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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Nov 22. 2023

가을가을한 마리카페

오늘 읽은 책 : 청년 주부 구운몽 - 강선우


아들은 아빠와 야구훈련을 갔고 나는 딸과 함께 도서관에 갔다가 카페에 들렀다.

된장녀가 된 듯한 기분으로 카페에 들어오니 향긋한 커피 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창가 2인석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마주 보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늘은 갖고 간 책은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강선우 작가의 [청년 주부 구운몽].

유행하듯 계속해서 나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누군가 위기에 빠지면 도와주는 형식의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조금 더 재밌었던 건 내가 '주부'여서 그렇다.

공감이 가고 외롭지 않다고, 찾을 수 있는 뭔가의 '거리'를 찾아줘서 고마웠던 책이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해서 그런지 장면을 눈에 보이듯 묘사를 해서 드라마를 보듯이, 영화를 보듯이 책을 넘겼다. 

이 책을 읽고 잠깐 토론 모임 때 만났던 분도 킬링타임용으로도 좋았지만 자신의 상황을 공감해 주는 듯한 책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주인공은 꽤 공부머리가 있어서 가족의 기대가 컸다. 주부를 하겠다는 말에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긴 했다. 

주부라는 직업은 급여를 따질 수 없어서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모른다. 

물론, 최근에는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서 시급으로 계산한 것도 봤지만 어차피 외벌이라면 그 돈이 가정 안에서만 돌지 않는가? 밖을 나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결국 그 돈이 그 돈이다. 



나 역시 아이가 수학 학원을 한 달 다니고 힘들다고 엄마랑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를 외치며 엄마가 선생님을 하는 동안 힘들면 언제든지 수학 학원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더니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예비중등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 안 와 중1 교과서와 자습서를 구입했다. 다른 공부방처럼 시범 수업(체험 수업)을 2시간 해보고 본격적으로 이번주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도 함께 하게 되어 1시간 반 정도, 첫째는 2시간 매주 이틀, 우리 집 거실에선 수학공부방이 열린다.

수학 학원 비용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우리 가정 안에서 돌았다. 이건 비용절감이 맞는 걸까?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인 운몽은 연글을 좋아해 극복을 써서 대상도 받았지만 그 돈을 갖고 가까운 선배가 나른다. 진짜 날라버렸다. 

아는 누나의 초록색 대문집에 살게 된 운몽은 자신의 일상을 글에 담는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출판사 계약을 해 출간작가가 된다.

와우, 너무 좋은 거 아닌가? 

나도 나도. 운몽 씨 나도 나도.


또 운몽의 삶에 등장하는 연우의 아빠는 누구인지를 찾는 재미도 있다. 알고 난 후 실망하기도 했고. 

연우를 키우는 강서를 보며 <일타스캔들> 드라마에서 전도연이 맡은 역할도 생각이 났다. 

이 부분은 비슷하구나.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키느냐는 작가의 역량이다. 

소재는 무궁무진 많지만 쌈박한 글을 써내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자아성찰입니다.)



아이가 찍어준 엄마의 손


원래는 카페에서 과제를 할 생각이었다. 

소설토론에 제출해야 할 소설 2편을 읽어야 했고, 

시창작세미나에 제출할 에세이를 써야 했고, 

비평세미나에 원우들과 점검할 점검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책을 들고 갔으니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므로.

결국,

완독.








절묘하게 가린 손



이제 사춘기로 접어드는 듯한 딸은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셀카는 마구마구 찍으면서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고개부터 돌린다.


나도 이해는 간다. 셀카는 보정에, 필터에, 각종 이쁨이 들어가 있으니까.

나도 그 사진이 내 얼굴인 줄 알고 착각하다가 휴대폰에 딸린 카메라가 켜지면 기겁을 하고 끄니까.





어떤 작가가 그랬다.

카페에서 작업이 훨씬 잘 된다고.



인정합니다.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작업을 해도 그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진 않더군요.
카페에 돈을 내고 커피를 마셔야 집중해서 더 잘 써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갈 생각이다.

책 들고, 노트북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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