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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16. 2022

광화문 풍경

3일간의 교육

회사에서 교육을 보내줬다.

실무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품의를 올리고 나는 생산성본부로 교육을 들으러 가게 되었다.

30분이면 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1시간 남짓 가야 하는 광화문으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어찌나 신나던지.

회사를 안 가서 즐거운 것인지, 오랜만에 광화문을 혼자 거닐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인지, 그게 무슨 이유가 됐든 난 좋았다.


촬영 : 노아나




첫째 날

집 앞 정류장에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발견.

시간을 몰라 놓쳐서 그다음 버스를 탔다.

모든 정류장을 다 들렀다가 가는 것 같다.

자리에 앉았으니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혹시나 내리는 곳을 놓칠까 봐 맘 편히 잘 수도 없다.

옆에 앉은 이는 자꾸 내 쪽으로 등을 민다.

점점 창문 쪽으로 붙으려다 오른쪽 복숭아뼈가 자리에서 툭 튀어나온 부분에 닿자 굉장히 뜨거웠다.

앗, 놀라며 움찔했더니 옆 사람이 등을 다시 가져갔다.


강의는 참으로 재미있다.

이것저것 다 가르친다는 이번 강사는 아는 것도 많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아 보인다.

개발자 단가에 대해서 논하다가 설득당했다.




생산성본부에서 교육을 들으면 식대를 지급한다.

예전엔 식권을 줬다고 하는데 시대에 맞게 발맞춰 나가려는 듯 앱으로 제공된 포인트.

7천 원씩 3일 21,000원의 포인트가 담겨 있다.

첫날은 라멘집으로 갔다.

맛나게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오후 수업을 들었다.


노아나 찍다



잠시 산책을 하면서 발견한 정자에 앉으니

현수막이 보였다.

아직도 명쾌하게 책임지지 않는 수장 때문에 밑에 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그 문구를 보니 또 마음이 아프다.

아픈 기억이 채 사라지기 전에 또 상처가 생겼다.







둘째 날

눈앞에서 사라진 버스.

이번엔 좀 걷더라도 다른 버스를 타고 가려했으니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연신내를 지나니 자리가 생겼고 앉아 편히 올 수 있었다.

역시나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서는 역마다 전광판을 봤다.


교육장소 근처 아는 CEO의 회사가 있어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둘 다 길치라 그 장소를 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일본 가정식

맛나고 정갈했다.

동행자는 커피도 맛난 곳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내가 교육을 들으러 와서 자신이 만난 이들 중 가장 밝아 보인다고 했다.

난 그만큼 좋았다. 크크.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지하철도 도중에 내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자리가 생겼다며 얼씨구나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구파발에서 다들 내리길래 따라 내렸다.

음.



뭐, 그럴 수도 있지.




셋째 날, 마지막 날

아쉽다.

교육이 끝나서 아쉽고 광화문에 더 이상 올 일이 없어 아쉽다.

버스를 타고 교육장소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린다.

엠뷸런스가 지나가자 차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양 옆으로 갈라졌다.

역시 한국인.




안녕, 광화문.

다시 또 올게.

그땐 아마도 아이들과 함께겠지.


많이 변한 광화문이지만 골목 안의 풍경들은 그대로였다.

곧 다시 보러 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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