문학특강)
2025년 ALMA(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이하 ALMA) 상 후보 고정욱 작가
지난 10월 3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한 스웨덴 예술위원회 오사베리만의 아동문학 특별강연을 참여하고 왔다.
혜화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차를 가져갔는데 강연 장소인 아르코미술관에는 주차장이 없어 근처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했다.
강연장에는 스웨덴 알마상 총괄책임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 아동문학과 관련된 종사자들과 기자로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한국예술위원회에서 구글폼으로 신청을 받고 빠른 시간 안에 마감되었다고 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꽤 많은 도움이 되는 강연을 들었다.
스웨덴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북스타트 사업을 소개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Home visiting이라는 분야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도서관이 없거나 이동이 불편한 이를 위해 직접 방문해 책을 읽어주는 사업이다. 지역은 국한되어 있지만 시도를 해봄으로써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최초로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알마상을 수상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로서 그녀의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책임자의 방문으로 백희나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녀들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린드그렌 추모상 협회 피드에도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국뽕이 차올랐다.
이렇게 훌륭한 작가들이 대한민국 작가입니다!
이 강연도 좋았고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아동문학작가들 뿐 아니라 출판관계자들, 어린이도서연구회, 병원근무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를 해 더 뜻깊은 자리였다.
그래서, 이번 화는 얼마 전 좋은 소식이 들려와 그의 특집으로 꾸몄다.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 후보로 지명된 고정욱 동화작가의 동화를 소개한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로 유명한 고정욱 작가는 1살 때 소아마비로 지체 장애를 얻었고 현재 국제장애인연맹 한국지부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장애아동의 심리 및 생활을 동화 속에 잘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 그는 다양한 문학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먼저 [마음을 잇는 30센티]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화가 한부열의 삶을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창작동화다.
역사 인물 동화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이다.
방학에 엄마 대신 문방구를 보고 있던 시원이에게 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30센티미터 자 20개를 달라고 한다. 깎아주겠다고 하자, 그냥 받아도 된다고 하는 아주머니.
빨리 학교를 가고 싶었던 시원이는 개학을 하자 신이 난다.
그리고 새로운 전학생이 찾아오지만 교실에 오지 않고 다른 반에 있다고 한다.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전학생 부열의 모습에 아이들은 눈치를 챈다.
부열이는 인사는커녕 딴 데를 바라보며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열이가 자신들과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것을 이내 눈치챘습니다. p22
시원이는 자를 스무 개 사간 아주머니가 부열의 어머니라는 걸 알게 된다.
미술시간이 되어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부열이는 30센티미터 자를 대고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부열이는 직선으로 그린 네모난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려 넣었습니다. 얼굴을 겹쳐 그리고 옷에 자를 대고 촘촘하게 줄무늬를 그렸습니다. 게다가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뒷모습까지도 함께 그린 점이 무척 기발했습니다. p39
아이들이 부열이의 그림이 이상하다고 하자, 선생님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여주며 고정관념을 깨 버린 작품이라고 한다.
군중 심리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 장애인에 대한 말을 긍정적으로 하면 그 후에 나오는 말들은 다 장애인을 도와주자, 옹호하는 입장이다. 시작을 부정적으로 하게 되면 장애인이 있어서 불편하다로 넘어간다.
동화에서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장애인의 인식(아이는 어느 정도 이기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나타난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라는 법이 있거든. 그 법에 장애인이라고 차별해서 체험학습에 안 데리고 가면 위법이라고 나와 있어. p52
과연 선생님이 이 말을 함으로써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실제로 겪어봐야 안다.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로 인해 아이들은 제각기 흩어지고 부열이도 잃어버린다.
방송을 하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시원이는 부열이가 새를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치유의 길'로 걸어간다.
민석이는 휠체어를 탄 누나가 옥상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기로 한다.
누나는 아빠가 업어서 데려다줬다고 하자, 민석이의 아빠는 야단만 친다고 한다.
누나의 일상이 궁금했던 민석은 누나의 초대로 옥탑방 안으로 들어간다.
방 한쪽에 책으로 가득 찬 걸 보고 놀라는 민석이.
시를 좋아하는 누나의 글을 보게 된 민석이는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도 데리고 온다.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던 누나는 화분에 심은 꽃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잡초는 없어. 다 소중한 생명이란다. 내가 이름도 지어 줬어. 옥상 위에 날아와서 '옥상위'라고.
어떤 꼿이든 이름을 붙여 주면 의미가 있는 거라고 어느 시인이 그랬어. p60
누나의 아빠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고 집주인은 월세를 내지 않는 누나에게 나가라고 한다.
아이들이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
그런 누나와 아이들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과연 누나는 이 옥탑방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두 동화 모두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에 뒀다.
[마음을 잇는 30센티]는 자폐 장애를 가진 화가의 삶을,
[옥상 위를 부탁해]는 휠체어를 타고 몸이 불편한 배우들이 직접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을 보여준다.
많은 장애인들의 삶을 다 들여다볼 순 없지만 적어도 이런 동화들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는 건 자라날 어린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5년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다.
그를 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루어 가는 많은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