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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ug 10. 2023

키키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언젠가 죽을 수 있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

우연히 읽게 된 브런치 작가의 글에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예전에 내가 본 [앙 단팥인생이야기 ]라는 영화에 나온 할머니라는 걸 알았다.

최근에 본 영화인데 꽤 생각을 많이 했던, 다 본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던 영화였다.

한센병을 연기한 그녀는 실제로 암투병 중이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났다.



- 이럴리가 없다 같은 생각은 일절하지 않고요 자기를 내려다보면서 지금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야. 라고 생각하면 쓸데없는 욕망이 사라지고 금세 편안해져요.


병에 걸린 덕분에 터득한 것이라는 그녀의 인터뷰에 무얼 그렇게 잡으려고 한걸까 생각해본다.

어차피 떠나면 다 필요없을 것들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깊이 파고들고 싶다.



- 나는 처음으로는 안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매번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그 때가 좋았다 생각을 한다. 지금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텐데. 시한부로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또 다를까?

어릴 때, 정말 철이 없을 때 내 죽음의 시간을 알 수 있다면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었다. 그 때 나왔던 영화 제목이기도 했고 청순가련한 모습의 주인공에게 매료되어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는 시한부의 삶이어서 살고 싶어도 못 사니 그 때까지만이라도 살고 싶다였다. 어리석은 나는 그때까지 살면 그냥 좋지 않을까 마냥 던진 한마디였다.

지금 시간이 흐르니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더 살고 싶다. 병에 똥칠하고 도배하고 똥칠하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짜 僞 라는 글자는 사람 人 이 만든다 爲 라고 씁니다 사라밍 열심히 만들지만 그렇게 만든 약물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일 같은 부작용이 날 수도 있죠.


세상에 진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가짜들이 많아 속고 속이는 광경 꽤 보고 있지 않은가? 내가 가지려는 것들도 허상인 건 아닌지. 다 쓰고 나면 불필요한 내역들.




- 나이는 누구나 먹는거라 아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살아온 모습대로 죽는 거 아닐까 싶네요 ‘이번 생은 이걸로 실례하겠습니다’


살아온 모습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한다. 나이가 점점 들고 내 얼굴에 책임을 질 때가 왔다. 성인군자처럼 살진 못해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고 살자는 인생관을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곱게 늙어야지. 얼굴이든, 마음이든.



-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고 하던데 ‘언젠가’ 죽는게 아니라 ‘언제든’ 죽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죽음을 앞에 둔 자는 대담해지는 걸까? 단어 하나 차이인데 흐업 했다.

예전에는 오래 살고 싶단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적어도 애들 다 클 때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겨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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