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햇살

봄인 듯 봄이 아닌

by 이제월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달력으로는 봄(春)이 왔으나 날씨가 여전히 추운 때 쓰는 말인데,

상황이나 시국이 좋지 않고 살기 어려울 때도 빗대어 씁니다.

중국 당나라 시절 동방규(東方虯)의 시 《소군원(昭君怨)》에서 유래된 문구로, 흉노 땅에 시집 가 살며 고향의 봄을 그리워하는 왕소군의 슬픔을 그린 것입니다.


오늘 해가 가려 내내 날씨가 흐리고 바람마저 부니

절로 이 구절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왕소군과 처지가 다릅니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그리우면 그리로 가면 됩니다.

그런데 또 한 번 생각하면 정말? 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한 자리에 있어도 모든 게 순식간에 뒤바뀌어 한 동네에 살아도 어린 시절 흔적은 볼 수 없는 처지이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그리움을 다른 데 둡시다.

영혼이 갈망하는 것은

우리 정신이 본래 있던 데를 추억하는 거라 칩시다.

그러면 현실에서 우리의 여정과 그리움이 향하는 곳은

지나가 사라진 날들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놓입니다.

이 미래를 향하는 그리움은 우리를 이끌어

우리가 스스로 이 미래를 만들게 할 것입니다.


그대가 미래를 그리워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미래를 그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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