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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Oct 20. 2023

지혜의 숲 옆 밀크북

오늘의 책 [슬픈 나막신]

오늘은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려다 집에서 20~30분은 운전을 해야 하는 좀 떨어진 곳이지만 익숙한 곳으로 왔다. 

#밀크북 카페. 서점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데 애견이 있으면 마당에 공간이 있어 그곳에 두어도 된다.

출판단지 직원들이라면 할인도 된다고 하니 근무하시는 분들에겐 좋을 듯.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책장에 꽂힌 여러 책 중 익숙한 이름의 작가 책을 집어 들었다.

#권정생의 [슬픈 나막신].

어제 동화수업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권정생 작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화작가라는 건 조금은 슬픈 현실이라고, 권정생 작가의 생전 말 중 '거지가 동화작가가 되었다'란 문구와 함께 하신 말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동화를 전해주면 좋겠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권정생작가가 젊었을 때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인세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검소하게 살아가는 그의 삶이 재조명되고 사후가 되어서는 더욱 그를 기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들레의 친구가 되어준 강아지똥, 아이를 업은 짧은 머리를 한 몽실이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권정생 작가의 생애를 담백하게 담아낸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가 직접 쓴 수필인지 다른 작가가 권정생의 삶을 들여다보고 쓴 글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피 토하는 심정으로(실제로 작가는 결핵을 앓았다) 글을 쓰는 게 상상이 되어 이 정도는 되어야 글을 쓴다고 할 수 있겠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일본, 등장인물은 조선 아이들과 일본 아이들이다. 익숙지 않은 네이밍에 몇 번을 다시 들여다보기도 했다.

고아원에서 살다가 일본인부부 가정에 입양된 하나꼬. 머리통 없는 귀신이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비추고 있다는 게 읽다가 울컥하던 부분이었다. 

확실히 이 책에 나오는 배경의 시절엔 어린이들이 결코 보호받지 못했던 것 같다. 굶고 맞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 지금은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명목으로 점점 과하게 되는 것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아이들을 마구 다루지 말라는 대사가 나온다. 선생님의 주먹이 아이들 머리 위로 올라간다. 지금 이렇게 애들을 대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읽는다.

동화라고 하면 꽤 오해를 많이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것, 아이들이 천사 같을 것이라는 착각. 이 동화 역시 죽음이 많이 등장한다. 슬프기도 하고. 

확실히 현대 동화와 근대 동화는 차이가 있다. 담고 있는 서사가 다르다.


원래 오늘 비평 과제를 하기 위해 카페를 들렀는데 우연히 뽑아 든 책이 내 발목을 잡았구나. -_-a

읽어야 할 책들도, 써야 할 것들도 많다. 

추석 이후로 하던 공인중개사 일을 그만두고 다시 백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바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다시 일을 하려고 인터뷰도 하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최근 어떤 문학상 독자심사단이 되어 읽을 책이 더 늘었다. 읽을 책이 쌓여 있다는 것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오늘 읽을 책 목록은

현기영 - <순이삼촌>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

참고도서 임유경 - <불온의 시대>


이 목록들의 테마는 국가, 분단, 항쟁, 재현이고 여러 도서와 영화 중에 골라서 읽고 초안을 작성하는 것. 

이번 학기는 3과목을 신청했더니 정말 과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한 과목은 제출해서 다행이다. 과제 제출 마감이라는 빨간 글씨가 또 압박을 해온다. 그래도 바쁜 게 낫지.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미 작년에 출간되었을 때 읽었다. 과제를 위해 한 번 더 읽자고 가져왔는데 '나막신'에 그 시간을 다 줘버렸다. 

[순이삼촌]은 읽다가 또 먹먹함이 밀려오는 듯해서 잠시 멈췄다. 삼촌 이래서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한 평소의 내 편견을 탓하며. 

[불온의 시대]는 비평 교수님의 책으로 논문 형식이어서 과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양이 상당해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고 참고해야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동안 커피가 반 밖에 줄지 않았다. 

읽자. 일단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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