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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추천 동화 ① - 평산책방

6교시에 너를 기다려 - 성욱현, 아일랜드 - 김지완

by 노아나

보통 동네책방에서는 소설이나 시집을 추천한다.

동화를 추천하는 책방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어린이문학과 관련된 책이 주류일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서점이나 청소년소설을 판매하는 책방에서는 동화작가나 청소년 소설 작가의 북토크가 자주 열리고 있다.

1년에 3번 정도 방문하는 <평산책방>에는 전직 대통령 책방지기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한다.


https://www.psbooksmember.kr/recommend


평산책방 멤버십인 '책친구들'에 가입하면 각종 북토크에 참가할 수 있다.

책친구들 게시판 중 추천도서라는 코너가 있다.

'문재인의 추천도서'와 '평산책방의 추천도서'중 평산책방의 추천도서를 가지고 왔다.


바로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와 김지완 작가의 [아일랜드] 두 권의 동화다.

두 작가 모두 신춘문예 등단 및 각종 공모전 수상자이다.

성욱현 작가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자이고, 김지완 작가는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고 그 후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및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둘 다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 출신이어서 더 관심을 갖고 읽었다.

(둘 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먼저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라는 작품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작품으로 판타지 세계와 어린이들의 일상이 맞물린다.



6개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놀고 싶은 채린이의 바람을 담은 '커튼 뒤편에서'는 어릴 적 꿈꿔 봤을 그럴 판타지의 세계가 열리고,

조용한 지후의 마음이 담긴 나무가 교문 중앙에 생긴 '교문 사이에서'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복도에서 혜지가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 '복도 아래에서'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 지유는 친구를 서랍 안에 두는 이야기인 '서랍 안에서'를 읽으면서 친구를 사귀고픈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서로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뿔을 달고 운동장에서 대결을 펼치는 '운동장의 끝에서'를 읽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반했고,

칠판에 이름을 쓰면 구멍이 생기고 그 속에는 쓰인 이름의 주인공만 들어갈 수 있다는 '칠판 너머에서'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줄까 생각해 보았다.


담담하면서도 아름다운 묘사가 눈길을 끈다.

교실 창문에 걸린 커튼에 숨어본 적은 있으나 관심을 갖고 바라본 적은 없다.

끝자락은 항상 시커멓게 더러웠다. 방학이 되면 각 반에 몇 명씩 집으로 가져가 빨아오곤 했다.

보통 반장, 부반장이 담당했다.

선생님은 세탁기에 그냥 막 돌려도 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커튼을 건넸다. 한 번은 종이백도 없이 손에 들고 간 기억이 있다.

이걸 집으로 가져가면 엄마는 말없이 세탁기에 넣고 돌리셨다. 내 기억으로 그 당시 세탁기는 통이 두 개로 탈수기가 따로 옆에 붙어 있었다. 엄마는 무거운 커튼을 옮겨서 탈수를 해야 했던 그 시절.

그런 기억이 떠오르게 한 커튼에 작가는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면 커다란 커튼이 나풀거리지. 적당한 바람을 만나면 열기구처럼 부풀기도 해. 눈부신 햇살과 커튼 그림자가 만나 멋진 물결무늬를 만들 때도 있어. 그러면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져.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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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 커튼 뒤에 숨기도 했다.

이 아이들도 그런 공간으로 커튼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각 반의 커튼이 펄럭거리면 커튼 날개를 달고서 학교가 날아오른다고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책을 읽으며 상상하니 진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린이는 커튼 뒤에서 무엇을 했을까? 그림을 그렸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바람이 불어 커튼이 펄럭거리고 그 뒤에 있던 잠자리가 날아오른다. 커튼도 교실 밖으로 날아가고 그 뒤를 채린이 따른다.

상상이 되는가?

커튼이 날아가고 그 커튼을 잡은 아이가 달랑달랑 매달려 함께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6개의 배경 중 커튼 뒤편에서 제일 좋았던 이유는 숨을 수 있는 공간 이어서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나만의 공간, 아주 좁디좁은 공간에 숨어 있는 나를 상상하곤 했다.


마지막 동화인 '칠판 너머에서'는 해림이의 양말이 짝짝이인 것을 보고 아이들이 놀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큰 소리를 낸 해림이의 이름을 칠판에 적는다.

칠판에 이름이 적힌 해림이만의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 속으로 해림이는 들어가 보게 된다.


그렇게 해림이의 구멍은 해림이만의 구멍이 되었어. 아이들은 그걸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어. 해림이는 멋진 모험가 대접을 받았지.
어떤 아이들은 해림이를 따라 일부러 짝짝이 양말을 신었어. 아이들은 짝짝이 양말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
자기가 좋아하는 무늬의 양말을 두 개나 신을 수 있으니까. p104


다른 아이들 이름을 적던 반장은 아이들이 모두 교실을 나가고 난 후 자신의 이름을 써본다.

그리고 그 구멍을 한참 들여다본다.


이 동화집은 요즘처럼 모험이라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어린이의 삶을 상상 속의 세계로 그렸다.

눈여겨보지 않던 교실의 커튼 뒤라도,

매일 등교할 때마다 지나치는 교문이라도,

다다다다 뛰어다니는 복도라도,

친구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아이들은 꿈꾸지 않을까?

나만의 상상력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김지완 작가의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아일랜드]라는 장편동화이다.


줄리안 공항의 안내 로봇 유니온의 이야기.
공항의 여러 유니온 중 하나인 유니온은 자신이 고유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친한 탐지견 티미와는 다른 처지라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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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유하지 않다. 나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열여섯 대의 유니온이 나를 대체할 수 있다. p17


동화를 읽으면서 왜 제목이 유니온이 아니었을까? 왜 아일랜드였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겼다.

유니온은 공항을 돌아다니며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관찰한다.
처음 만난 날, 공손하게 말을 건네는 안다오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유니온.

猫の手も借りたい。(ねこのてもかりたい。)
-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단다. 나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p48


안다오의 말에 유니온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고 치부한다. 유니온은 'T'임이 분명하다.

티미의 말도 알아듣는 안다오의 정체는 무엇일까?

안다오는 놀라는 티미에게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존재하지 않는 섬 '차크라마 섬'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구본을 돌려봤다. 노안이 와서 보이지 않는 작디작은 지구본.


유니온은 차크라마 폴더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았다.

유니온 같은 로봇이 내 곁에 있다면 평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시 같은 말에도 상처받지 않고 의연하게.

유니온은 소중한 친구를 잃는다. 로봇도 상실감을 느낄 수 있을까? 티미 생각을 덜하고 싶어 더 많은 승객을 안내하고 싶어 하는 유니온의 모습에서 상처와 상실감을 느꼈다.



애도를 잘하는 일은, 남겨진 존재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일은,
인간의 영원한 숙제일지 몰라. p98


티미가 죽은 후 유니온은 공항 철도로 이동한다. 곧 시스템초기화가 될 것이다.

그럼 유니온이 갖고 있던 모든 데이터(라고 하지만 추억, 기억들이다)가 사라지게 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반응속도가 느려지듯, 로봇 또한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속도는 느려진다.


제인 리는 정말 차크라마 섬을 찾았을까?

이 내용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포노노)

유니온은 차곡 쌓인 데이터들을 돌려보며 대기모드로 기다린다.

제인 리는 다시 찾은 공항에서 유니온을 찾지만 그 대신 '줄리'에 대한 안내만 받는다.

제인이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유니온의 프로젝트에 담겨있던 데이터였을까?

이 동화는 기존의 SF동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적인 문장과 따스함이 깃든 동화다.

좋은 작품이 선정된 것 같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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