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세우세요
몸이 정신을 지배해버리기도 하고, 정신이 몸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말하려면 '정신'은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어야 합니다. 느낌이거나 기분이 아니라 '뜻'이어야 합니다. <뜻을 세우면>(서원, 誓願, vow) 자신을 뒤흔드는 몸과 마음의 폭풍에 굴하지 않는 것이 ‘정신’입니다. 바람은 물리적 현상이지 심리적 현상이 아니며, 더욱이 정신적 현상이 아닙니다.
대개 사람들이 혼동하여 쓰는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표현은 심리적 압박과 불안정이 몸에 스트레스를 주고 쇠약 또는 과민을 유발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대도 아마 이 둘을 혼동하곤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 말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공자에게 기회가 있다면 맨먼저 무엇부터 할 건가 물었을 때, 공자께서는 답하길 “정명”(正命)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각각이 제 이름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말이 본 뜻을 갖게 하는 것. 사실 그것만 해도 절반 이상 한 것입니다. 나머지는 각 사람이 다르게 할 터이니까요.
예술가는 어떤 표현도구를 사용하든지 ‘언어’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각각의 감각은 각각의 언어를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는 그 길을 내는 사람이니까 자기 스스로 언어의 혼란을 극복하는 사람입니다. 유희로서 언어의 혼란을 일으키고 즐긴대도 그걸 위해서라도 우선 정명하여, 자신은 언어의 혼란에서 벗어나 언어를 바르게 인식하고 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원하는 만큼 틀고 엉클 수 있지요.
마음을 내버려 두지 마세요. 극장에서 아이가 떠들면 부모가 제지하거나 관람을 포기하고 밖으로 데리고 가야 합니다. 아이가 거부한다면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데리고 나가야지요. 왜냐하면 거기 모인 사람들은 ‘목적’을 가지고 모였고, 내가 거기 들어갈 때에는 같은 뜻을 갖고, 적어도 저들의 뜻을 존중하고 동의하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저들이 제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내 아이를 때리거나 다치게 한대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 의무도 지지 않는다면 그들 또한 나와 아무 상관없어 나에게 아무런 책임질 일이 없겠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다스리세요.
마음이 몸을 지배하게 두지 마세요.
그런데 먼저, 대체 마음이 어딨단 말입니까? 내가 있다고 주장하고 고집하지 않는 한.
그것은 ‘출렁임’을 들고 오라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요? 어떤 일이 사실로서 벌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무엇’이 아닌 때, 그것이 그저 ‘어떠함’이기만 하다면, 그렇게 어떠하지 않고 다를 수 있고, 어떠하기를 그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손상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전으로 상영이 중단되는 것과 필름 원본이 손상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지요.
우리가 상상적 사건들을 실제로 혼동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우리 정신이 무엇으로부터도 파괴될 수 없다는 것을, 못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영혼은, 인간정신 자체인 영혼(Geist, 가이스트, 독일어)은 상관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는다는 걸 알 것입니다.
뜻을 세우고, 뜻을 지켜야 합니다. 근력과 비슷합니다. 튼튼한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병약한 몸은 하지 못하듯이 애초 그것이 어렵거나 대단한 탓이 아니라 정신의 건강한 정도에 따라 어떤 일이 되고 어떤 일이 되지 않는 수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로 원하면 육체든 정신이든 그 근력을 늘릴 것입니다. 이번에 안 됐다고 모르겠다고 하지 않고, 이미 실패하고 상실했어도 다시 기르고 키울 것입니다.
인생의 목적까지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뜻’을 세우십시오. 언제나 세우고, 지키고, 고치고, 다지십시오.
나무에게
바람이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