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한 줄이 아니면 한 방울

by 이제월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열 번이라도 바치겠다.


허나 그것은 터무니없는 바람이다.

평생을 두고 씻어도 못 다 씻을

부정으로 이미 얼룩진 나의 목숨 따위

백이 쌓여도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글자 한 획

얻을 수 있을까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그만이라고 한 공자의 말씀엔

가슴이 설레인다.


나는 도가 아니라

한 줄의 시구에 목숨을 거는 것이

그나마 내 푼수에 맞는 꿈이란 것을 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천사의 도움이건

악마의 채찍이건 가리지를 않겠다.


영원한 그 무엇이

쏙 뽑혀 결정이 되어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한숨과

뼈 속의 오뇌는 고사하고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성찬경 시인(1930–2013)의 시 「한 줄의 시구」입니다.


구구절절 해설할 마음은 없습니다. 여기 어디 그런 게 있나요.

그냥 차 한 잔 하다가 ‘캬~’ 하면 족하지요.


그저 궁금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이렇게 그만 목숨을 바치고 싶은 게 있는지요.

왜 그렇게 바치고 마는 걸까요?

무엇이 우리를 시의 제단에 올려놓는가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어서일 겁니다.

한 줄의 시구를 얻으면

이 한 목숨 열 번이라도 바치면

수천 수만의 목숨쯤이야

너끈히 구한다는 것을.


시를 못 쓴다고요?

한 줄의 시구가 없으면

한 방울의 눈물이면 됩니다.


오늘

한 방울의 눈물로

세상을 구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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