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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ug 06. 2023

모니카 마론『슬픈 짐승』

사랑이라는 이름의 형벌

대학원 동기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은 나는 열심히 준비를 해보려 했다. 책을 읽기만 했지 그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핵심어를 찾고 거기서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극적인 독서를 해왔던 탓이다.

모임을 시작한 원우가 틀을 만들어 전달했다.


첫째, 줄거리를 요약하고

둘째, 핵심어를 5가지 찾고

셋째, 인상 깊은 대목을 3가지 찾고

넷째, 모임원들과 나누고픈 질문을 3가지 찾는 것.


첫 모임은 종각에서 만나 대면토론으로 정해졌다. 푹푹 찌는 더운 여름


이번에 읽은 책은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

소설은 내용이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왔다가 다시 과거를 가기도 한다. 그래서 줄거리를 요약할 때는 시간의 흐름대로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을 위한 준비작업인 게다.


희한하게도 5명의 핵심어가 전부 다 달랐다.

그리고 같은 책, 같은 문장임에도 해석하는 바가 달랐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각자가 뽑아놓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시간을 통해 작품을 좀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추후 이 책을 읽어보려 한다.

독서모임의 장점 중 하나가 무궁무진한 추천도서가 생긴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었소라는 자랑이 아니라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러한 류의 책이 생각이 났다며 한 권씩 예전에 읽은 느낌으로 끄집어낸다. 다시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독서편식을 잠재우며.


5명의 발췌문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온 표현이 '인생에서 놓쳐서 아쉬운 것은 사랑밖에 없다'였다. '사람은 인생의 것'이라는 것도.


작가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을 했다.


'사랑이 안으로 침입하는 것인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인지조차 아직 알지 못한다. 가끔은 사랑이 어떤 다른 존재처럼 우리 안으로 침입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 날엔가 우리가 충분히 저항력이 떨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 불치의 병이 되어 터져 나온다.'


정말 맛깔스럽게 표현을 했다.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변화가 되는지 본인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이 먼저 눈치를 챈다. 뭔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까. 그때는 사랑이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일 테지.



자유를 열망하는 '나'는 멸종한 독거성 동물에 관심을 갖고 이미 자유를 가지고 있는 프란츠는 그 자유로움 속에서 규칙을 지정하고 단일표본으로서는 생활에 부적격하고 무리를 지어야 비로소 완전한 유기체가 되는 작은 개미에 관심을 가진다. 두 캐릭터의 관계는 독일의 사회변화를 나타낸다.

불륜을 표면으로 내세운 사랑이야기는 한 나라의 사회적 현상과 통일을 치른 국가의 융합을 보여준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로 하나의 빛으로 흘러들어옴을 상상한다. 출구가 입구가 아니라는 작가의 말처럼 또 다른 감금이 시작이 된 것이다. 프란츠의 죽음으로 버스 아래 흘린 누군가의 피는 그 감금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희생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아기인형의 머리에 관련된 에피소드 또한 다른 동기들은 섬뜩하다, 잔인하다, 무섭다고 생각을 한 반면, 나는 네다섯 살 된 아이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똘똘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유모차에 실린 아기인형의 목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나'의 친구의 목과도 연관을 지은 동기의 말에 또다시 감탄했다. 정말 다양한 생각이 있구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소중했다.

다음 책이 기대되고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열심히 읽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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