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나무야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졸업가

by 이제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이대로는

우리 다시는 스치지 말자

같은 채로는


우리 다시 만나는 날은

다 다르게

우리 다시 마주볼 때엔

새롭게 새록


몸과 맘 흠뻑 새봄 입게

오늘은 안녕

목소리와 표정 바꾸자

오늘은 이만


노래 부르고 손 흔들어

날아가



오늘은 졸업(卒業)하는 친구들을 배웅하는 날입니다.

그들은 졸업이라는 관을 쓰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축복이고 배웅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작별이지요.

작별한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얼까요?

마음?

어떤 마음?


배운다는 건 늘 이별입니다.

어제의 나와 작별하는 것입니다.

눈앞에 심연이 있지만

뛰어들어야 헤엄칠 수 있습니다.

뛰어들지 않고는 결코 건널 수 없습니다.

배운다는 건 수영을 배운다? 그것은 이미 ‘무엇을’ 배운다는 이야기이지

배운다는 게 무언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배운다는 건 심연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익숙해진 나, 안온한 세계로부터 떨어져나가는 것입니다.

분리가 타력으로 행해지만 비참함을 경험하지만

자력으로 행하면, <자기 결정>으로 실행하면

이틀 전 예술이, 시가 하는 일이라고 했던

위대함과 아무것도-아님을 동시에 경험하고, 일치시키는 수행이 됩니다.

비로소 연결감을 회복하고

감각이 살아나고

세계를 느끼고, 이해하고, 교섭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건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는 것입니다. 똑같은 채로는.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다른 얼굴로.

지금은 그리고

훌쩍 뛰어

떨어져-오르십시오.

이 역전(逆轉)된 비상(飛上)을 촉구합니다.


아, 그대의 졸업은 아직 더 남았지요?

그러나 하나를 매듭짓는다는 것,

그러고도 다음이 있다는 것

이렇게 마디 지우고 이어진다는 것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요?




나무에게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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