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전사 소은하
독서토론 모임에서 전수경 작가의 첫 책인 <우주로 가는 계단>을 접했다. 그동안 나왔던 고학년 동화로 읽혔던 책들과는 사뭇 달랐고 성인이 읽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존재했다.
물리라는 학문을 동화 속에 무난히 녹아내 영재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필독서라 불리는 동화다. 재미없는 과학을 소재로 한 동화가 꽤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해서 저자도 놀랐다고 한다.
부모들이 먼저 읽어보고 자녀들에게 부담 없이 건네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과학동화인 셈이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불가사의한 것이다.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공유하며 물리를 주제로 편안히 대화를 할 수 있는 할머니의 등장, 곳곳에 등장하는 과학용어들이 지식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있어 실제적으로도 꽤 도움이 된다.
아파트에 불이 나 탈출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지수와 삼촌은 비틀거리며 내려가면서도 탈출 속도에 대해 알려준다.
할머니와 공통분모인 스티븐 호킹의 일화는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게도 흥미로웠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사망 후 300년 되는 날 태어난 호킹박사의 고통에 대해 지수 역시 느끼게 된다.
해일로 가족을 잃은 지수는 과학책에 빠져들고 삼촌은 그 점이 못마땅하다.
세상에, 책 읽는 걸 싫어하는 보호자가 있다니요.
갑자기 사라진 할머니를 찾고, 짝수 아저씨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에피소드인 성운 중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별이 죽어가는 모습이라는 고리 성운의 사진이 지수의 집 우편함에 도착한다.
또 다른 이 책의 장점이 나타난다. 에피소드들이 유기체처럼 엮어 결말로 갈수록 그 얽힘이 서서히 풀린다.
그 후 또다시 우편함에 모스 부호로 된 편지가 도착한다. 컵 받침에 적힌 모스 부호를 풀게 되는 삼촌.
갑자기 아파트에 폭발음이 들린다. 비상등에서 나온 할아버지. 그리고 지수는 할머니의 우주를 만난다.
이 동화를 읽으면 <코스모스>를 읽고 싶어 진다. 실제로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뽑아와 읽다가 다시 동화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살짝 걸렸다.
7장과 8장 사이에 있던 메시지를 발견하는 지수는 눈물을 흘린다.
동화에는 결핍이나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이 항상 존재한다. 지수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고학년 아이들이고 나름의 고민이 있다. 작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동화를 쓰느냐에 따라 인물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 같다.
삼촌의 여자친구인 은서는 초등교사이면서 게임을 좋아한다. 이런 인물의 특성은 그대로 작가의 후속작 <별빛 전사 소은하>로 넘어간다.
이 책 역시 과학의 세계는 물론, 게임의 세계도 등장한다. 그야말로 요즘 초등학생들이 환장하는 소재로 이루어진 동화다.
손목의 무늬가 생긴 소은하가 알고 보니 외계인이다. 유니콘피아 게임에서 전사이면서 실제 교실에서는 외계인으로 불리는 아이가 실제로 외계인이었던 것이다.
게임은 현실보다 시시해
당연하다. 현실에서 엄마가 외계인이면서 대장이고 자신도 외계인이다. 손가락을 펴서 자기장을 쏘고 그 끝에서 빛이 튀어나와 날아간 곳의 벽돌은 사라진다.
게임의 개발자가 엄마의 오래전 친구였다. 유니콘 마스크와 엄마의 대결은 엄마의 패배로 끝나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다.
소은하가 친구들과 함께 합동으로 유니콘 마스크를 무찌르고 지구와 헥시나는 연결된다.
이 동화는 철저히 우주 공간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그 끝은 엄마의 임무가 끝나고 헥시나로 돌아가고자 한다. 장례식을 치른 후 엄마는 외계인 묘지에 묻힌다. 이 동화 역시 커다란 틀은 게임이지만 우주라는 공간이 큰 배경이다.
소은하가 속해있는 외계인이 존재하는 우주, 평범한 교실 안에서의 우주는 모두 소은하의 우주다.
여느 친구들의 질투를 받기도 하고 따돌림도 당한다. 그 난관을 극복하는 건 소은하이고 곁에 친구들도 존재한다. 소은하는 또다시 다른 게임에 빠진다. 게임에 빠지는 것이 나쁘게 그려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반가웠던 인물은 소은하의 아빠였다.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다가 PC방 주인이 된 아빠는 전형적인 40대 남성의 모습을 보인다. 프로그래머의 끝은 치킨집, PC방, 편의점 사장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나 역시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지만(?) 전설적인 주부로 남겠다.
어른들이 좋아할 소재는 <우주로 가는 계단>이 더 낫고, 아이들은 <별빛 전사 소은하>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방탄의 '봄날' 음악을 들으며 읽었던 책을 찾았다. 그리도 기억이 나지 않더니. 이번에 다시 읽은 <우주로 가는 계단>이었다.
여러분도 '봄날'을 들으면서 <우주로 가는 계단>을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