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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Oct 05. 2023

참으로 먹먹한 책

세월호 아이들이 표현하고 시인이 글을 쓴 책

요즘 비우기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만큼 책을 사진 않지만 책을 사기 위해 비우고 있다. 안 읽는 책은 최대한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다른 이들에게 넘긴다거나, 구입한 지 6개월이 안되었을 때는 알라딘 서점에 팔기도 한다. 

재독을 하지 않는 습관은 책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시 읽지 않는 책은 어디로, 어디로 다른 이의 손으로 넘어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결국.


오늘도 가져온 책을 직원이 검수를 하는 동안 읽을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어슬렁 책장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엄마"라는 단어를 보고 책을 뽑아 들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지를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시인들이 글을 모아 책을 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툭 열어둔 책장의 글을 하나 읽었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 어,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다른 글을 읽어보자며 몇 장을 넘겨 책을 읽었는데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좀 더 읽다가는 펑펑 울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는 찰나 방송에서 내 이름이 나온다.

어머, 이건 좀 많이 부끄러운데. 

이 책을 사려다 결국 다시 꽂았다. 나중에 새책으로 구입할게. 


판매한 모든 책을 예치금으로 모두 넣어두고 그 예치금으로 다른 소설을 샀다. 이것도 먹먹하면 어떡하지?


좋아하는 따뜻한 돌체라떼를 하나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이 책을 한 번 펼쳐봤다.

아, 이 책도 먹먹한 책이었다.


올해 들어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하고 모조리 읽고 있는 중이다. 내용은 물론, 문체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를 연상케 해서 더 좋아하는 작가다. 아무래도 일본작가이다 보니 번역가에 따라 문장이 꽤 많이 달라진다. 그 번역가의 글을 좋아했던 걸까 싶었는데 우연히 작은 책으로 원서를 읽어보고 (구글번역가의 도움으로) 작가 고유의 색은 없어지질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초판을 구입했는데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예전만큼의 작품을 내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에, '이희영'이라는 작가를 만났다. 

'챌린지 블루'라는 책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는데 제목 탓이었을까? 이 책에서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향기를 맡았고 전혀 다른 이희영의 새로운 향기를 접했다. 

그 뒤로 읽은 책들은 또 전혀 다른 문체여서 카멜레온 같은 작가를 만났음에 환호했다. 


사실, 이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대학을 나왔고, 결혼을 했을까 이런 저런류의 질문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작가들은 궁금하긴 했다. 

어떤 책들을 썼을까, 이 사람이 글을 쓰는 서재는 어떠할까, 커피를 마시면서 소설을 쓸까 하는 궁금증.

아, 아이는 있을까? 하는 생각은 했다. 청소년을 너무 맛깔스럽게 표현을 잘했으니까.


이 책 '썸머 썸머 베케이션' 역시 집에 가서 읽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읽다가는 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커피잔을 반납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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