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가 기우가 되지 않으려면 - 일본 총선을 지켜보며
요즘 동아시아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품게 됩니다.
“만약 일본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지도자가 등장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권력을 공고히 한다면, 그 리더십은 어디로 향할까? 그것이 일본의 군사적 방향을 바꾸고, 나아가 과거의 군국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길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괜히 소란 피우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막연한 공포로만 다뤄서도 안 되는 질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차분히 구분하고, 조건을 따져 보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다카이치 사나에와 같은 인물이 총리로서 선거에서 강력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집권 세력 내부에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키워 줍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제 일본이 다시 군사 국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결과는 의지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본이 전통적인 의미의 군국주의로 되돌아가려면, 헌법 개정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하고, 군사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야 하며, 국제사회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조건이 겹쳐야 합니다. 물론 이번 자민당의 선거 승리로 개헌 가능한 의석수(3분의 2 이상)를 확보하였지만 이게 곧바로 평화헌법을 폐지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군사국가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반대로 시민사회의 저항, 헌법 질서의 유지, 국제적 견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동한다면 그 방향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선거 승리는 가능성을 넓히는 사건이지, 곧바로 역사를 되돌리는 스위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는 늘 주변 강대국의 선택이 가장 먼저 투사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힘이 동시에 강해지고, 양국이 직접 충돌하기에는 부담이 클 때, 그 사이에 놓인 한국이 압박의 대상이 되었던 장면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전쟁과 식민지, 분단이라는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지금은 군사 충돌 대신 경제, 외교, 기술, 안보 선택을 둘러싼 압박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미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꼭 인식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동아시아는 과거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지리적 조건은 변하지 않았고, 강대국의 전략적 사고도 본질적으로 단순해지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큰 갈등일수록, 복잡해 보이지만 오히려 “직접 부딪치지 않고 상대를 소모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과 일본이 서로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한국을 압박하고, 한국이 다른 나라와 대립하거나 선택의 비용을 치르도록 만들며, 그 과정을 관망하거나 활용하려는 시나리오는 결코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닙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전장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소모되는 구조에 스스로를 내어줄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외교·안보·경제에서 선택지를 잃고, 단일한 의존 구조에 묶일수록, 다른 나라의 전략은 단순해집니다. 반대로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 능력과 회복력을 키울수록, 외부의 계산은 복잡해지고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꼭 권하고 싶은 태도가 있습니다.
첫째, 특정 국가나 지도자를 선과 악의 이야기로 단순화하지 말고, 조건과 이해관계로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십시오.
둘째, 불안한 국제 정세를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국가의 선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공부합시다.
셋째, 외교·안보 문제를 나와 무관한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기지 말고, 시민으로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힘을 길러 주세요.
동아시아의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게 둔다면 과거와 닮은 꼴이 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하고 준비할수록 다른 길이 열릴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공포가 아니라, 구조를 읽는 눈과 스스로 판단하려는 태도입니다. 그것이 이 지역에서 반복된 비극을 멈추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겠기 때문입니다.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