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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Dec 02. 2022

튜브

내 삶은 곡선


작가의 전작인 '아몬드'를 워낙 재밌게 읽어서 신작이 나오는 족족 읽고 있었다.

책표지처럼 푸르른 바다를 머금은 7월에 이 책이 나왔다.

우연히 그 달, 장장 13년만에 취업을 해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10월, 원고 투고를 했고,

드디어 11월, 시험이 완전히 끝나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라고 쓰고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읽게 되었다라고 읽는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슬쩍 슬쩍 눈물을 닦는 것이 민망했고 오랜만에 목구멍이 막혀 아려오는 기분을 느꼈다. ㅋㅋ


자세는 몸을 펴면 고쳐지지만 표정은 진실된 감정이 있어야 제대로 나오는 거니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입꼬리가 올라가는 연습을 했다. 앞에 거울이 있었다면 꽤 볼만 했겠지?




- 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 우린 항상 무언가를 판단하느라 에너지도 감정도 너무 많이 쓰고 있잖습니까.

많은 생각을 담고 살아간다. 어떨땐 생각의 꼬리를 꼬리를 물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때가 있다. 제발 생각 좀 그만 하자고. 스위치를 진짜 끌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잡으며 튕겨져나온 작디작은 물방울들을 보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놀란 눈으러 바라보고, 오렌지를 코에 대주면 그 오묘하고 달콤한 향에 코를 찡그리며 웃었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도 그랬다.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빠져 보는 걸 나도 들여다보면 그냥 일상인 것이 아이들에겐 신기한 세상이 첫 발을 디딘 것일테니 난 그게 신기했다.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또 한 반 생각에 빠지고.


- 사람은 자꾸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거든요. 돌보다 더 단단하고 완고한 게 사람이죠. 바뀌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지금은 뭐든 열심히 하려고 생각을 해보다 육체적인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그냥 관둘 수 있다. 그 마음이 돌아가지만 않더라도 반은 성공일텐데. 자꾸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물에 빠지면 도움이 되는 것이 튜브이기도 하고, 소재가 되는 유튜브이기도 한 이 제목 폰트의 곡선이 어쩌면 내 삶도 곧진 않은 곡선이 아닐까 싶다.

시나리오를 쓰며 글을 쓰게 된 작가의 다른 글들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눈 앞에 그려지는 듯한 소설들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지는 한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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