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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08. 2023

지혜의 숲은 너무 춥다

오늘 읽은 책 : 더 빨강 - 김선희

오늘은 오전에 잠깐 독서모임을 갖고 파주로 넘어왔다. 어제 새벽까지 소설론 세미나를 위해 발제문을 작성한 후 마음이 한결 나아져 책도 읽고 남은 비평과제도 작성할 겸 해서.

지난번 주차비를 정산할 때 할인권을 다 쓰는 바람에 근처 주차를 할 곳을 찾아 한 바퀴를 돌았다. 따닥따닥 붙은 차들 사이에 차 한 대 정도 들어갈 틈이 보여 거기에 주차를 했다.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가며.

차에서 내리니 금방 후회가 몰려왔다. 이제 11월이 되었는데 생각도 못하고 카디건 하나 딸랑 입고 왔는데 차디찬 바람이 니트 틈 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데 이가 덜덜 소리가 났다.

최대한 발걸음을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는데.


춥다.

매우 춥다.

생각해 보니 이곳은 딱히 난방을 안 했다. 정말 추운 겨울이면 조금씩 훈훈한 공기가 돌긴 했지만 평일에는 사람도 적어 그 훈훈함 마저 부족했다.

어쨌든 사람들이 있는 곳에 앉았다.



운전하고 오면서 논문작성에 필요한 해외학술논문 관련 DB와 도구이용법 강의를 웨비나를 통해 들었다. 해당 업체에서 제공하는 URL을 열어보니 꽤 괜찮은 링크와 영상이 있어서 조금 정리를 했다.

내년 논문을 쓸 예정인데 이번주 소설론 세미나에서 원우 한 분이 논문 관련 세미나를 진행해 주기로 했다. 먼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어가 보려고 한다. 논문 준비를 위해 최대한 자료를 수집할 생각이다. 나와 같은 분야의 논문을 많이 읽고 또 읽어야지.


과제를 해야 하는데 초고완성 후 다시 틀을 잡아야 하는데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책을 들어야 하는데 다른 책들만 보인다.

오늘은 사계절 출판사 코너에 있는 책을 훑어보았다.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선희작가의 더 빨강

문학상 수상작품이면 믿고 읽을 수 있어서 일단 뽑았다. [더 빨강]의 책표지에 그림은 이 책을 읽으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여자아이의 머리 양옆에 그려진 고추 또한 책을 읽으면 아, 하게 된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퇴보로 인해 가장 집에서 어리던 길동이 가장 큰 어른이 된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엄마와 형의 가림막이 사라지고 아버지를 보호하려는 고등학생 아이의 마음이 참 예쁘다.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둘째 아들의 성장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적어도 주위에는. 자신은 힘들지라도 주위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더 빨강이라는 매운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카페에 가입한 길동은 오미령을 만나기 위해 정모에 참가한다. 그러다 경찰서에 가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학생부장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된다. 이 카페의 설립취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자신들만의 생각을 갖고 커간다. 그걸 어른들이 미처 보질 못하고 놓치고 있을 뿐.

모든 것을 짊어진 큰 형의 어깨도 무거웠을 테고, 커버린 동생에게 제재를 당한 후 힘을 잃었을 것이다. 더 이상 집안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도 했을 것이고.


고백을 하고 집을 떠난 형도, 재개발을 앞두고 알거지가 된 이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엄마도, 한 순간에 일곱 살이 되어버려 집안의 막내로 둔갑한 아버지도, 이제는 야동을 봐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 청소년 길동이도 측은하면서도 파이팅이 넘치는 캐릭터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맘에 든다.



다른 책들을 둘러보았다. 여러 권의 책들 틈에 보이던 작가이름. 조우리 작가의 예전 책을 기억했다. 그리고 책을 꺼냈는데 표지가 웹툰에서 등장하는 인물 같다.

엄마의 싸이월드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자신의 친아빠를 찾아 영국으로 떠나는 아이.

나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의 이름 '싸이월드'는 이제 정말 추억 속으로 사라질 듯하다. 도토리를 구입해 미니홈피를 꾸미고 노래를 들었다. 간혹 유튜브에서 그 노래들 중 하나가 흐르면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한다.





이것저것 써보려고 했다. 

오늘 할 일을 쓰면서 다짐도 하고.

근데 다 못하고 가는 군.









춥다.

이제는 한계다.

따뜻한 차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싸이월드 음악을 고르고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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