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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Dec 02. 2022

아이는 혼자 키우는 게 아니에요.

제1회 보건복지부 보육 수기 공모전  - 한국보육진흥원장상


안녕하세요? 

저는 전직 프로그래머였으나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주부가 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첫째 행복이의 돌잔치를 앞두고 둘째의 임신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왜냐하면 곧 복직을 앞두고 있어 시어머님께도 첫째의 양육을 부탁을 드렸던 참이라 고민이 안될 수가 없었어요.

남편과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의논한 결과 조금만 더 육아에 전념을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결정을 내렸지요. 제 직업이 IT 관련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지라 야근이 잦고 주말 작업도 꽤 있어 한참 손이 가는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힘들 듯하여 우선 아이들에게 힘을 쏟자 싶었어요.


© skalekar1992, 출처 Pixabay


둘째 넝쿨이가 누나와 20개월 터울로 태어나고 주위에서는 행복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라고 했어요. 

오전이라도 다녀오면 그 시간만큼은 넝쿨이에게 집중할 수 있고 행복이도 또래 친구들하고 놀 수 있으니 더 나을 수 있다고요.

그래서 어린이집을 알아본 결과 가까운 곳은 모두 정원이 차버렸고 왕복 30분 거리에 새롭게 연 어린이집을 한 번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 해 1월에 어린이집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젊은 원장님은 낮잠을 자는 시간이 아닌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한 번 와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넝쿨이가 잘 시간을 이용해 아기띠로 안고 행복이는 유모차에 태워 걸어갔습니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지만 아담한 가정어린이집에 선생님들도 친절하셨고 아이들 역시 신나 보여 행복이는 이 어린이집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 qrenep, 출처 Unsplash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을 가고 다시 함께 집으로 오다가 이틀 후부터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혼자 어린이집에 남겨지게 된 행복이는 현관에서 엉엉 울게 되었고 저 또한 넝쿨이를 안고 빈 유모차를 끌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단 두 시간의 시간을 떨어지게 된 건데 괜히 어린이집에 맡겼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두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잠이 든 넝쿨이를 안고 서둘러 어린이집을 향할 때 빈 유모차는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길가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갓난쟁이 아기 안고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누?”라고 물으셨는데 그 정도로 다급하게 걸어갔나 봐요.


숨을 고르는 동안 현관문이 열리고 행복이가 활짝 웃으며 “엄마!”하고 외치는데 참 고마웠습니다. 

엄마와 떨어져 있느라 힘들었을 우리 첫째가 대견했고 혼자 두고 간 엄마를 미움이 아닌 사랑의 눈길로 쳐다봐 준 게 너무 고마웠어요.

행복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여전히 넝쿨이는 엄마 품에 안긴 채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참 행복했습니다. 조잘조잘 혀 짧은 소리로 행복이는 친구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주었거든요. 


사실 행복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힘에 부쳤던 육아가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졌어요. 

배변훈련을 시작한 행복이와 젖 달라고 우는 넝쿨이 사이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멍한 눈을 한 제 모습을 언젠가 거울을 통해 바라본 적이 있어요. 정말 어디론가 도망쳐 버리고 싶었답니다. 


남편은 이런 나에게 미안함을 표했어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던 사람을 집에서 아이만 키우게 해서 경력도 단절되고 꿈을 못 펼치는 것이 안타까웠나 봐요. 

하지만 남편은 육아에서 있어 저의 최고의 멘토이자 힘이 되어준 사람이었어요. 

제가 산후우울증 없이 아이를 지금껏 키울 수 있었던 것도 남편 덕분인 것 같아요.


© freestocks, 출처 Unsplash


그리고 비가 오면 행여나 저희들이 등원하는 게 힘들까 봐 걱정해주셨던 원장님도 제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행복이의 생일날이 되자 아주 근사하게 생일파티도 해주셨고 넝쿨이의 선물까지 준비해 주셨어요. 

항상 따뜻하고 육아의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던 원장님이 계셨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믿고 보낼 수 있었고 저 역시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많은 보탬이 되어 참 고마웠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린이집까지 30분 정도 걷는 건 참으로 쉬웠어요. 

넝쿨이가 조금 자라 유모차에 타고 행복이는 유모차에 연결한 라이더에 앉아 서로 마주 보며 매일 등원했습니다.


그 해 겨울이 될 무렵, 일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원장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행복이도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서는데 행복이가 말하더라구요. 

“엄마, 이제 여기 안 와요? 슬프네.”

짧은 시간 동안 행복이는 자기 나름대로 정을 쌓고 있었나 봐요. 

안타까운 마음에 꼭 안아주었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일산으로 이사를 온 후 어린이집 대기가 길어 입소를 못하고 있을 때였어요.  

아직은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 한 곳을 찾다 집 근처에 고양시에서 하는 문화센터 안에 ‘아이맘 카페’라는 곳을 찾게 되었어요.


[아침이 좋다] 방송 촬영 준비 중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하는 키즈카페라고 하는데 예약만 하면 공짜라는 말에 인터넷으로 간단히 두 아이를 예약을 하고 한 번 가봤습니다.

기존 키즈카페에서 볼 수 없었던 원목으로 된 교구와 모래놀이 대신 편백나무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도 있었고 1층과 2층을 연결한 미끄럼틀도 있어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답니다.


신나게 1시간 반 정도를 놀고 나면 센터의 선생님이 작은 강좌를 해주셨어요.

같이 율동과 노래도 배우고 그림 그리기나 오리기도 했어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운 걸 뽐내기도 하고 서로 자랑을 하며 또래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강좌가 끝나고 정리를 하고 나오는데 행복이랑 넝쿨이가 동시에 말하는 거예요.

“엄마, 여기 또 올 거죠?” 하고 말입니다. 

정말 재미가 있었나 봐요. 

지금은 아이들이 유치원과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예전만큼 아이맘카페에 들르진 못해요.

하지만 최근에 장난감, 도서대여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장난감과 도서대여 카드를 만들어 2주일에 한 번씩 장난감과 그림책을 빌려와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 장난감을 빌려올지 기대를 하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고 기다립니다.

아이들에게 비싼 사교육을 시켜줄 형편은 안 되지만 이런 센터가 가까이에 있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부모교육 강좌가 열리는 데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작은 소품을 만들기도 하고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로하는 강좌가 열리기도 합니다.


© 4144132, 출처 Pixabay


항상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고 좋은 말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잘 안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러한 부모교육을 통해서 좀 더 다짐을 할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육아는 힘들고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들 합니다. 아이들이 잘 커가는 게 보상이라면 보상이겠지만 육아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엄마들에게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저는 아이들을 7년간 키워오면 힘들었기도 했지만 이러한 센터와 많은 어린이집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각 기관에서 주최하는 부모교육 등을 받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도 하니 저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길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 강력한 무기 제 남편은 오늘도 말합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당신은 좋은 엄마야.”라고 말입니다.


 저는 참 행복한 엄마입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에서 보육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때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고 외벌이여서 돈이 들지 않는 체험이나 교육을 찾아다녔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우리들에게 단비와 같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교구를 갖고 놀거나 책을 읽었고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었다.

그 경험을 살려 수기 공모전에 글을 써서 냈는데 감사하게도 한국보육진흥원장상인 장려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 수상으로 그때 당시 KBS 아침 방송 '아침이 좋다'(지금은 종영) PD 님과 영상을 찍었고 아침방송을 탔다.  오전 7시쯤 방송이 나왔는데 양가 어른들은 이 방송을 다 보셨다고. 크크.


좌부터 보건복지부 고득영 정책관, 폭탄머리 엄영란 주부,  언제나 힘이 되어준 남편, 서문희 한국보육진흥원장,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꼬마들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방송을 찾아봤고 다행히 아직까지 그 방송을 볼 수가 있었다.

화질은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어린 모습을 다시 보니 새삼 귀엽고 좀 더 젊은 내 모습도 낯설고 어색하다.


아침이 좋다 방송캡처



나쁘지만은 않은 과거의 기록 :D

10년 뒤에 다시 펼쳐 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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