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청년 주부 구운몽 - 강선우
아들은 아빠와 야구훈련을 갔고 나는 딸과 함께 도서관에 갔다가 카페에 들렀다.
된장녀가 된 듯한 기분으로 카페에 들어오니 향긋한 커피 향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창가 2인석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마주 보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늘은 갖고 간 책은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은 강선우 작가의 [청년 주부 구운몽].
유행하듯 계속해서 나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누군가 위기에 빠지면 도와주는 형식의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조금 더 재밌었던 건 내가 '주부'여서 그렇다.
공감이 가고 외롭지 않다고, 찾을 수 있는 뭔가의 '거리'를 찾아줘서 고마웠던 책이다.
드라마 작가이기도 해서 그런지 장면을 눈에 보이듯 묘사를 해서 드라마를 보듯이, 영화를 보듯이 책을 넘겼다.
이 책을 읽고 잠깐 토론 모임 때 만났던 분도 킬링타임용으로도 좋았지만 자신의 상황을 공감해 주는 듯한 책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주인공은 꽤 공부머리가 있어서 가족의 기대가 컸다. 주부를 하겠다는 말에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긴 했다.
주부라는 직업은 급여를 따질 수 없어서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모른다.
물론, 최근에는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서 시급으로 계산한 것도 봤지만 어차피 외벌이라면 그 돈이 가정 안에서만 돌지 않는가? 밖을 나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결국 그 돈이 그 돈이다.
나 역시 아이가 수학 학원을 한 달 다니고 힘들다고 엄마랑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를 외치며 엄마가 선생님을 하는 동안 힘들면 언제든지 수학 학원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더니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예비중등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 안 와 중1 교과서와 자습서를 구입했다. 다른 공부방처럼 시범 수업(체험 수업)을 2시간 해보고 본격적으로 이번주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둘째도 함께 하게 되어 1시간 반 정도, 첫째는 2시간 매주 이틀, 우리 집 거실에선 수학공부방이 열린다.
수학 학원 비용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우리 가정 안에서 돌았다. 이건 비용절감이 맞는 걸까?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인 운몽은 연글을 좋아해 극복을 써서 대상도 받았지만 그 돈을 갖고 가까운 선배가 나른다. 진짜 날라버렸다.
아는 누나의 초록색 대문집에 살게 된 운몽은 자신의 일상을 글에 담는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출판사 계약을 해 출간작가가 된다.
와우, 너무 좋은 거 아닌가?
나도 나도. 운몽 씨 나도 나도.
또 운몽의 삶에 등장하는 연우의 아빠는 누구인지를 찾는 재미도 있다. 알고 난 후 실망하기도 했고.
연우를 키우는 강서를 보며 <일타스캔들> 드라마에서 전도연이 맡은 역할도 생각이 났다.
이 부분은 비슷하구나.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키느냐는 작가의 역량이다.
소재는 무궁무진 많지만 쌈박한 글을 써내지 못하는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자아성찰입니다.)
원래는 카페에서 과제를 할 생각이었다.
소설토론에 제출해야 할 소설 2편을 읽어야 했고,
시창작세미나에 제출할 에세이를 써야 했고,
비평세미나에 원우들과 점검할 점검표를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책을 들고 갔으니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므로.
결국,
완독.
이제 사춘기로 접어드는 듯한 딸은 예전에 비해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셀카는 마구마구 찍으면서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고개부터 돌린다.
나도 이해는 간다. 셀카는 보정에, 필터에, 각종 이쁨이 들어가 있으니까.
나도 그 사진이 내 얼굴인 줄 알고 착각하다가 휴대폰에 딸린 카메라가 켜지면 기겁을 하고 끄니까.
어떤 작가가 그랬다.
카페에서 작업이 훨씬 잘 된다고.
인정합니다.
집에서 커피를 내리고 작업을 해도 그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진 않더군요.
카페에 돈을 내고 커피를 마셔야 집중해서 더 잘 써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갈 생각이다.
책 들고, 노트북 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