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일흔여섯 번째날

만약 내게 시를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76

만약 내게 시를 쓸 수 있는 힘과

미처 형상화되지 못한 시에서 느끼는 황홀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황홀감 쪽을 택할 것입니다.

물론 그대와 내 주위의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을 할 것입니다만.



원문⟫

If I were to choose between the power of writing a poem and the ecstasy of a poem unwritten, I would choose the ecstasy. It is better poetry. But you and all my neighbours agree that I always choose badly.




새로 한 번역⟫

만약 내가 시를 쓰는 힘과 쓰여지지 않은 시의 기쁨 가운데 선택한다면,

나는 기쁨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게 더 나은 시편(詩篇)입니다

하지만 그대와 내 모든 이웃들은

내가 항상 잘못 선택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할 것입니다




읽기글⟫

그러나 그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그 어느 샘이 저 깊은 물줄기로부터

외떨어져 솟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시작의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과정의 존재-길 위의 사람입니다.


똑같이.

사랑하기 보다는 감사하기가 먼저입니다.

감사의 수원(水源)을 잃을 때

모든 사랑주기는 메말라감이거나

일그러진 희생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말은 당신께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에, 무언가에 너무도 감사해서

내 앞에 선 당신을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졸졸 흐르지 않는다고

샘을 지키는 나를 한심해 하실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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