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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14. 2024

도깨비, 요괴가 나오는 동화

귤 양말이 사라졌어 - 황지영, 요괴술사 노앵설 - 이조은

전래동화나 고전을 보면 도깨비, 귀신, 유령이 등장하는 동화가 많다. 

최근에는 생활동화나 SF동화가 많이 보여 수요가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도서관에 들르거나 서점에 가 찾아보면 그들을 소재로 한 동화들이 꽤 있다.


오늘 소개할 동화는 도깨비가 좋아하는 양말을 들고 사라진 황지영 작가의 [귤 양말이 사라졌어]와 요괴마을에 아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조은 작가의 [요괴술사 노앵설] 두 작품이다. 

두 책 모두 2024년 올해 나온 책들이다. 



먼저 황지영 작가의 [귤 양말이 사라졌어]는 늘 발이 시린 규리가 아끼는 귤 양말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귤 양말이 있다면 학교 가는 게 힘들지 않을 텐데 귤 양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무리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규리는 발이 시리다. 

한밤중에 갑자기 등장한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아이는 귤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규리도 당황하지만 그 아이 역시 당황하는데 자신의 모습을 규리가 볼 수 있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우리 인간들의 눈물에서 태어나 눈물로 만든 소금을 먹고살아. 그래서 눈물을 모으러 다녀. 대부분의 인간들은 눈물 도깨비를 볼 수 없지만, 머리끝까지 눈물이 가득 찬 인간은 눈물 도깨비를 볼 수 있어. 너처럼. p20


눈물이 많은 아이는 도깨비를 볼 수 있다는 루이의 말에 규리는 의아하다. 규리는 계속 귤 양말을 달라고 하자 루이는 절대 신지 말라고 하며 돌려준다. 

다음 날 귤 양말 대신 다른 양말 세 겹을 신고 귤 양말은 가방에 넣어 등교하는 규리.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먼저 다가가기가 힘들다. 

더 발이 시려진 규리는 귤양말을 꺼내 신자 갑자기 반 친구들이 울기 시작한다. 


걱정이 된 규리는 루이를 만나 울음을 멈추는 방법을 물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루이는 만나지 못하고 눈이라는 도깨비를 만난다. 



눈이의 도움으로 루이를 만난 규리는 울음을 멈출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루이는 귤 양말을 신고 눈물을 꾹꾹 눌러 닦자 아이들의 울음 멈춘다. 

굉장히 독특한 설정이다.

눈물을 양말로 꾹꾹 누르면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 눈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아이에게 도깨비들이 보인다. 


이 동화는 규리의 성장을 보여준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나온다. 친구들에게도 알 수 없는 아픔들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준다.

울음이 그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루이의 모습이 옅어지다가 결국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다. 

규리는 귤 양말이 없어도 학교 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결국 규리를 움직이는 것은 규리 자신이었다.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라는 동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둘째가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근 시립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 아이가 참여했다. 

퀴즈를 풀고 작가님에게 사인을 받고 선물도 받고 온 아이에게 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요괴마을을 잘 그려낸 이조은 작가의 [요괴술사 노앵설]이라는 동화다. 

저학년동화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요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동화는 그림과 찰떡이다. 

그림을 보면 요괴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동화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머리통을 들고 다니는 무두귀, 

어린이 모습을 하고 있는 노앵설, 

면괘어리, 아차, 속독, 청군여귀, 녹족부인등 다양하다. 



이런 요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아기가 등장하자, 인간을 적이 없던 노앵설은 아기가 이상하게 보인다. 

인간 아기가 어떠한가? 

말도 못 하고 '어버버'하거나 계속 울기도 한다. 

인간 아기는 어린이 모습을 하고 있던 노앵설이 친근한지 계속 달라붙는다. 

노앵설도 아기의 냄새가 좋다.


널 안는 순간 아주 벅찬 기분을 느꼈어.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지. 나는 너를 번쩍 들어 올렸어. 그랬더니 두 요괴가 기겁하는 거야. p32


다른 요괴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노앵설은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기를 말리니 아기는 울음을 터트린다. 

요괴의 세상은 인간 세상과 정 반대라서 모든 요괴들은 못생겨지고 싶어 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요괴들은 듣기 좋다고 좋아하고 울음소리에 맞춰 춤추고 축제를 벌인다. 

정말 독특한 동화다. 


이 아기를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 아기를 업어주자, 울음을 뚝 그친다. 

어쩌면 노앵설의 모습에서 엄마가 보이는 건 당연한지 모르겠다. 


난 난생처음으로 인간을 업었어. 넌 무척 가뿐하고 따뜻했어. 순간 '이게 뭐지?' 하는 감정이 일었어. 가슴이 간질간질한 게 너를 처음 안았을 때 생겼던 요상한 기운이 또다시 느껴졌거든. p55


울음을 그친 아기가 잠든 모습을 보고 요괴들은 당황한다. 죽거나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기를 녹족부인에게 데려가 젖을 먹이려 했으나 도중에 나타난 독흑리 할아범 때문에 멈추게 된다. 

이 동화는 도깨비가 인간 세상에 가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요괴 세상에 들어오자 요괴들이 인간을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시선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해하는 노앵설의 모습에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결계를 뚫고 인간 세상에 나간 노앵설은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멀리서 아기를 향해 달려오는 엄마, 아빠. 


기억하렴.
네가 무심코 마주친 사람 주에 내가 있었다는 걸. 


와, 이 동화 역시 따뜻하다. 

내가 거리를 걷는 동안 스쳐간 누군가는 노앵설처럼 나를 돌봐준 요괴일 수도 있다니.

동화를 읽으면서 오늘도 따뜻해지는 가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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