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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Dec 19. 2024

[번외] 어린이라는 세상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어린이라는 사회 - 이세이



오늘은 동화 대신 '어린이'라는 키워드로 연재한다. 

동화를 가장 많이 접하는 대상으로 어린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린이를 양육하는 부모와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동화를 많이 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가 살고 있는 세계, 그리고 어린이가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에세이 두 편을 소개한다.

최근 [어떤 어른]이라는 에세이를 낸 김소영 작가의 베스트셀러작 [어린이라는 세계]와 이세이 작가의 [어린이라는 사회]라는 에세이다.







먼저, 독서논술지도를 하고 있는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이다. 

이 책은 2020년에 처음 발간된 책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가 있는 책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저자가 어린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정말 존중한다는 게 느껴진다. 

독서교실에 등장한 아이들이 가져온 보조가방 안을 보고 싶을 때 절대 그냥 보지 않는다. 

'정중하게' 물어본다. 


독서교실 가방 말고도 늘 조그만 보조 가방을 메고 오는 어린이도 있었다. 정중하게 부탁해서 그 가방에 뭐가 들어 있는지 구경한 적도 있다. p89


궁금한 걸 묻는 아이들도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각 어린이의 개성을 그대로 존중해 준다. 

저자는 어린이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도와주는 존재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법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과 글쓰기를 할 때, 집에 빗댄 설명을 종종 한다. 단어를 벽돌로, 문장을 벽으로, 문단을 방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잠자는 방, 부엌, 화장실을 구분하는 데 비유하면 설명하기가 좋다. p97


비유를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들려준다. 

어릴 때는 숨기고 싶었던 사정을 지금은 아이들에게 웃으며 들려줄 수 있게 된 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못 먹거나 안 먹는 음식에 대해 말할 때는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어른 되면 좋은 점이 되게 많은데 그중의 하나는 김밥 먹을 때 당근을 빼도 엄마한테 안 혼나는 거야. 사 먹을 때는 아예 빼서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p126


나는 카레를 먹지 못한다.

짜장을 먹을 수 있는 걸 보면 카레를 먹고 대차게 체한 적이 있거나 했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똑같은 내용물이 들어가고 색만 다른 음식을 못 먹을 이유가 없다. 


저자는 어린이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재미있게 읽혔던 것이다. 

우리 집 어린이도 내게 잔소리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한소리를 하고 거기에 어긋난 것이 있으면 폭풍 잔소리가 뒤따라온다. 

어린이이기 때문에 용서가 되는 것이지, 같은 어른이라면 안 보는 사이로 변했을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비를 맞는 아이를 보고 저자는 우산의 씌워준다. 

그리고 아파트 입구까지 함께 걸어간다.

내가 중학생일 때 교복을 보고 차에 타라고 태워준다고 한 어른이 있었다.

물론 그 차에는 나랑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있었고 친구와 나는 '감사합니다' 소리치고 차에 얼른 탔다.

지금 사회적 분위기로 상상도 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다니. 

'옛날 옛적에는 그랬단다'라고 말을 해도 '그럴 리가'로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은 곁에 두고 계속 읽어야겠다.

어린이를 생각하며 말이다. :)







다음은 이세이작가의 [어린이라는 사회]는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었다.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10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목격한 어린이들에 대한 기록'이라 적혀 있다. 

학교에서의 어린이 모습은 교사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궁금한 곳을 긁어주리라 생각되었다.



어린이들의 연애, 고민, 사랑, 우정 모든 이야기들이 샘솟는다. 

아무래도 미성년자 어린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다 보니 굉장한 사건들이 많았다. 

단어와 문장이 익살스러운 표현이 많았다. 만나보진 않았지만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학교에서 인기만점 교사가 아닐지. 



그건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이름 모를 대표 교생의 공개수업 중 벌떡 일어나 태극 1장을 시전 한 어린이는 귀여운 별똥별이되 학교 주차장을 빙글빙글 돌며 오줌을 갈긴 우리 반 해송이는 내 일부를 폐허로 만드는 거대 운석이다. p30

진짜도대체왜그러는데석(石) 표본들이 있다. 영어 단어를 따라 쓰라고 했더니 앞이 안 보여서 못쓰겠다며 손까지 더듬거려 모골이 송연해지게 하는 아이. p31


말썽을 일으킨다는 시선보다는 기특하다는 에피소드가 더 많다. 

다양한 원석들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교실이다. 

기특해 자랑하고 싶은 아이들도 있고 그 대척점에 선 아이들도 물론 있다. 

작은 아이가 물건을 훔치고 친구를 때리기도 하는데 이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온종일 아이를 밝게 비추고 있다면 교사는 그 뒷면을 본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건 부모의 자리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같은 거다. p87


어린이들은 정말 순수하다. 순수한 마음에 바닥에 떨어진 꽃을 주워 그중 가장 싱싱하고 큰 꽃을 골라 생수병에 꽂아 선생님께 드린다.

선생님께 드리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얼마나 신났을까?


흩날리는 봄꽃을 맞아본 적은 있으나 꽃술이 몇 개나 달렸는지, 꽃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렇게 열심히 관찰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물멍도 불멍도 아닌 꽃멍을 즐기느라 좀 게으름을 피운 죄로, 그날 난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했다. 그건 봄값이었다. 누군가 날 위해 송이씩 주워다 준 봄. p98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과 교실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 말고 학부모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를 읽으며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도 있음을 깨달았는데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잔소리꾼이 되어버렸다는 걸 말이다.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거나 양 옆에 앉혀두고 온갖 호랑이, 토끼를 흉내 내며 그림책을 읽어주던 '때가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에 다니는 나이가 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성적과 해야 할 일을 했냐, 안 했냐 밖에 없을까? 육아서, 자녀교육서가 아님에도 계속 뜨끔했다. 


'쉬 마려워요'하던 1학년과 의젓하게 손을 들고 제법 어려운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던 6학년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 사이에 촘촘히 끼어들었을 어떤 어른들의 노력을 가늠했었다. p132


귀찮더라도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 교육을 위해서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다. 

길다면 길고, 짧을 수도 있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교육을 했을까? 그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어린이가 있을 수도 있고, 반만 받아들이거나 아예 못 받아들이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머리를 감기는 내내 애를 낳아봤냐고 소릴 질러댔다던 그 애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선생은 하다못해 시험이라도 치지만 애는 아무나 낳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까지도. p157


부모 같지 않는 부모가 참 많다.

TV속에 나오는 금쪽이는 금쪽이를 낳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물론 아닌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부모에게서 난 게 죄라면 죄인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온전히 교육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말이다. 





이런 민원을 넣는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민원들이 많았다. 

이러지 말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에게 돌 던지지 말자. 

어른들이 절대 모르는 학교 속 생활을 좀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에 다 나와 있으니 초등학교를 앞두고 있는 부모들에게 읽어보라 권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6학년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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