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책 : -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 에쿠니 가오리
아이들이 드림렌즈를 착용한다.
첫째는 2년째, 둘째는 3년째 렌즈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끼우고 잔다.
그리고 시력이 제대로 나오는지 측정을 하고 렌즈 상태를 보기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안과를 방문한다.
주차가 굉장히 힘든 그 안과 1층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라테가 종류별로 있다. 이름 역시 '킹'.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앉아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귀엽고, 앙증맞고, 독특한 그림들이었다.
백설공주와 난쟁이인가 했는데 디즈니 공주들의 저녁식사 하는 그림이다.
백설공주, 재스민, 신데렐라,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의 벨 인 듯.
추억이 새록새록.
옆에 그림은 캐릭터 그림 같다.
만화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아이가 그렇게 찍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과 아이가 찍은 사진을 같이 비교해 보았다.
다르긴 다른 듯.
(어떤 사진이 제가 그린 걸까요? )
이곳 라떼킹의 시그니처 메뉴들은 달달한 라테가 많다.
여름엔 아이스로 더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겨울은 오로지 HOT.
귀여운 사이즈의 컵에 담겨 나온 라테와 함께 책을 펼쳤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여류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란 책을 읽었다.
예전엔 신간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내겐 초판이 많다.
이 책 역시 2020년에 나온 초판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 예약도서로 구입을 했는데 요즘 새로 나오는 책들이 거의 대부분 리커버라 좀 아쉽긴 하다.
이 책은 읽고, 쓰는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가의 에세이를 처음 접했다.
잡지에 실린 짧은 소설과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매번 장편소설만 읽어오다 이 책을 읽으니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라 더 가까워진 듯했다.
나는 소설가니까, 지우개는 필수품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보다, 아마 훨씬 많은 지우개를 소비했을 거예요.
저자는 지우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르르 굴러온 지우개들에게 인사하는 작가.
지우개에 대한 단상을 보니 나 역시 어린 시절 지우개에 대한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국딩) 시절, 아기공룡 둘리가 유행했는데 그 캐릭터 모양의 지우개 세트를 팔았다. 용돈을 아껴 문방구에서 그 세트를 구입해서 창틀에 숨겨두었다.
며칠이 지나 건물에 불이 났고 물이 가득한 창틀에 젖은 지우개들 보았다.
지우개니까, 잘 지워지진 않았지만 예쁜 그 지우개가 고무니까, 살았다.
그 지우개들은 그렇게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저자의 서재에 항상 존재하는 지우개들은 저자를 외롭지 않게 해 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에게 인간애를 느낀다. 베스트셀러 작가, 세계적인 작가인 그녀가 병아리 시절의 원고투고에 대한 에피소드는 반가움을 안겼다. 당신도 이럴 때가 있었군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 그녀는 자신의 글을 실어준 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인간적인 매력에 또 반한 나, 언제 또 방한을 하려나?
쓴다는 것은,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매일 쓰고 있다. 마감이 있을 때 원고를 보내기도 하고, 적은 금액이지만 고료를 받기도 한다. 쓰는 행위는 오롯이 홀로 해야 하는 것이라서 외로울 것 같지만 또 설레기도 한다.
혼자서 하는 모험이라고 하니 또 신난다.
읽기의 장으로 넘어가면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는데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구입할 수 없는 책들도 꽤 된다.
꼭 읽어봐야겠다고 메모를 한 책은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이다. 이 책은 아동문학이라 특별히 빨간 줄 좌악.
또 마리 함순의 <A Norwegian Farm>은 아쉽게도 번역본이 없다.
그림책도 쓴 적이 있는 작가의 추천 그림책도 있다.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의 <도서관>.
다행히 이 책은 유명한 작가라 한국에 여러 그림책이 번역되었다. 잘 알려진 <리디아의 정원>의 저자다.
책을 소개하는 책은 사랑입니다. :)
천천히 찾아보며 읽어보련다.
히스라는 꽃도 만나보고.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글을 읽으니 젊은 시절, 이 사람의 작품에 빠져 살았던 때가 생각났다.
흐릿한 창 너머 살짝 스며든 햇살, 침대 한켠에 걸린 담요. 그 위를 일어나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나를 상상해 본다.
그때는 그랬다. 멍할 시간도 없이 일에 빠져 지냈기 때문에 그 멍함이 휴식이고 힘이 되었다.
잊고 있던 던 나와 소통한 기분이다.
단절되었던 그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가 서로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다.
이 작가의 책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