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일흔다섯 번째날

만약 한 그루의 나무가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75

만약 한 그루의 나무가 자서전을 쓴다면

그것은 한 종족의 역사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원문⟫

Should a tree write its autobiography it would not be unlike the history of race.




새로 한 번역⟫

한 그루 나무가 자서전을 써야 한다면

제 종족의 역사와 같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읽기글⟫

그는 그 자리에

비켜서지 않고, 혹은 비켜설 수 없이 서 있었고

거기 가만 서 있던 그에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똑같이

다가오고, 스며들고

지나쳐가고, 또 배어나옵니다.


한 종족의 역사

하나의 뿌리

그러나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체험들, 사유들

하나의 나무는

아마도 그렇게 상충되는 것들을

한 살이 안에서 받아안으며

그것들 모두에 대한 판단의 유보들로

혹은 혜안과 견딤, 기다림으로

점철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분리감 없이 고유할 줄을 압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의 나무는 숲과 태곳적 숲의 기억과 삶까지

제 몸에 깨우쳐 갱신합니다.

그들은 종족의 삶과 개체의 삶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나무에게는 종족과 닮았다는 것이 고통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고통을 겪습니다.

인간만이 인간을 혐오합니다.

사람만이 저 자신을 고역으로 여깁니다.

대신에 우리는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환멸과 의심, 불안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를,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예, 못 다한 숙제는 내일로 미룹시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종과 일치하지 못한 개인인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을 우리 이웃, 형제의 부족함으로 여기지 않아도 좋다는 말입니다.

나는 언제나

나보다 서툴고 늦되며 딴 생각도 많은 어린 벗들을

진심으로 신뢰합니다.

그들이 나를 넘어서 더 멀리 나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들이 거기서 더 멀리 갈 것을 생각하면

못 견디게 벅차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57번 조각글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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